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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요 며칠 新 전체주의를 의심케 만드는 일련의 사건이 우리의 삶 속에 돌이키기 힘든 생채기를 냈다. 지식은 있으나 지성이 없는 인간이 우리 사회에 매우 큰 위해 요소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인간은 생각하기를 포기할 때 괴물이 된다는 사실을 '한나 아렌트'는 자신의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밝혔다.
우리 사회는 생각하기를 멈춘 제 2의 '아돌프 아이히만'으로 넘쳐난다. 생각하지 않는 이들이 리더의 권좌에 앉는 것 자체가 크나큰 비극이며 공포다. 과연 우리의 미래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시대가 묻고 '올더스 헉슬리'가 답한 저작 <멋진 신세계 / 올더스 헉슬리 지음 / 문예출판사 지음>는 '조지 오웰'의 <1984>와 함께 디스토피아 소설의 최고봉격 고전이다.
<동물농장>에 이어 <1984>를 통해 신선한 충격에 휩싸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멋진 신세계>는 <1984>와 같이 미래 사회의 암울함을 매우 세련되게 각색한 작품으로 대량생산과 자본주의 사회가 갖는 독소에 대한 풍자로 가득하다.
올더스 헉슬리가 그린 미래 사회에서는 남녀의 정상적 결합에 의한 생명의 탄생이 아닌 난자와 정자의 인위적 조작에 의해 인공적 태아를 만들어 낸다. 태아의 대량 생산을 담당하는 '런던 중앙 인공부화, 조건반사 양육소'는 하나의 난자에서 96명의 태아를 부화(?)시키는 소위 인간 공장이다.
부화를 기다리는 난소가 담긴 병에 각종 인공적 조작이 가해진다. 태아는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으로 불리는 철저한 계급 시스템에 의해 분류된다. 사회 지도층인 알파와 베타 계급을 제외한 생산 계급 감마, 델타, 엡실론 계급으로 지명된 난소는 정상적인 성장을 억제함으로써 비정상적 발아 현상을 유도한다.
생산 계급의 난소는 제한적 산소 공급을 통해 발육을 정지시켜 지적 성장을 둔화시킨다. 지배 계급인 알파와 베타를 위한 생산과 서비스만을 위한 소위 일개미형 인간을 만들어내기 위한 조작이다. 사고와 성찰은 이들 계급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불필요한 요소이며 지배 계급에게 있어서는 매우 위험한 항목이다.
공장에서 부화되어 태어난 아이들은 계급에 따라 그에 걸맞은 조건 반사식 교육을 주입받는다. 종을 치면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 마냥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지배 계급을 위한 종신 노예로서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오직 먹고 싸고 교미하는 원초적 본능 뿐이다.
<1984>를 통해서 빅브라더에 의해 통제되는 거대한 테크놀로지 전체주의의 위험한 자화상을 엿볼 수 있었다면 <멋진 신세계>는 유토피아가 가진 허상에 대한 자조와 조소, 산패한 인간 본성의 역함을 느낀다.
본작은 제목부터 역설이며 비아냥이다. 알파와 베타에게는 멋진 신세계일 수 있겠지만 그들을 먹여 살리는 감마, 델타, 엡실론에게는 끔찍한 신세계다. 헉슬리는 유용성으로 평가받는 자본주의 유토피아가 갖는 근본적 모순을 해학적으로 풀어낸다.
유토피아는 실현될 수 있지만 정작 지식인과 교양인은 유토피아를 회피하며 불완전하지만 자유로운 비유토피아로의 회귀를 갈망한다는 책의 서문은 <멋진 신세계>가 가진 역설에 대한 자기고백적 담론이다. 모든 인간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유토피아가 결국은 궁극적 실현을 피해야 할 위험한 천덕꾸러기가 된 것이다.
<멋진 신세계>는 다양한 주제를 함의한다. 인간 생명의 인위적 창조라는 신적 권위에 대한 도전, 계급 사회가 갖는 고질적 병폐를 통한 인간 본성의 탐욕, 대량생산과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 과학만능주의 시대 속 인간의 기계화 및 부속품화 등 AI 시대를 맞이한 우리네 사회를 비춰볼 수 있는 영롱한 거울과 같다.
더불어 지배 계급을 위한 사고 통제의 테마는 헉슬리가 그려낸 멋진 신세계의 가상적 현실을 제외하면 실제 우리 사회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 현재도 일어나고 있는 부분이다.
생각이 통제될 때 엡실론은 알파와 베타의 노예가 된다. 주체적 사고와 끊임없는 비판, 견제가 체화되지 않을 때 우리 사회는 단지 고교 시절 암기력이 좋아서 리더가 된 지성 없는 짐승들에 의해 지배되는 야만의 시대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조지 오엘이 <동물농장>에서 그려낸 지도자 계급 '돼지'들이 지배하는 세상이 작금의 때가 아닌가! 고결한 도덕성으로 무장한 이들이 지도자가 될 때 우리 사회는 불경스러운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아닌 진짜 멋진 신세계를 맞이할 것이다.
현재의 상황과 묘하게 오버랩되며 생각이 깊어지는 저작,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