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로 대학 가다 - 세계적 명문대에 진학한 남매와 제자들의 확실한 성공 비결
이미영 지음 / 학지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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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에 아이들이 없다. 학교를 마친 아이들 대부분이 학원을 가기에 그렇다. 한창 뛰어놀아야 할 시기에 기본적으로 3~4개의 학원을 소화해 내야 하는 이 시대 대한민국 아이들의 자화상이다.

옆 친구가 함께 협력할 대상이 아닌 내가 더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밀어내야 하는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교육 구조가 지금의 대한민국을 경제 강국으로 만들었다. 땅덩어리는 작고, 천연자원은 희소한 분단된 나라가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자구책은 사람이다.

무서운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는 소위 가진 이들의 자녀들은 사교육의 시혜로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부를 대물림한다. 반면 다수의 평범한 가정의 자녀들은 상대적 학업의 열세를 느끼며 가난을 대물림 받는 사회적 양극화의 골은 깊어만 간다.

줄 세우기 교육의 부작용이 사회 곳곳에서 곪아 터진 상처처럼 터져 나오는 가운데 새로운 대안에 대한 성찰의 목소리 또한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과연 대한민국 공교육 회복의 묘수는 없는가? <IB로 대학 가다 / 이미영 지음 / 학지사 펴냄>는 바로 이와 같은 물음에 대한 답으로 가득한 책이다.

IB를 말하면 여전히 많은 이들이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을 떠올린다. IB는 International Baccalaureate의 약자다. 국제 바칼로레아는 1968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설립된 비영리 교육재단에서 시작된 교육 프로그램이다.

IB 교육이 추구하는 목표는 무한 경쟁으로 옆 친구를 밟고 일어나야지만 성공하는 구조의 대한민국이 표방하는 비인간적 교육 목표와는 달리 다른 문화와 사람들을 존중하며 함께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지식과 탐구심, 배려심 많은 전인적 바른 인간상 구현이다.

이 책은 싱가포르 국제 학교에서 IB 한국어 교사로 일하고 있는 현직 교사가 IB 교육 문외한들에게 IB 교육의 장점을 소개한다. 단순히 IB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나열이 아닌 저자와 두 자녀가 함께 경험한 IB 교육의 생생한 현장 스토리를 통해 대한민국 공교육의 문제와 대안으로서의 IB 교육의 필요성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생각거리로 가득하다.



책은 먼저 저자가 싱가포르로 이민을 떠나면서부터 시작된다. 우여곡절 끝에 싱가포르에 안착한 저자의 가정이 IB를 만나게 되고, IB 국제 학교의 한국어 교사가 되면서 경험한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진부함 없이 진솔하게 다가온다.

그러면서 그 안에는 한국의 학부모에게 낯선 IB 교육 시스템의 철학이 잔잔하게 녹아있기에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IB 교육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에 충분하다. 더불어 IB를 통해 공부하여 세계 유수의 명문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의 수기와 그러한 자녀들을 둔 학부모들의 수기가 IB 교육이 가진 잠재력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돕는다.

IB는 초, 중, 고교의 전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본서에는 초, 중, 고교 시절을 IB에서 공부한 학생들의 직접적인 경험담이 실려있다. 이는 IB 교육 시스템에 대한 막연한 오해를 불식 시켜주기에 충분하다.

더불어 IB 교육 철학과 프로그램의 개념을 소개하는 마지막 챕터를 통해 "도대체 그렇게 좋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IB 교육이 뭐야?"라는 독자의 예상 물음에 친절하게 답변한다.

교사 중심의 일방적이고 막연한 주입식과 암기식 학습법으로 대변되는 대한민국 공교육의 현실은 1%의 기득권층을 생산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나머지 99%는 대학 입학이라는 경쟁에서 도태되어 상위 1%를 위해 헌신하며 사회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지탱하는 일개미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소시민들이다.

IB가 가진 교육 철학의 매력은 이러한 불공평하고 비인간적인 사회 시스템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모든 아이들이 자기주도적 학습을 통해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성을 함양하며 함께하는 동료를 진정한 친구로 여기며 공부하도록 격려한다. 이러한 IB 교육은 이미 전 세계가 인정했고, 세계 유수의 명문 대학이 IB 출신들을 격하게 환영하는 이유다.

지옥 같은 12년의 학창 시절을 맛보았기에 필자의 아이들에게 여전히 변치 않는 지옥을 맛보게 하고 싶지 않았다. <IB로 대학 가다>를 통해 IB 학교에 가게 될 아이들을 위해 선행 학습을 하게 된 시간이 너무나 소중했다.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들이 서로를 죽여 그 핏값으로 성공을 보장받는 '오징어 게임'같은 교육 시스템에서 하루 속히 자유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본서를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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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칼 - 일본 문화의 양상 현대지성 클래식 60
루스 베네딕트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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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난징 대학살, 관동 대학살, 버마 대학살, 마닐라 대학살, 종군 위안부, 강제 징용의 근현대 역사에서부터 여전히 억지 일색의 독도 영유권 주장까지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의 대표적인 역사적 과오다.

까도 까도 본심을 알 수 없는 양파 같은 나라 일본의 실체와 일본인의 민낯은 과연 무엇일까? 이러한 물음에 답한 탁월한 저작 한 권이 있다.

<국화와 칼 / 루스 베네딕트 지음 / 현대지성 펴냄>은 일본과 일본인에 관한 20세기 최고의 고전으로 꼽히는 저작이다. 일본과 일본인에 대해 가장 빠르면서도 손쉽게 파악하기를 원할 때 집어 들어야 할 책은 단연코 <국화와 칼>임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아주 오래전 접했던 저작을 좋은 기회에 새롭게 만나 새마음으로 읽었다. 일본인보다 일본인을 더 잘 알고 파악했다는 믿기지 않는 평가가 과장이 아니다.

저자인 '루스 베네딕트'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을 향해가던 1944년 미국 정부의 위촉을 받고 적국인 일본에 대한 심층 연구를 시작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국화와 칼>이다.

이 책의 놀라운 가치는 저자가 일본과 일본인의 민족성과 문화적 양상을 연구하는 데 있어 한 번도 일본 땅을 밟지 않았다는 기이한 점에 있다. 미국과 일본의 태평양 전쟁이 한창이었기에 미국인인 저자가 일본을 가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상황이었다.

저자는 문화 인류학자로서 연구 대상 민족의 터전을 밟지 않고 미국에 거주하는 일본인들과의 면담, 선배 학자들의 연구 문헌, 선전 영화와 같은 대중 매체 등을 이용하여 나름의 연구 기법을 개발시켰다.



일본은 지금껏 미국이 맞붙었던 적국으로서 가장 종잡을 수 없는 기이한 민족이라고 운을 떼는 책의 첫머리부터 저자에게 일본을 연구해달라고 부탁한 미국 정부의 일본에 대한 모호함이 짙게 깔려있다.

희뿌연 안갯속에 가려진 미지의 나라, 일본은 미국인들의 이해를 벗어나는 미스터리한 존재였다. 유혈이 낭자하고 살점이 튀는 전장의 상황 속 종잡을 수 없는 일본군의 행태가 미군에게는 그 어떠한 호러 영화보다 무서웠을 것이다.

미군의 기관총이 불을 뿜어대는 총구 앞에서 '반자이' 총검 돌격을 감행하며 소위 집단 자살을 선택하는 일본군이 미군의 눈에는 어떻게 비쳤을까? 비행기를 타고 미군 함정에 돌진하는 '가미카제' 특공대 또한 달리 설명할 방법이 요원하다.

책은 이러한 정신의 공백을 의심케 만드는 당시 일본군의 사이코틱한 행위의 이면에 있는 일본 민족의 독특한 특질을 역사에 기반하여 차분하게 벗겨낸다.

책의 제목인 <국화와 칼>이 상징하는 바를 알게 될 때 독자는 일본 문화 안에 녹아있는 일본인이 가진 이중성과 모순적 행태에 대한 명징한 이해가 가능하다. 한없이 친절하고 순종적이며 충성되면서도 야비하고 잔혹하며 배신을 밥 먹듯이 하는 야만적 기질이 공존하는 일본 문화 안에 내재한 상반된 모습은 일본이 가진 독특한 민족성이다.

국화는 예술을 사랑하고 친절하며 순종적인 일반적인 일본인의 문화적 양상을 드러내는 은유인 반면 칼은 무자비하고 잔혹하며 잔인한 일본인의 또 다른 내면적 특성을 드러내는 수사다.

은혜를 입게 될 때 그것을 일종의 부채의식으로 느끼며 어떤 식으로든지 보은해야 하는 일본인의 관념은 '온'의 개념으로서 탄생했다. 원수에게 당한 굴욕은 어떻게든 되갚음해 주는 것이 삶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는 생각은 '기리'라는 독특한 가치로서 드러난다.

그렇기에 가장 큰 천황의 온을 입은 황군의 전사들이 천황 폐하 만세를 외치며 반자이 돌격을 감행할 수 있었을 것이고, 미군에게 당한 원수를 어떻게든 갚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미덕이라고 생각한 황군의 파일럿들은 꽃다운 목숨을 폭약 실은 비행기에 내맡길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국화와 칼>이 가진 저작의 가치는 타자와 타문화에 대한 상대적 존중에 기반한다. 내 민족과 나의 문화만이 탁월하다는 문화적 우월주의, 국수주의는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없다.

매우 논리정연하게 일본 문화와 일본인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연구한 저자의 학자적 열정과 학문적 겸손함이 진하게 묻어나는 빛나는 고전이다. 타문화권에 대한 진지한 이해가 수반되는 본서는 다른 이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사라져가는 폭압의 시대 속 여전히 읽혀야 할 충분한 가치를 지닌 눈부신 저작임과 동시에 우리에게는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을 면밀하게 살필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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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심경 -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는 마음공부 한 권으로 끝내는 인문 교양 시리즈
정보현 옮김, 미야사카 유코우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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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모든 걱정과 근심의 근원을 잘 살펴보면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는 작위적 행태로 인한 것이 많다. 어떤 일을 해야지만 하고 그것을 하지 못했을 때 느끼는 고통과 좌절감이 사람에게 불만족과 행복하지 못한 느낌을 가져다준다.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가진 생각의 기저에는 하지 못한 것과 채워지지 않은 욕망에 대한 갈망과 아쉬움, 미련이 깔려있다.


오래전부터 불가에서 작은 대장경이라고 불린 반야심경은 이러한 당위로부터 오는 고통과 괴로움에서 해방되라는 가르침을 설했다.


<반야심경 / 미야사카 유코우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 펴냄>은 한 권으로 끝내는 인문 교양 시리즈답게 반야심경이라는 대승불교의 정수가 담긴 저작이다. 개인적으로 신앙하는 종교가 다르지만 반야심경이 가진 인간에 대한 이해와 고전으로서의 가치가 탁월하기에 주저함 없이 집어 들었다.


경전 600권 분량의 가르침이 단 262자로 압축되었다고 하니 웬만한 압축파일의 그것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본서는 크게 반야심경의 역사와 가르침의 두 단원으로 나뉘어있다.


반야심경은 부처의 말씀(진언)을 관자재보살이 설한 경전이다. 특징적인 대목은 모든 괴로움은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며 그것으로부터의 해방이 곧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임을 설파한다. 태어나서 살아가는 것도 괴로움이고, 늙어가는 것도 괴로움이다. 병을 앓는 것도 고통이며 죽음 또한 피할 수 없는 괴로움이다. 반야심경에서는 이를 네 가지 고통이라고 하여 사고(四苦)라고 표현하는데 이들은 인간이라면 모두가 겪는 근본적인 괴로움이다.


반면 살면서 겪게 되는 정신적 괴로움이 있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것과 미워하는 사람과 만나야 하는 것이 괴로움이다. 미워하는 사람과 만나야 하는 '원증회고'에는 인간 본성을 예리하게 꿰뚫은 통찰이 담겼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것도 큰 고통이지만 인간은 미워하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것에 대한 주관적 고통이 더 큰 존재다.


반야심경이 말하는 독특한 개념 하나가 더 있다. 공(空)과 무(無)의 역학이다. 우리는 흔히 공이라고 말하면 없다고 표현한다. 공을 숫자 0의 개념과 동일하게 여기기에 우리는 전화번호를 말할 때도 영일영(010)이라고 말하기보다는 공일공(010)이라고 말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러나 반야심경은 공과 무의 의미에 대해 엄밀히 다른 설명을 내놓는다. 공은 공간에 대한 의미다. 공은 존재의 유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담는 공간에 대한 표현이다. 반면 무는 실제로 존재의 유무를 의미하기에 무엇인가가 없다면 그것은 무가 맞다.


공은 무엇인가를 담을 공간의 존재를 말하는 것이며 무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것을 가리킨다. 그래서 공은 무엇인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기에 소홀히 할 수 없고 나름의 의미가 있는 중요성을 띈다.



또한 반야심경은 자아를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서도 독특함을 드러낸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인간은 자아에 대해 집착할 때 괴로움을 피할 수 없다. 인간사의 모든 어려움은 인간이 스스로에 대해 병적으로 집착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더 많이 가져야 하고, 더 유명해져야 하며 더 예뻐져야 한다는 스스로에 대한 끝없는 집착, 언제 어디서나 내가 주인공이 되어야 하고 세상의 모든 것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망상이 인간에게 순환적 불행의 뫼비우스 띠가 된다.


작은 대장경을 덮으며 다양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요 며칠 동네에서 삶이 축제라고 외치는 명상 요가 광고를 세뇌되듯 접하며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과연 삶은 축제인가? 질문의 대답은 삶은 축제가 아니라는 개인적 결론이다.


집착과 작위성에 함몰되어 가는 현대인의 삶이 축제일까? 축제 같은 삶을 살고 싶은 염원일 뿐이다. 반야심경은 거침이 없는 삶에서 필요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다. 유독 부정어가 많이 등장하기에 부정적이고 어두운 책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가지고 있는 저작이지만 읽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부처가 설파한 참된 인간 자아의 해방과 탈출에 대한 불교의 가르침은 축제 같지 않은 삶을 축제처럼 살도록 이끄는 나름의 진언이다.


262자의 짧은 경구 속에 담긴 대승불교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저작임은 확실하다. 종교를 떠나 인문고전으로 한 번쯤 읽어본다면 적게나마 불교를 이해하고, 불교가 바라보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용 자체가 상당히 재미있기에 지루함 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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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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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요 며칠 新 전체주의를 의심케 만드는 일련의 사건이 우리의 삶 속에 돌이키기 힘든 생채기를 냈다. 지식은 있으나 지성이 없는 인간이 우리 사회에 매우 큰 위해 요소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인간은 생각하기를 포기할 때 괴물이 된다는 사실을 '한나 아렌트'는 자신의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밝혔다.

우리 사회는 생각하기를 멈춘 제 2의 '아돌프 아이히만'으로 넘쳐난다. 생각하지 않는 이들이 리더의 권좌에 앉는 것 자체가 크나큰 비극이며 공포다. 과연 우리의 미래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시대가 묻고 '올더스 헉슬리'가 답한 저작 <멋진 신세계 / 올더스 헉슬리 지음 / 문예출판사 지음>는 '조지 오웰'의 <1984>와 함께 디스토피아 소설의 최고봉격 고전이다.

<동물농장>에 이어 <1984>를 통해 신선한 충격에 휩싸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멋진 신세계>는 <1984>와 같이 미래 사회의 암울함을 매우 세련되게 각색한 작품으로 대량생산과 자본주의 사회가 갖는 독소에 대한 풍자로 가득하다.

올더스 헉슬리가 그린 미래 사회에서는 남녀의 정상적 결합에 의한 생명의 탄생이 아닌 난자와 정자의 인위적 조작에 의해 인공적 태아를 만들어 낸다. 태아의 대량 생산을 담당하는 '런던 중앙 인공부화, 조건반사 양육소'는 하나의 난자에서 96명의 태아를 부화(?)시키는 소위 인간 공장이다.

부화를 기다리는 난소가 담긴 병에 각종 인공적 조작이 가해진다. 태아는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으로 불리는 철저한 계급 시스템에 의해 분류된다. 사회 지도층인 알파와 베타 계급을 제외한 생산 계급 감마, 델타, 엡실론 계급으로 지명된 난소는 정상적인 성장을 억제함으로써 비정상적 발아 현상을 유도한다.

생산 계급의 난소는 제한적 산소 공급을 통해 발육을 정지시켜 지적 성장을 둔화시킨다. 지배 계급인 알파와 베타를 위한 생산과 서비스만을 위한 소위 일개미형 인간을 만들어내기 위한 조작이다. 사고와 성찰은 이들 계급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불필요한 요소이며 지배 계급에게 있어서는 매우 위험한 항목이다.

공장에서 부화되어 태어난 아이들은 계급에 따라 그에 걸맞은 조건 반사식 교육을 주입받는다. 종을 치면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 마냥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지배 계급을 위한 종신 노예로서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오직 먹고 싸고 교미하는 원초적 본능 뿐이다.



<1984>를 통해서 빅브라더에 의해 통제되는 거대한 테크놀로지 전체주의의 위험한 자화상을 엿볼 수 있었다면 <멋진 신세계>는 유토피아가 가진 허상에 대한 자조와 조소, 산패한 인간 본성의 역함을 느낀다.

본작은 제목부터 역설이며 비아냥이다. 알파와 베타에게는 멋진 신세계일 수 있겠지만 그들을 먹여 살리는 감마, 델타, 엡실론에게는 끔찍한 신세계다. 헉슬리는 유용성으로 평가받는 자본주의 유토피아가 갖는 근본적 모순을 해학적으로 풀어낸다.

유토피아는 실현될 수 있지만 정작 지식인과 교양인은 유토피아를 회피하며 불완전하지만 자유로운 비유토피아로의 회귀를 갈망한다는 책의 서문은 <멋진 신세계>가 가진 역설에 대한 자기고백적 담론이다. 모든 인간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유토피아가 결국은 궁극적 실현을 피해야 할 위험한 천덕꾸러기가 된 것이다.

<멋진 신세계>는 다양한 주제를 함의한다. 인간 생명의 인위적 창조라는 신적 권위에 대한 도전, 계급 사회가 갖는 고질적 병폐를 통한 인간 본성의 탐욕, 대량생산과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 과학만능주의 시대 속 인간의 기계화 및 부속품화 등 AI 시대를 맞이한 우리네 사회를 비춰볼 수 있는 영롱한 거울과 같다.

더불어 지배 계급을 위한 사고 통제의 테마는 헉슬리가 그려낸 멋진 신세계의 가상적 현실을 제외하면 실제 우리 사회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 현재도 일어나고 있는 부분이다.

생각이 통제될 때 엡실론은 알파와 베타의 노예가 된다. 주체적 사고와 끊임없는 비판, 견제가 체화되지 않을 때 우리 사회는 단지 고교 시절 암기력이 좋아서 리더가 된 지성 없는 짐승들에 의해 지배되는 야만의 시대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조지 오엘이 <동물농장>에서 그려낸 지도자 계급 '돼지'들이 지배하는 세상이 작금의 때가 아닌가! 고결한 도덕성으로 무장한 이들이 지도자가 될 때 우리 사회는 불경스러운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아닌 진짜 멋진 신세계를 맞이할 것이다.

현재의 상황과 묘하게 오버랩되며 생각이 깊어지는 저작,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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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기분파 제과제빵기능사 필기 - 핵심이론요약과 기출문제로 구성한 초단기 합격 전략집 + <특별부록> 핵심요약 족집게 160선 수록 2025 기분파 시리즈
에듀웨이 R&D 연구소 엮음 / 에듀웨이(주)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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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속으로 집을 나선 어느 아침 출근길 골목 빵집에서 흘러나오는 빵굽는 냄새가 오감을 자극한다. 웬만한 인내심이 아니고서야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이른 아침 빵 냄새는 위장을 요동치게 만든다.


모두가 알듯이 한국인의 주식은 밥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한국인 식탁의 일정부분을 점거한 메뉴 중 하나는 빵이 되었다. 바쁜 현대인의 아침은 여러가지 반찬을 필요로하는 밥보다 간단한 빵과 우유, 커피와 같은 조합으로 바뀐지 오래다.


이렇듯 고소한 빵은 우리의 식문화를 새롭게 바꿨다. 빵의 수요가 늘며 브랜드 빵집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빵을 만드는 제과제빵사의 수요도 끊임없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 제과제빵의 업무는 제과제빵 기능사 자격을 가져야지만 가능한 직업이다. <2025 기분파 제과제빵 기능사 필기 / 에듀웨이 R&D 연구소 지음 / 에듀웨이 펴냄>수험서는 제과제빵 기능사가 되어 미각을 사로잡는 빵을 만들어보기 원하는 예비 제과제빵 기능사를 위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위생관리 및 안전관리, 재료과학, 생산관리 및 제과제빵기기, 제과 및 제빵이론 등 상세하고 정확한 이론이 풍성하게 담겨있고, 역시 마지막 챕터는 상시대비 실전모의고사로 마지막 시험을 최종 점검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주목할 점은 제과와 제빵을 구분했다는 점이다. 제과이론과 제빵이론을 분리해서 공부할 수 있도록 구성했고, 그에 따라 상시대비 실전모의고사도 두 파트를 분리해서 풀이해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번 <2025 기분파 제과제빵 기능사 필기>수험서는 기존 다른 기분파 수험서와 달리 목차부터 새롭다. 책의 내용 순서만을 단순하게 나열했던 전작과 달리 목차부터 예상 출제문항수와 학습목표 정하기를 함께 구성하여 수험생에게 학습 가이드와 이정표 역할을 해준다.


다양한 이론에 대해 중점을 둬야 하는 내용을 직관적으로 볼 수 있기에 매우 효율적인 편집이다. 이것 또한 다년간의 수험서 출판물을 출간한 에듀웨이 출판사만이 가진 노하우이며 강점이다. 에듀웨이 수험서는 점점 더 독자 편의중심으로 진화되는 것만 같다.


차례와 출제비율을 살폈다면 이제는 본격적인 이론 학습이다. 출제 포인트를 짚어주는 이론 파트는 군더더기를 빼고 반드시 공부해야 할 이론으로 빼곡하다. 수험서는 활자 인쇄 상태, 종이의 품질 등이 우수하여 가독성이 좋아 이 책 한 권만 정복하면 제과제빵 기능사 필기 합격은 문제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준다.


이론을 공부한 후 곧이어 등장하는 기출유형 따라잡기는 각 문항마다 별표의 갯수로서 문제의 중요도를 가늠토록 했기에 수험생은 어떤 내용과 유형의 문제가 중요한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 또한 독자 중심의 깨알배려다.



이제 마지막 챕터에 제공되는 상시대비 실전모의고사를 보자! 특이한 점은 지면 왼쪽에 문제를 제시하고 오른쪽에는 해당 문제의 해설을 수록했다는 점이다. 단지 해설만 수록했고 정답은 다른 공간에 있기에 정답을 곧장 확인해볼수는 없지만 문제 풀이를 하며 막힐 때 잠간의 힌트를 얻기에는 충분한 해설이다.


그리고 에듀웨이 수험서의 히든 카드, '시험에 자주 나오는 쪽집게 160선'이 어김없이 부록과 같이 실려있다. 시험 공부할 시간이 없는 수험생과 시험장에 들어가 자투리 시간을 효과적으로 보내길 원하는 수험생에게 핵심을 요약한 쪽집게 160선은 매우 큰 도움이 되는 페이지다.


아! 이쯤에서 제과제빵 기능사는 비슷한 분야인 것 같지만 엄밀히 말하면 다른 분야라는 사실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제과는 말 그대로 과자를 제조하는 일이며 제빵은 빵을 만드는 분야다. 그렇기에 유사하지만 다른 종류의 음식을 제조하는 각기 다른 분야다. 그래서 자격증 시험 과목도 겹치는 부분이 있는 부분도 있지만 서로 다른 이론을 공부해야 한다.


<2025 기분파 제과제빵 기능사 필기>는 제과와 제빵 분야 모두를 준비하기에 안성맞춤인 수험서다. 왜냐하면 공통 과목과 개별 과목 모두를 수록했기에 이 한 권이면 두 자격증을 모두 대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옛부터 한국인은 밥힘으로 산다고 하지만 이제는 빵힘으로 사는 이들이 많다. 젊은 세대는 더 빵을 찾을 것이며 식습관은 밥과 빵으로 양분되어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것이다.


어느새 우리네 삶 속에 주식이며 간식이 되어 뗄 수 없는 먹거리로 자리매김한 과자와 빵을 위한 장인의 첫 걸음을 본서와 함께 시작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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