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교역자 베이직
이정현 지음 / 생명의말씀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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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교회의 부교역자는 담임목사가 되기 전 잠시 거쳐가는 징검다리와 같은 포지션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한 요즘 부교역자에 관한 생각을 환기시키는 매우 시의적절한 책 한 권이 출간되었다.

<부교역자 베이직 / 이정현 지음 / 생명의말씀사 펴냄>은 22년간의 부교역자 경험을 가진 청암교회 이정현 담임목사님이 후배 부교역자들에게 전하는 애정 어린 조언으로 가득한 저작이다.

단순히 부교역자이기에 어떻게 하라는 일방적 훈계가 아닌 저자 자신이 22년간의 부교역자 시절 수많은 시행착오와 깨달음 속에서 건져올린 보석 같은 체험의 열매를 가독성 높은 문체와 형님 같은 따스한 필치로 전하고 있기에 책이 주는 메시지는 편안하면서도 품격이 있다.



본서를 통해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의 가장 큰 키포인트는 제목에서부터 묻어난다. 기본을 갖출 때 부교역자의 앞길은 밝다. 반면 기본이 없을 때 부교역자의 행보는 어둡다. 사실 기본기의 강조가 교회 공동체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알다시피 사회 각 분야에서 기본이 없는 사람은 거절되고, 도태되지 않는가!

그러나 저자는 영혼을 맡은 목회자로서 부교역자의 기본은 세상이 말하는 그것보다 더 진중한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저자가 책을 통해 말하는 부교역자의 기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태도다. 자기 계발 분야의 전문가 '데일 카네기' 또한 인생의 성공은 실력 15%와 태도 85%에 달렸다고 말한다.

부족한 실력은 배우면 해결되지만 근본적인 태도의 문제는 고민스러울 뿐이다. 하나님을 예배하고, 성도들을 목양하고 섬기는 이 모든 문제의 핵심은 목회자의 경건과 더불어 정돈된 인격을 요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사역은 실력이 아니라 태도에 달렸음을 역설한다. 부교역자의 태도는 인사, 겸손, 성실함, 커뮤니케이션 스킬, 근무 태도와 같은 세부적 요소를 포함한다.

너무나 기본적인 것이기에 경시되지만 이 기본을 못해서 수많은 어려움에 봉착한 목회자들이 사뭇 많다.

그 밖에도 부교역자에게 요구되는 기본은 관계, 목양, 설교의 영역이다.

특별히 관계에 있어 내가 섬기는 교회의 담임목사, 동료 부교역자, 장로 등의 중직자, 일반 성도들을 아우르는 모든 교회 내 관계의 단추를 어떻게 끼워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답변이 책의 전면에 가득하다.

그런데 결국 관계의 밑바탕에 깔리는 것은 겸손이라는 태도다. 오해 없는 투명함, 함께 밥을 먹는 교제, 말하기보다 들어주는 경청... 이 모든 것의 저변에는 부교역자의 겸손이라는 태도의 키워드가 자리한다.

내 것을 주장하고, 권위를 내세우며 이해함이 없고, 오해를 키우는 불투명한 사역의 모습이 관계를 망치는 주범이다. 저자가 이 부분을 강조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안타깝게도 여전히 많은 교회에서 부교역자는 영원한 을이며 상대적 약자로 비친다. 담임목사나 중직자가 수족처럼 부리는 사람들, 교회의 급여를 받는 직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이들로 여겨지는 부교역자 현실의 민낯은 마음 아프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지금도 이 땅의 대다수 부교역자들은 하나님을 예배함과 동시에 이름도 빛도 없이 자신에게 맡겨진 어린 영혼들과 다양한 연령대의 성도들을 주어진 역량 안에서 최선을 다해 섬긴다.

좌충우돌의 경험이 상처의 씨앗이 될 수도 있고,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 주어진 소명을 확인하며 이 길에 들어섰고, 누군가는 해야 할 거룩한 제단의 임무를 위해 오늘도 묵묵히 십자가 앞으로 나아간다.

<부교역자 베이직>은 안개와 같이 희미한 목회 미래에 대한 고민과 사역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상처가 생살을 찢는 아픔으로 다가올 때 목회의 본질과 소명을 일깨우기에 있어 최적의 가이드북이다.

동시에 22년간 부교역자의 삶을 직접 살아낸 현직 담임목사가 부교역자의 입장과 담임목사의 입장 모두에서 목회의 본질을 균형감 있게 담아내려고 노력한 흔적이 짙기에 치우침이 없다.

걸어가 본 자만이 뒤따라오는 이들에게 명확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저자 이정현 목사님 스스로가 걸었고, 여전히 걷고 있는 목회 현장의 실제가 가득한 <부교역자 베이직>이 구체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부교역자가 가지고 있어야 할 인격적인 자질, 태도의 문제와 더불어 경건한 목회자의 신앙적이고 실력적인 영역에서의 준비 그리고 지혜롭게 사역할 수 있는 실제적이고 방법적인 조언이 매우 균형감 있게 기술되었기에 부교역자의 길을 걷는 이들에게 명확한 이정표가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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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 긍정태도론 데일 카네기 초판 완역본 시리즈
데일 카네기 지음, 박선령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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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에 참여하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실력은 업계 최고인데 성격은 매우 까칠하고 무례해서 동료들에게 기피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있다. 반면 능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항상 예의 바른 모습으로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 있다.

당신이 고용주라면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자타가 공인하는 자기계발서 분야의 권위자 '데일 카네기'는 "성공은 실력 15%, 나머지 85%는 태도에 달렸다"라고 말한다. 온전히 동의할 수 없지만 적지 않은 사회생활을 해본 결과 확실히 성품과 성격의 중요함을 부인할 수 없다.

<데일 카네기 긍정태도론 / 데일 카네기 지음 / 현대지성 펴냄>은 10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카네기의 미발표 원고다. 제목에서 풍기듯 카네기는 성공적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삶의 원칙이 긍정적인 태도에 달렸음을 역설한다.

자기의 삶을 스스로가 긍정할 때 부와 행운이 뒤따른다는 긍정 심리적 요소가 강한 1부는 멘탈 태도를 강조한다.

꾸준함, 건강, 자신감, 결단력, 기회 창출, 시간관리의 중요성을 말하는 2부는 행동 태도를 기술하며 마지막 3부에서는 미소, 예의, 경청, 배려, 관심, 믿음과 같은 관계를 발전시키는 태도를 이야기한다.



카네기 전집은 펼칠 때마다 평범한 자기계발서의 느낌보다는 오랜 인생의 지혜가 농축된 고전의 향기가 짙다. 우리보다 먼저 살다간 현인이 남긴 삶의 금 같은 조언이 책장마다 빼곡하여 카네기의 책은 밑줄과 필기의 흔적이 많은데 그만큼 귀한 통찰이 넘친다는 증거다.

단순히 성공을 위해서 당신의 인생을 이렇게 살라는 일방적 가르침이 아닌 실제로 그렇게 살았던 사람들의 성공적인 삶의 경험담이 카네기의 주장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뒷받침해 주고 있기에 독자로 하여금 저자가 권하는 행동에 관한 교훈에 깊은 믿음과 신뢰를 부여한다.

카네기의 다른 저작들과 같이 본서 또한 여전히 힘이 있다.

"성장의 여지가 없다면 과감히 떠나라! 안주할 때와 다음 단계로 도약해야 할 때를 정확히 짚어내는 감각이 필요하다."라는 저자의 말은 현실이 주는 안락함에 고사되어가는 현대인의 무기력함에 경종을 울린다.

또한 저자는 근면하면 잘 산다는 70년대 새마을운동을 연상케하는 발언에 대해 강력한 일침을 놓는다. "근면함은 성공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끝까지 해내고야 말겠다는 불굴의 의지다."

성공적 인생을 꿈꾸는 이들에게 근면함은 기본이다. 부지런함의 부재를 그 누가 보충해 줄 수 있으랴! 게으르지만 부유하게 살고 싶다면 금수저로 태어났어야 한다. 근면함은 성공을 위해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는 유아적인 기초이기에 거론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대신 저자는 끝까지 해내고야 말겠다는 불굴의 의지와 태도에 주목했다. 끈기와 인내의 결핍이 만성화된 사회 속에 살아가는 이들에게 독종의 DNA를 강조하는 저자의 펜 끝이 매섭다.



그렇다면 긍정 태도의 끝판왕은 무엇일까? 저자가 말한 모든 것이 긍정 태도를 이루는 핵심이지만 그래도 꼽으라면 책의 후반부에 기술된 친절과 예의, 경청이다.

오랜 전 <인사만 잘해도 먹고는 산다>라는 책을 읽었다. 동탄의 어느 교회가 인사 하나로 지역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친 이야기다. 친절과 예의의 중요성은 카네기의 그때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모든 사람은 친절과 예의를 갖춘 이를 환영한다.

"웃지 않는 사람은 가게를 운영할 자격이 없다"라는 중국 속담이 있단다. 친절한 미소, 작은 예의가 없다면 어느 손님이 그 가게를 찾겠는가? 두고두고 가슴에 새겨야 할 금언이다.

더불어 다른 이의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일 줄 아는 경청의 능력은 성공적 인간관계, 나아가서는 업무의 영역에서도 빛을 발하는 긍정 태도의 핵심이다. 이 시대는 자신의 이야기를 좀 들어달라고 아우성치는 사람들, 말하고 싶어서 열병 난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경청이라는 무기를 탑재했다면 그 사람의 인간관계는 탄탄대로다. 사람들은 그 사람만을 찾을 것이고, 그런 사람은 항상 관계의 중심에 서 있을 것이다. 어딜 가나 환영받는 소위 '인싸'는 경청하는 사람이다.

책 한 권이 전하는 가르침의 농도가 사뭇 짙다. 그만큼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모르는 것이 많다는 반증이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빈약한 실력의 부족함을 채우며 단점을 상쇄시킬 비장의 무기는 긍정적 태도다. 진리가 빠진 긍정의 힘은 싫지만 삶의 궤적을 따르는 긍정의 태도는 좋다!

성공적 삶을 지향하는 이들에게 <데일 카네기 긍정태도론>은 선물과 같은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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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부의 본질 현대지성 클래식 73
크세노폰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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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무엇인가 가치 있는 것도 잘 다듬어서 실제 값어치 있는 물건을 만들어야 진짜 귀한 것이 된다.

돈이 아무리 많다 한들 그것을 적절히 사용할 줄 모르면 부자가 아니다. 많은 돈을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부자다. 그렇기에 부자의 개념은 가진 것의 정량에 비례하여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가진 재물을 사용할 수 있는 무형의 능력에 의해 새겨진다.

이처럼 돈이 많은 부자들이 읽으면 없는 자들이 만들어 낸 개똥철학처럼 들리는 이야기를 2400년 전 그리스의 한 현자가 말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소크라테스 부의 본질 / 크세노폰 지음 / 현대지성 펴냄>은 불의에 순응하기보다는 죽음을 택하며 독배를 받아든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부와 경영에 관한 철학적 담론이다.

그의 제자였던 '크세노폰'은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각기 2명의 대화 상대와 함께 부와 경영이라는 주제를 갖고 토론을 벌인 대목을 '오이코노미코스'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었다. 집을 뜻하는 오이코스와 법과 규칙을 의미하는 노모스의 합성어 오이코노미코스는 가정경영의 원칙을 말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는데 1부에서는 자신의 친구 크리톤의 아들 크리토불로스와 함께 대화하며 가정경영, 부와 재산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한다.

이어지는 2부와 3부에서는 당시 아테네에서 시민들의 존경과 추앙을 한몸에 받았던 이스코마코스를 찾아간 소크라테스가 그에게 가정경영과 농장경영이라는 실생활적인 문제를 묻고 답을 얻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인류 최초의 경영학 수업이라는 별명이 붙은 저작답게 부에 대한 정의, 재산을 증식하는 방법과 같은 실제적인 깨알 조언이 가득한 본서를 읽고 있노라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이가 다름 아닌 현자 중의 현자 소크라테스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본서가 주는 신선함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었던 독배를 든 채 운명에 순응하며 죽음을 맞이한 다소 유약한 소크라테스는 잊으라는 것이다. 이스코마코스와 대화하며 가정경영과 농장경영에 관한 땅의 질서를 묻는 소크라테스는 영락없는 사업가이며 농부다.

철학이라는 사변적 이상에만 갇혀 있었던 것이 아닌 흙을 먹고 살아가는 인간의 근원적 필요와 욕구에 누구보다도 밝았던 철학자의 모습은 이채롭다. 이것은 모두 본서의 저자인 크세노폰 자신이 스승의 또 다른 제자 플라톤과는 달리 이 땅에 뿌리박은 철저한 현실주의자의 면모를 가진 인물이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1만 용병대의 대장으로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었던 저자 크세노폰에게 하늘을 가리키는 이상주의는 사치였다. 그에게 먹고 마시는 원초적 행위만큼 숭고한 것은 없다.



많은 이야기 중에서 가장 큰 인사이트는 사소한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정리의 기술이 부를 일구는 첫걸음이라는 사실이다. 콧방귀를 뀔만한 내용 아닌가? 정리 잘한다고 돈이 들어오는가?

물건이 제 자리를 찾아 정리된 모습은 일상이 정리된 사람의 내면을 드러내는 거울이다. 환경의 무질서함은 그 사람의 내면과 사고의 번잡함을 보여주며 그러한 사람은 결코 부를 끌어올 정도로 매사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없는 사람이다. 즉 저자는 정리의 화두를 통해 효율성의 문제를 꼬집은 것이니 놀랍지 않은가! 삶을 가볍게 하자고 외치는 심플 라이프의 기원을 고전에서 찾다니 흥미롭다.

더불어 소크라테스가 철학자이며 군인이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는 3번의 전장에서 살아돌아온 중장보병 출신의 백전노장이다. 살점이 튀는 전장을 경험한 냉혹함을 지닌 이가 지금껏 알던 소크라테스라는 사실이 생소하다.

뭐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역시 용병대장 출신인 크세노폰의 눈은 소크라테스의 철학적 이상이 아닌 진흙밭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현실주의자 소크라테스를 간파한 것이다.

소유를 부의 완전한 기준으로 여기며 부동산을 몇 채씩 갖고, 주식 투자에 열광하는 세대에게 크세노폰은 스승의 입을 빌려 말한다. 현재 얼마나 가졌느냐보다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와 어떻게 다스려 나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외에도 근면함과 실행력,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따르도록 만드는 인격의 힘 등 부를 일구기 위한 다양한 실제적 제언이 가득하기에 시장경제 치하에서 살아가는 현대의 독자에게는 매우 유익하고 흥미로운 저작이다.


한편으로 철저한 실용주의자 소크라테스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볼 수 있기에 저작이 갖는 재미와 가치는 기대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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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폰네소스 전쟁사 (명화 수록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72
투퀴디데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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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에 참여하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역사 기술은 언제나 객관적이며 사실적이어야 한다. 신화가 개입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그런 면에서 어딘가 모르게 2% 부족한 느낌이다.

실패한 장군, 그러나 성공한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역사 서술에 있어 그동안 그리스 헬라 문학이 견지한 신화적 요소를 걷어내고, 오직 사실에 입각한 역사 편찬의 새 장을 열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 투키디데스 지음 / 현대지성 펴냄>는 BC431년 경에 발발한 라케다이몬과 아테나이의 27년간의 전쟁을 그린 역사 대작이다. 8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벽돌책이 말하는 고대 그리스 세계의 전쟁은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여 싸웠고, 어느 지역을 복속시켰다는 정도의 단순한 전투와 전쟁 양상만을 다루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아는 스파르타(라케다이몬)와 아테네(아테나이), 그리고 그들의 주변 동맹국이 어우러져 대규모의 전쟁으로 치닫게 된 원인과 과정, 결과를 당시의 국제 정세와 정치 역학 구조 속에서 매우 치밀하게 엮어낸 작품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다.

고대 그리스 세계의 맹주를 자처했던 라케다이몬과 아테나이의 갈등과 분열, 다툼은 헬라 지역의 지역적 특성으로 보아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는 시한폭탄과 같은 필연성에 의한 역사적 귀결이다. 지중해 연안 펠로폰네소스반도에는 수많은 크고 작은 도시 국가가 산개해 있었고, 저마다의 정치 체제와 민족적 특성을 유지한 채 고유한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제 정세는 인간 본성의 악함과 탐욕이라는 기폭제에 의해 힘의 균형을 잃기 시작했고, 마침내 서로를 죽고 죽이는 전쟁 양상으로 빠르게 전환되어갔다.

전술했듯 본작은 전쟁의 한 단면만을 서술한 책이 아니라 전쟁이 일어나게 된 원인 속에 숨겨진 인간 내면의 근원적 욕망에 기인한 명예에 대한 탐욕, 오욕에 대한 염려와 공포가 어떻게 국제적인 힘의 질서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지에 대한 거시적 안목을 선사한다.



저자 투키디데스는 책의 전반부에 자신이 그동안의 역사서를 집필했던 이들과 확연한 차이를 갖는 부분은 확실한 증거를 토대로 했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들 안에 존재하는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선택적 취합의 그릇된 행위를 꼬집는다. 그동안의 역사 집필은 출처와 증거의 정확성을 배제한 소위 '카더라' 식의 기사와 전해 들은 이야기가 진실인지를 살피지 않고 무작정 수용하려는 청취자의 나태함과 게으름이 빚어낸 오류로 가득했음을 지적한다.

당시 라케다이몬과 아테나이는 고대 그리스 세계의 맹주로서 힘의 균형을 유지한 채 팽팽한 연실과 같은 긴장 상태에 있었다. 하지만 힘의 역치 값을 벗어날 때 변화가 불가피하듯 물 끓는듯한 헬라 정세는 각 정치 진영의 오만에 기인한 자신감과 상황을 오판하는 어리석음으로 인해 전면전이라는 살육의 골짜기로 곤두박질쳤다.

수많은 각주를 참고하며 차근차근 긴 호흡을 유지한 채 읽어나가다 보면 어렴풋이 역사의 물줄기 속 맥이 잡히는 순간이 찾아온다. 단순히 나라가 나라를 대적한 다툼의 이야기를 벗어나 한 발자국 뒤에서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으로 책을 보라!

뺏고 빼앗는 행위의 결과 이전에 왜 전쟁이 발발했는가에 관한 원인과 이유를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발견하는 것은 결국 인간 본성의 민낯이다. 힘의 이동과 거기에 상응하는 주변 도시 국가들의 운명의 향방은 여전히 인간 본성이 발휘하는 불완전한 판단에 근거한다. 그렇기에 대다수의 전쟁은 부조리하며 불의하다.



본서에 자주 등장하는 도시국가들의 사절단이 외치는 장엄한 연설은 사뭇 웅장하다. 자신들의 주장을 논리정연하게 선포하는 이들의 연설은 수려하고 지적이지만 결국 탐욕과 두려움, 명예와 오욕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욕구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될 때 인간사의 모든 것이 신선하지 않음을 발견한다.

빼앗기지 않으려고 전쟁하고, 더 움켜쥐기 위해 싸운다. 불명예가 죽음보다 무섭고 두렵기에 알량한 자존심과 명분을 위해 칼을 든다.

고대 헬라의 전쟁사가 지금의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은 매우 현실적이며 명확하다. 신화를 배제한 역사서답게 저자가 지금의 독자에게 던지는 메시지의 핵심은 명분의 무의미다. 냉혹한 힘의 역학 속 아름다운 정당성은 없다. 힘이 있으면 잡아먹는 것이며 힘이 없으면 잡아먹히는 것 그뿐이다.

국가와 민족이 서로의 이익과 안보를 위해 이빨을 드러내는 작금의 국제 정세 속 2500년 전 헬라의 지성이 가진 예지력이 시대적 적실성으로 다가오는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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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랑과 꽃과
나태주 지음 / OTD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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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오감을 자극하는 화려함으로 치장한 수많은 문학작품의 홍수 속 인공 감미료가 첨가되지 않은 담백한 시집 한 권을 만난다. 풀꽃 시인으로 알려진 '나태주'님의 시집이다. 그의 시구는 꾸밈없는 담박함 그 자체다.

얼마 전 그가 써 내려간 수많은 글 속에서 특별히 사랑받는 몇 편의 시를 선별한 시선집이 나왔다.

<사람과 사랑과 꽃과 / 나태주 지음 / OTD 펴냄>는 사람, 사랑, 꽃을 주제로 시인이 바라보고 경험하고 느낀 다양한 감정을 아름답게 노래한 시들로 가득하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시인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해맑고 투명하여 마치 어린아이의 맑은 눈동자를 보는 것만 같다. 그렇기에 세파에 치인 노인의 언어라기보다는 마치 막 인생을 시작하는 소년의 감성으로 가득하다.

시의 메시지는 일상적이며 서민 친화적이기에 허물이 없다. 누구나가 펼쳐서 가볍게 읊조릴 수 있는 시인의 시는 가볍지만 들뜨지 않고, 음미할수록 시인의 인생 진액이 배어 나오는 진득함이 있다.

<아침식탁>을 보자!

밤이 가고 아침이 오는 것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하루가 잘 저물고 저녁이 오는 것

그보다 더 다행스런 일은 없다

앞에 앉아 밥을 먹어주는 한 사람

이보다 더 소중한 사람은 없다.

3연 6행의 짧은 시다. 하지만 담긴 의미는 깊다.

시인은 밤이 가고 아침이 오는 것, 하루가 저물고 저녁이 오는 것과 같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의 인식이 약속되지 않은 우리의 바람일 뿐임을 따뜻한 어조로 훈계한다.

잠자리에 들고 내일 아침 동일하게 눈을 뜰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어디에 있는가? 반복되는 일상성에 함몰된 현대인의 무뎌진 실존 인식일 뿐이다.

3연은 본 시의 백미다. 시인은 아침 식탁에 둘러앉았던 아이들과 부모님을 저녁에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사실 또한 당연시 여기는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살포시 건드린다.

"앞에 앉아 밥을 먹어주는 한 사람...이 보다 더 소중한 사람은 없다"라는 것이다.

내가 이 사람과 함께 오늘 저녁에도 지금처럼 함께 밥을 먹을 수 있을까에 대한 깊은 숙고함이 없기에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기보다는 경홀히 여기는 것이 아닐까?

<시인학교>를 보자!

남의 외로움 사 줄 생각은 하지 않고

제 외로움만 사 달라 조른다

모두가 외로움의 보따리장수.

고독한 현대인의 자화상을 단 3문장에 압축한 시인의 깊은 연륜이 묻어난다. 인생은 외로움을 짝하며 걸어가야 할 기나긴 여정이다. 나의 외로움이 너무나 크기에 나의 외로움만을 토로한다. 남의 외로움을 살필 여력이 없다. 우리 모두는 외로움을 가득 안은 보따리장수의 삶을 살아간다.

시인은 이미 풍족한 현대 물질문명 속 인생이 가진 깊은 공허를 정확히 직시했고, 해갈할 수 없는 인생의 갈증과 고독이라는 삶의 근원적 고민에 대한 이슈를 자신의 시를 읽는 독자에게 가볍게 던져준다.

그렇기에 3행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는 인간사의 본질적인 질문을 물을 빨아들인 스펀지처럼 머금고 있는 제법 무게감이 느껴지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눈부신 햇살 아래 바람 한 점 없는 바다는 고요하다. 바다를 보고 앉아 깊은 상념에 젖어들 수 있는 적기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독자의 심상을 고요한 바다 한가운데로 이끄는 힘이 있다. 맑고 청명함으로 가득한 그의 시들은 독자의 마음을 분주함과 번잡함 가운데서 차분하게 앉혀준다.

시구 하나가 갖는 일상적인 느낌은 독자를 둘러싼 삶과 동떨어지지 않기에 친근하며 요란하지 않기에 편안하고 차분하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느낌이 필요하다.

연애편지를 쓰는 심정으로 세상을 향해 시를 썼고 묵묵부답이었던 연애편지의 답장이 오랜 시간이 지나 메아리처럼 돌아오는 신박한 경험을 고백하는 시인은 여전히 어린아이 같고, 청년 같다. 그래서 시인의 시는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들에게 제각각의 감동과 영감을 선사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기에 <사람과 사랑과 꽃과>는 육각수 같은 시선집이다.

편향되지 않은 채 인생의 모든 것을 관조하며 써 내려간 시인의 진국 같은 노래는 읽는 독자의 심상에 깊은 정동을 불러일으킨다.

복잡다단한 현대인의 일상 가운데 쉼표를 찍어 줄 수 있는 아름답고 따뜻한 저작 한 권이 출간된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마음에 쉼이 필요하다면 <사람과 사랑과 꽃과>를 펼쳐라! 심호흡을 하며 행간에 녹아져 있는 시인의 숨결을 느껴보라!

어느새 우리의 삶을 둘러싼 얽히고설킨 실타래와 같은 염려와 고민은 사라지고, 동네 할아버지와 같은 시인이 들려주는 따스한 이야기의 매력 속에 깊이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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