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 - 이겨놓고 싸우는 인생의 지혜 현대지성 클래식 69
손무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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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서양에 <군주론>이 있다면 동양에는 <손자병법>이 있다. '마키아벨리'가 왕의 통치 철학을 말했다면 '손자'는 장군의 용병 철학을 담아냈다.

<손자병법 / 손자 지음 / 현대지성 펴냄>은 중국 춘추시대 최고의 전략가인 손자가 오나라에서 자신의 병법을 실전에서 펼쳐 보였던 이미 검증된 전략전술서다. 동서양의 수많은 지성인들에게 삶의 지혜와 인생의 통찰을 제공한 저작이 갖는 가치와 무게는 실로 크다.

분명 전쟁을 위해 쓰인 책이기는 하지만 국가 간 전쟁을 넘어 한 사람의 인생 속에서 벌어지는 복잡다단한 인간관계와 처세에 관한 조언으로까지 교훈의 범위는 확장된다.

극심한 경쟁 속에서 한 평생을 살다가야 하는 현대인에게 병법서가 던지는 한마디가 실로 신박하기에 본서는 집어 들고 읽어야 할 이유가 다분하다.

본서는 총 13편으로 구성된다. 애써 구분하면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눌 수 있는데 보통 6편까지는 전쟁을 함에 있어 대전략에 관한 부분이며 7편부터는 전략을 실행하는 세세한 전술에 관한 내용이다.

본서의 장점은 원문을 완역하여 내용이 충실하고 빠짐이 없다는 것! 각 장은 주요 병법의 주제를 원문 그대로 실었고, 그것을 역자가 정확히 번역하며 해석했다. 원문 해석의 뒤에는 해당 주제와 관련한 고사와 에피소드를 함께 엮어 고서가 가질 수 있는 지루함의 편견을 불식시킨다. 그만큼 읽기 쉽고 재미있어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빠르다.

'지피지기 백전불태' 는 많은 이들이 한 번쯤은 들어봤을 흔한 경구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결코 위태롭지 않다."

손자는 전쟁을 하기 전 적과 나를 아는 것이 필수적인 일임을 강조한다. 전쟁의 승패는 싸움의 주체가 누구인가를 아는가의 여부에 따라 갈린다. 그렇기에 명확한 자기 인식 속 타인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함부로 군사를 일으켜서는 안 된다.

태평양 전쟁 당시 미군은 나무로 만든 총을 갖고 싸운다는 어처구니없는 인식 속에서 겁도 없이 진주만을 폭격한 일본군의 오판이 일본 패망의 시작이 되었던 역사적 사실이 있다.

나와 타자에 대한 앎은 전쟁뿐 아니라 지금도 얽히고설킨 수많은 우리네 인간관계 속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사실이며 이는 <손자병법>이 시대를 넘어선 처세의 바이블임을 말해준다.

더불어 <손자병법>은 역설로 가득한 육각형 저작이다. 죽고 죽이는 전쟁을 가르치는 병법서이며 동시에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인과 도의 가르침을 설파한다. 그렇기에 본서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핵심과 원칙은 최소의 희생으로 온전한 결과를 이루어내는 '전('全)에 녹아있다.

전쟁을 하지 않고 이기는 모략의 추구, 불가피하게 전쟁을 했을 때는 가능한 많이 죽고 죽이지 않으며 승리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용병의 원칙 속에는 민초의 생명과 삶의 터전을 중시했던 손자의 애민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의 후반부에는 전략을 실전에 적용하는 상세한 전술의 항목이 가득하다. 부대를 운용하는 방법부터 전술 기동, 지형지물의 확보, 매복과 복병의 활용 등 진짜 싸움이 벌어졌을 때 효과적으로 전투를 수행하는 일종의 교전 교본이다.

전쟁의 명분은 대부분 탐욕에 기인한다. 정의로운 전쟁은 없다. 남의 것을 빼앗고 싶은 극강의 이기심과 끈적한 욕망이 전쟁을 부추긴다. 손자는 가능한 전쟁을 하지 않기를 바라며 병법서를 썼으니 이 또한 모순이다. 그러나 그의 사상이 노자의 도가 사상에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은 전쟁의 본질을 꿰뚫는 손자의 비범함을 증명한다.

무위자연으로 대변되는 노자의 도가 사상의 핵심은 탐욕과 욕심을 버리고, 자연의 원리에 순응하며 겸손히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인간다운 삶이라는 가르침이다.

더 많이, 더 높이, 더 유명하게를 외치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상처와 아픔을 주고, 돌이킬 수 없는 관계의 생채기를 낸다. 그렇기에 손자는 이런 통증의 세대 속 고통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다툼의 문제를 가능하면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한 고뇌 속 <손자병법>을 탄생시킨 것이 아닐까?

힘을 빼며 내려놓고 버릴 줄 알면 타인에게 아픔을 줄 일이 없다. 무언가를 자꾸 성취해야 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이 이웃의 심장에 못을 박는다.

인위적이며 작위적인 세상 속 노자의 사상이 짙게 깔린 <손자병법>은 그야말로 전쟁을 그치게 하기 위한 병법서이기에 모순이며 역설 가득한 저작이 맞다! 내포하는 의미가 다양하기에 읽는 관점도 다채로울 수밖에 없는 고전의 향기가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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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유성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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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몇 해 전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라는 제목부터가 섬찟한 책 한 권이 서점가에 작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책의 저자는 국내 최고의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다. 서울대에서만 들을 수 있는 명강의를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신선했지만 책의 제목은 독자의 호기심과 독서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예상은 적중했다.

시간이 흘러 또 한 권의 책이 출간되었는데 <시체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 유성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펴냄>는 유성호 교수가 수많은 시체를 부검하며 경험한 생존과 건강에 관한 금쪽같은 조언으로 가득한 저작이다.

보통 법의학이라는 생소한 분야는 사건, 사고를 수사하기 위해 시체를 부검하는 일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온전한 답도 아니다. 불의의 사건, 사고를 해결하기 위한 부검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사망했을 때도 사인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서 부검을 하는 경우도 많단다.

본서는 사건사고 현장에서 실려온 시체뿐 아니라 일반인들 가운데 질병과 안타까운 사고로 인해 사망한 시체의 부검을 하며 저자가 발견한 건강한 삶에 대한 귀중한 견해와 통찰을 엮었다.

책의 1부에서는 심장, 혈관, 뇌, 폐, 위, 소장, 대장, 간, 비장, 담낭, 췌장 등 인체의 다양한 장기가 어떻게 병들고 어떠한 기전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지를 명확하고 상세하게 설명하는 데 이를 읽는 독자에게는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올 여지가 충분하다.

평소에 큰 이상 신호가 없었기에 건강을 과신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비명횡사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유성호 교수를 부검대에서 만나는 평범한 시체들의 장기가 전하는 메시지는 가감이 없고, 매우 사실적이다.

그런데 저자가 만난 시체들이 가진 놀라울 정도의 공통점은 건강을 지키는 일에 있어서 너무나 소홀했던 고인들의 잘못된 생활습관이다.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하고, 땀흘려 운동하며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기본적인 생활습관만 지켰어도 부검대에서 시체와 부검의로서 만나지 않을 수 있었던 사람들을 마주하며 안타까움과 황망함을 토로하는 저자의 인간적 고뇌 또한 울림이 있다.

본서는 매 챕터를 시작하며 저자가 만난 실제 부검 케이스에 대한 스토리를 들려준다. 이는 대부분의 죽음이 지극히 평범한 이들에 관한 것임을 간접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죽음이 독자에게 있어 머나먼 이국의 언어가 아님을 환기한다.

즉, 당신도 건강을 맹신하며 건강관리를 소홀히 할 때 언제든 차가운 부검대에 누울 수 있는 죽음의 개연성을 갖는다는 메시지는 섬뜩하다.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은 단순히 법의학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대한 일반인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것도 아니며 건강에 대한 병적인 염려를 부추기려는 의도는 더욱 아니다.

일반인들이 간과하며 지나치는 스스로의 몸에 대한 최소한의 알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오늘보다 내일 더 활기차고 건강하게 살아가라는 석학의 진심이 담긴 메시지다.



책의 1부를 통해 인체의 다양한 장기에 대한 여러 사망 사례를 통해 어떻게 내 몸을 관리해야 할지에 대한 어느 정도의 맵이 그려졌다면 2부에서는 어떻게하면 죽지 않을 수 있을지에 대한 신박한 정보가 빼곡하다.

암, 술, 담배, 온도, 스테로이드, 다이어트 약과 같은 외재적 요인들이 갖는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2부의 지면을 가득 메운다. 술과 담배는 안 좋은 것이니 피하라는 단순히 상투적인 견해가 아니다.

그것들이 왜 건강에 해로운지에 대한 법의학자의 보다 과학적인 전문 지식이 동원된다. 당신의 몸을 알코올이 어떻게 잠식해 들어가고 있는지를 조목조목 짚어준다. 흡연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을 세밀하게 묘사하기에 편의점 담배 판매대에 붙어있는 단편적이면서도 공포스러운 금연 경고 사진은 비길 수가 없다.

한번 태어나서 한 평생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다가 크게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눈을 감는 것은 모두가 바라는 복이다. 그런데 누구나 이러한 삶의 모습을 꿈꾸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극심한 고통 가운데 살다가 지는 꽃잎처럼 스러져간다.

건강은 과신하거나 맹신할만한 주제가 못된다. 젊음은 활력 있는 미래를 보장하는 것 같지만 어디까지나 시한부적이다. 해를 거듭하며 세월의 훈장이 이마에 쌓이기 시작할 때 여기저기 건강의 적신호가 켜진다.

한번 잃어버린 건강을 회복하는 길은 건강을 유지할 때보다 몇 배는 더 힘들고 어렵다. 그렇기에 식상하지만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는 진리다. 본서의 저자 유성호 교수는 이 책의 독자들을 부디 부검대에서 만나지 않기를 바란다.

정직하게 반응하는 우리 몸이 보내는 메시지에 귀 기울일 때가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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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청소법 - 쓸고 닦고 버리고 정리하는 법
마스노 슌묘 지음, 장은주 옮김 / 유노책주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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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요즘 '미니멀 라이프' 가 대세다. 정말 필요한 물건만을 남겨두고 불필요하거나 당장 사용하지 않을 물건은 필요한 이들에게 주거나 처분함으로써 주변 삶을 간소화하고, 그로 인한 삶의 군더더기를 털어내어 인생을 라이트 하게 살자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대학생 시절 심플 라이프를 말씀하시며 청년들에게 '학도집'을 강조하셨던 목사님이 계셨다. '학도집'은 말 그대로 학교, 도서관, 집의 동선을 따라 심플한 삶의 패턴을 유지하라는 말이다. 수많은 약속과 모임, 과중한 업무와 학업 속 현대인들은 편히 쉴 수 있는 마음의 거처가 없다. 이러한 각박한 현실을 살아내는 현대인에게 이번에는 목사님이 아닌 스님이 전하는 심플 라이프의 담론을 책 한 권으로 만난다.

저자인 '마스노 순묘' 스님은 한 사찰의 주지이자 대학교수, 정원 디자이너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그런 그가 <스님의 청소법 / 마스노 순묘 지음 / 유노책주 펴냄>이라는 독특한 제목의 책을 냈다. 혹자는 청소를 하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며 그것을 청소법이라는 이름으로 책까지 출판했는가라고 의아해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은 책은 움켜쥐고 버릴 줄 모르는 현대인에게 비움의 미학을 가르쳐 주는 일종의 철학서와 같다.

저자는 책을 통해 청소의 정의를 내린다.


"청소란 더러움을 털어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당신의 마음을 닦는 것이다."


사찰 수행승들의 수행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청소 방법과 그 청소가 가지는 깊은 의미를 매우 간략하게 현대인의 언어로 풀어내는 고승의 가르침은 참으로 담백하다.

저자는 필요 없는 물건에 둘러싸인 방에서 살아가면 마음속에도 필요 없는 감정이나 피로가 쌓인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방을 청소하고 집안을 정리정돈하는 것은 단순히 더러운 것을 치우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지럽혀진 삶을 재정렬한다는 인생의 깊은 의미를 내포한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현대인은 정보가 너무 많아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거나 오히려 불안과 욕심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TV와 인터넷, SNS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수많은 정보의 파도는 현대인의 삶을 조용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물론 정보가 많아서 좋은 점도 있지만 선택해야 할 것과 소유해야 할 것을 알려주는 과다 정보의 홍수 속 현대인의 삶은 더욱더 피곤하고 피폐해져만 가는 것은 아닐까?

몇 해 전 TV를 통해 <손세이셔널>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적이 있다. 영국 프로 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대활약한 후 미국에서 성공적인 축구 인생을 이어가고 있는 월드클래스 축구선수 손흥민에 대한 다큐멘터리였다.

세계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들이 뛰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동양인으로서 단연코 두각을 드러내며 연일 전설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손흥민 선수의 피치 밖에서의 일상이 카메라에 담겨 무척 재미있게 시청한 기억이 있다.

그런데 다큐멘터리를 보며 큰 인사이트로 다가온 모습이 있었다. 다름 아닌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거액의 연봉을 수령하는 스타 선수의 집 내부였다. 휘황찬란하고 화려할 것 만 같았던 집안은 깔끔하게 정돈된 것 이상을 넘어 물건이 거의 없다. 정말 딱 필요한 물건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극강의 '미니멀 라이프' 그 자체다.

집안에 잡동사니를 싹 다 치운 장본인은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씨다. 손흥민 선수가 오로지 축구에만 전념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잡동사니가 없는 깔끔한 환경이 필요하다는 손웅정 씨의 지론에 의해 그의 집은 말 그대로 군더더기 없는 심플함의 극치였다.

학생도 책상과 공부방이 너저분하면 잡념이 떠오르고, 결코 학업에 집중할 수 없다. 딱 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처럼 비움의 미학과 철학을 저자는 오랜 수행의 결과로 체득한 것이고, 책을 통해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정리정돈된 환경을 통해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억측에 가까운 주장이 결코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니라고 믿는다. 소유에 집착하지 않고 과감히 버리거나 필요한 이들에게 주거나 하는 생활습관이 몸에 배면 자연스럽게 생활 전체가 가벼워진다. 어쩌면 현대인들의 고질적인 문제는 버리지 못하고 계속 움켜쥐고 있는 욕심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

필자 또한 이러한 불편한 진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들에게 방과 책상 정리의 잔소리를 시전하지만 정작 스스로는 버리지도 못하고 내려놓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저자는 행복에 이르는 길이 새로운 것을 얻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무언가를 내려놓는 것이라는 매우 단순한 진리를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손쉬운 방법이 내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는 일이다.

청소란 이렇게 단순히 먼지를 털어내는 일차원적 행위로서 그치는 것이 아닌 청소하는 사람의 마음을 닦아내며 삶의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는 그 이상의 깊은 의미를 포함하는 성스러운 그 무엇이다. 버리고 비울 때 비로소 보인다.

얽히고설킨 인간관계의 스트레스, 과중한 업무의 압박도 내 주변의 잡동사니를 치우고 청소하는 일련의 행위를 통해 자연스럽게 제 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버림과 비움의 미학이 가득한 순백의 책 한 권을 채움으로 가득한 일상에 찌든 모든 이들에게 기꺼이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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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에 대하여 (라틴어 원전 완역본) -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위한 세네카의 가르침 현대지성 클래식 67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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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헐적 폭발 장애라는 말이 있다. 분노조절장애와 비슷한 류다. 빈번하게 터지는 사회의 어처구니없는 사건 사고 중 다수가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들이다.

앞에 가는 차가 방향등을 켜지 않고 끼어들었다고 쫓아가서 기어코 보복 운전을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단지 잠깐 쳐다보았다는 이유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흉기를 동원하여 무차별 폭행하는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화를 참지 못하는 내면의 불안정함이 가득하다.

지금은 들끓는 분노와 공격적 성향으로 점철된 야만의 시대다. "어디 한번 걸려봐!" 착검을 한 채 지휘관의 돌격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참호 속 병사와 같이 호전적 기질로 똘똘 뭉친 세대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이다.

분노로 열병 난 세대 속 로마제국 제정 초기를 살다간 탁월한 철학자의 화에 대한 담론이 현대인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화에 대하여 /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 현대지성 펴냄>에는 스토아 철학자로서 '루키우스 세네카'가 저술한 대표적 산문 에세이 14편 중 정수라고 불릴만한 몇 편의 저작이 포함된다.

본서에는 '분노에 대하여', '관용에 대하여', '평정심에 대하여', '현자의 항상심에 대하여'까지 총 다섯 편의 세네카 저작이 실렸다.



네카 사유의 배경이 되는 스토아 철학의 핵심은 미덕에 대한 무한 신뢰이며 사랑이다. 악덕을 이길 수 있는 미덕에 대한 강조는 끝이 없다. 감정이 아닌 이성을 신뢰할 때 짐승에서 비로소 인간이 된다. 감정의 발생은 진리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며 진리에 대한 불완전한 이해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 거기에는 분노가 포함된다.

제대로 인식하지 못함으로 소리부터 지르고 본다. 그러나 스토아 철학은 인간의 영혼이 이성의 통제 하에서 평정심과 항상심을 유지하여 고결하며 고매한 성품의 향기를 발하도록 격려한다. 그렇기에 스토아 철학의 관점에서 분노란 자신과 주변의 환경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불완전한 개인의 이성이 쪼그라듦과 동시에 감정이 활개를 치는 것이다.

현실 정치 무대의 한가운데 서 있었던 세네카에게 물불을 가리지 않고 쏟아내는 분노는 악덕 그 자체인 반면 반역 죄인까지 용서하고 품어주는 통치자의 모습은 관용의 극치다. 힘을 가진 자가 베풀 수 있는 가장 큰 미덕은 바로 이성과 덕에 기인한 선정을 행함이다.

두번째 '평정심에 대하여'에서는 인간이 말 그대로 평화롭게 마음을 다스리며 평정심을 지킬 수 있는 방법에 관해 말한다. 무엇인가 끝을 내야 하는 극단의 논리가 아닌 중용의 길을 선택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흑백논리가 아닌 적절한 중용을 견지할 때 유연한 부드러움이 인간에게 평정심을 갖게 한다.

이어지는 '현자의 항상심에 대하여'는 운명을 거슬러 평온함을 유지하는 삶에 관한 사유다. 현대인의 마음속에는 거센 파도가 몰아친다. 아름답고 평온한 바다의 모습은 없다. 항상 비바람이 치고, 물결이 높다.

세네카는 현자라면 추구해야 할 삶의 태도를 말하는데 그것은 바로 다양한 세속적 사건과 소용돌이 속에서 감정을 절제하며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걷는 것이다. 마음의 동요와 기울어짐 없이 바람 한 점 없는 눈부신 바닷가와 같은 평온함을 마음속에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지혜 있는 자가 갖추어야 할 최고의 미덕이 아닐까?



마 5대 황제 네로의 스승으로 알려진 세네카는 로마제국의 처음부터 5명의 황제를 모시며 죽음의 위기와 정치적 성공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해야만 했던 인물이다.

이유 없이 광인처럼 분노하는 황제의 곁에서 분노의 본질을 말하고, 관용의 유익을 전하며 평정심과 항상심의 필요를 강조했던 이 스토아 철학자의 삶은 그야말로 영욕의 세월로 수놓아졌다.

미친 듯이 분노하는 네로 황제 곁에서 악덕으로서의 분노가 가지는 해악을 직접 깨달았을 저자는 분노의 폐해와 관용을 연결했고, 평정심과 흔들림 없는 삶을 강조했다.

감정이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작금의 시대 상황을 볼 때 본서의 출간은 참으로 시의적절하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분노하며 사람을 죽이는 이 미친 세상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무너진다. 작은 일 하나에 주변의 모든 것을 고사시키고도 남을 분노를 토사물처럼 쏟아뱉는 무뢰한들이 판을 치는 세상 속 적어도 인간답게는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도처가 분노의 지뢰밭이다. 밟으면 금세라도 터질 듯한 불안한 시대 속 참된 인간상을 구현코자 한다면 이 책은 당신을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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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스프링 스도쿠 : 초급·중급 (스프링) 탑스프링 스도쿠
브레이니 퍼즐 랩 지음 / 시간과공간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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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 시절 특별한 도구나 기구 없이도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았는데 현대 보드게임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빙고 게임이다.

가로 세로 25칸 속에 특정 주제의 단어를 무작위로 써놓고 가로 세로 대각선의 모든 방향으로 단어를 맞춰가는 빙고 게임은 오랜 시간 국민 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

빙고 게임은 여전히 종이와 펜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보드게임이지만 이후 스도쿠라는 게임은 또 다른 클래식 게임의 재미로 다가온다. 마치 가로세로 퍼즐 게임처럼 생겼지만 게임의 룰은 전혀 다르다.

게임을 풀어가는 주체도 다수의 사람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빙고와 달리 개인 혼자다. 스도쿠는 9칸씩 총 81칸으로 이루어진 정사각형 속 1에서 9까지의 숫자가 가로 세로 모두 겹치지 않고 한 번씩만 들어가야 한다는 다소 까다로운 룰이 존재한다.

그냥 얼핏 보면 숫자로 만들어가는 가로 세로 퍼즐 정도라고 생각하며 쉽게 접근하지만 막상 풀이를 시작했을 때 점차 미궁 속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그만큼 풀이가 쉽지 않다.



얼마 전 우리 집 2호가 학교에서 스도쿠 문제지 1장을 받아왔다. 혼자 연필을 쥐고 골똘히 생각하며 문제를 푸는 아이를 지켜보며 스도쿠가 남녀노소 모두에게 엄청난 집중력을 요구하는 게임임을 확인한다.

이후 스도쿠 하나를 온전히 풀어낸 후 느끼는 그 성취감에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스도쿠 문제집을 떠올렸고, <탑스프링 스도쿠 초급X중급 / 브레이니 퍼즐 랩 지음 / 시간과공간사 펴>를 만난다.

시간과공간사에서 출간된 <탑스프링 스도쿠>는 초급중급과 고급특급 버전 두 개로 나눠져 있다. 2호가 아직 어리기에 당연히 초중급 버전을 선택했는데 본서에는 약 150개의 문제가 실렸다.

본서를 펼치면 스도쿠 게임의 유래와 역사, 간단한 게임룰이 실려있고, 곧이어 81개의 정사각형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플레이어는 빈칸에 들어갈 숫자를 추리하며 하나씩 풀어 나가야 하는 총체적 두뇌게임에 빠져든다.

책의 말미에 150개 문항의 정답을 실어놓았기에 자신의 실력을 곧바로 확인해 볼 수 있는 것도 책이 가진 편리성이다.

또한 탑스프링이라는 책의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책의 위쪽을 스프링 제본 형식으로 제작하여 옆으로 넘기는 일반적인 제본 형태에서 왼쪽 페이지의 문제 풀이 시 겪게 되는 필기의 어려움을 해소토록 만들었다.



책이 도착한 후 아이가 매우 좋아했다. 곧장 앉아서 문제 풀이에 들어간다. 연신 어렵다는 말을 탄식처럼 내뱉지만 이내 숫자의 세계 속으로 빠져 말수가 줄어들고 연필 사각거리는 소리와 숨소리만 들린다.

불규칙적으로 보이는 숫자의 향연 속 질서를 찾아가는 모습이 제법 진지하다. 스마트폰에 도둑질 당한 우리 아이들의 집중력 회복에 스도쿠 게임만 한 것이 없다. 죽고 죽이는 스마트폰 게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건강함이 전해진다.

현대인은 잠시 동안의 침묵도 견디기 힘들어한다. 뭔가를 끊임없이 해야 하고, 뭔가를 끊임없이 보아야만 한다. 고요히 앉아서 뭔가에 집중하며 한다는 것 자체가 현대인에게는 고문이다. 그만큼 짧아진 주의 집중력의 소환은 극한의 고통을 가져오는 경험이다.

스도쿠는 어쩌면 이런 현대인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게임임이 분명하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몇 시간을 훌쩍 흘려보내는 것은 일도 아닌 세대에게 스도쿠 게임은 흥미를 끌지 못한다.

하지만 우연히 접한 스도쿠 문제지 한 장을 집에 가져와서 붙잡고 씨름하는 아이의 모습 속에서 그 옛날 전철에서 누군가 자리에 두고 내린 신문에 실린 가로 세로 퍼즐을 풀려고 애쓰는 필자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집중력은 의지에 있음을 확인한다.

스도쿠는 무작정 달려든다고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분명 재미를 보장하지만 논리와 수에 대한 질서와 체계를 이해하는 기본적인 능력이 플레이어의 의지와 콜라보 되어야지만 진행될 수 있는 브레인스토밍 게임이다.

도전적 의지를 가지고 달라붙어보자! 무엇인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81칸의 정사각형 무대를 통해 뿜어져 나올 것이다. 답은 정해져 있지만 그 답을 찾아서 질서 있게 배열하는 능동적 행위 속에서 두뇌는 깨어나고, 의지는 빛을 발할 것이다.

연일 날씨가 무덥다. 아이들은 방학을 했고, 여전히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덥고 무료하다.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으로 향하는 관심을 끊고 이제는 <탑스프링 스도쿠 초급X중급>을 집어 들자. 책을 펼치는 순간 우리는 한 손에 연필을 들고 무질서한 숫자의 향연 속에 질서를 부여하는 작은 희열을 맛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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