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스프링 스도쿠 : 초급·중급 (스프링) 탑스프링 스도쿠
브레이니 퍼즐 랩 지음 / 시간과공간사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 시절 특별한 도구나 기구 없이도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았는데 현대 보드게임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빙고 게임이다.

가로 세로 25칸 속에 특정 주제의 단어를 무작위로 써놓고 가로 세로 대각선의 모든 방향으로 단어를 맞춰가는 빙고 게임은 오랜 시간 국민 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

빙고 게임은 여전히 종이와 펜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보드게임이지만 이후 스도쿠라는 게임은 또 다른 클래식 게임의 재미로 다가온다. 마치 가로세로 퍼즐 게임처럼 생겼지만 게임의 룰은 전혀 다르다.

게임을 풀어가는 주체도 다수의 사람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빙고와 달리 개인 혼자다. 스도쿠는 9칸씩 총 81칸으로 이루어진 정사각형 속 1에서 9까지의 숫자가 가로 세로 모두 겹치지 않고 한 번씩만 들어가야 한다는 다소 까다로운 룰이 존재한다.

그냥 얼핏 보면 숫자로 만들어가는 가로 세로 퍼즐 정도라고 생각하며 쉽게 접근하지만 막상 풀이를 시작했을 때 점차 미궁 속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그만큼 풀이가 쉽지 않다.



얼마 전 우리 집 2호가 학교에서 스도쿠 문제지 1장을 받아왔다. 혼자 연필을 쥐고 골똘히 생각하며 문제를 푸는 아이를 지켜보며 스도쿠가 남녀노소 모두에게 엄청난 집중력을 요구하는 게임임을 확인한다.

이후 스도쿠 하나를 온전히 풀어낸 후 느끼는 그 성취감에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스도쿠 문제집을 떠올렸고, <탑스프링 스도쿠 초급X중급 / 브레이니 퍼즐 랩 지음 / 시간과공간사 펴>를 만난다.

시간과공간사에서 출간된 <탑스프링 스도쿠>는 초급중급과 고급특급 버전 두 개로 나눠져 있다. 2호가 아직 어리기에 당연히 초중급 버전을 선택했는데 본서에는 약 150개의 문제가 실렸다.

본서를 펼치면 스도쿠 게임의 유래와 역사, 간단한 게임룰이 실려있고, 곧이어 81개의 정사각형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플레이어는 빈칸에 들어갈 숫자를 추리하며 하나씩 풀어 나가야 하는 총체적 두뇌게임에 빠져든다.

책의 말미에 150개 문항의 정답을 실어놓았기에 자신의 실력을 곧바로 확인해 볼 수 있는 것도 책이 가진 편리성이다.

또한 탑스프링이라는 책의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책의 위쪽을 스프링 제본 형식으로 제작하여 옆으로 넘기는 일반적인 제본 형태에서 왼쪽 페이지의 문제 풀이 시 겪게 되는 필기의 어려움을 해소토록 만들었다.



책이 도착한 후 아이가 매우 좋아했다. 곧장 앉아서 문제 풀이에 들어간다. 연신 어렵다는 말을 탄식처럼 내뱉지만 이내 숫자의 세계 속으로 빠져 말수가 줄어들고 연필 사각거리는 소리와 숨소리만 들린다.

불규칙적으로 보이는 숫자의 향연 속 질서를 찾아가는 모습이 제법 진지하다. 스마트폰에 도둑질 당한 우리 아이들의 집중력 회복에 스도쿠 게임만 한 것이 없다. 죽고 죽이는 스마트폰 게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건강함이 전해진다.

현대인은 잠시 동안의 침묵도 견디기 힘들어한다. 뭔가를 끊임없이 해야 하고, 뭔가를 끊임없이 보아야만 한다. 고요히 앉아서 뭔가에 집중하며 한다는 것 자체가 현대인에게는 고문이다. 그만큼 짧아진 주의 집중력의 소환은 극한의 고통을 가져오는 경험이다.

스도쿠는 어쩌면 이런 현대인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게임임이 분명하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몇 시간을 훌쩍 흘려보내는 것은 일도 아닌 세대에게 스도쿠 게임은 흥미를 끌지 못한다.

하지만 우연히 접한 스도쿠 문제지 한 장을 집에 가져와서 붙잡고 씨름하는 아이의 모습 속에서 그 옛날 전철에서 누군가 자리에 두고 내린 신문에 실린 가로 세로 퍼즐을 풀려고 애쓰는 필자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집중력은 의지에 있음을 확인한다.

스도쿠는 무작정 달려든다고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분명 재미를 보장하지만 논리와 수에 대한 질서와 체계를 이해하는 기본적인 능력이 플레이어의 의지와 콜라보 되어야지만 진행될 수 있는 브레인스토밍 게임이다.

도전적 의지를 가지고 달라붙어보자! 무엇인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81칸의 정사각형 무대를 통해 뿜어져 나올 것이다. 답은 정해져 있지만 그 답을 찾아서 질서 있게 배열하는 능동적 행위 속에서 두뇌는 깨어나고, 의지는 빛을 발할 것이다.

연일 날씨가 무덥다. 아이들은 방학을 했고, 여전히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덥고 무료하다.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으로 향하는 관심을 끊고 이제는 <탑스프링 스도쿠 초급X중급>을 집어 들자. 책을 펼치는 순간 우리는 한 손에 연필을 들고 무질서한 숫자의 향연 속에 질서를 부여하는 작은 희열을 맛볼 수 있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믿음으로 정면 승부
이정현 지음 / 생명의말씀사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교회 주일학교가 사라지고 있다. 이제 주변에서 주일학교가 없는 교회를 찾아보기가 어렵지 않다. 출산율 저하로 인해 학령인구가 감소되었기에 그렇다고 애써 이유를 찾지만 필경 출산율의 문제만은 아니다.

어린아이들과 청소년들,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교회 주일학교의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한국교회는 중장년, 노인으로만 구성된 기형적 모습으로 변해갈 것이 뻔하다.

<믿음으로 정면승부 / 이정현 지음 / 생명의말씀사 펴냄>는 한국교회 주일학교 위기론 속에서 탄생한 신작이다. 저자인 이정현 목사는 중소도시 군산에서 주일학교 부흥이라는 주목할 만한 열매를 맺은 청소년 전문 사역자다.

지금은 서울의 청암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하여 그곳에서도 하나님께서 교회와 함께하시는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도 흔들림 없이 무감각한 요지부동의 세대가 바로 10대 청소년들이다. 그래서 각 교회의 청소년부서는 기피 대상 1호이며 청소년부 담당 사역자들의 노고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마치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고 애곡해도 울지 않는 세대가 청소년들을 가리키는 말 같다. 그래서 교회는 이러한 청소년들을 위해 뭔가 충격적이고 흥미로운 프로그램들을 도입한다. 하지만 처음에만 반짝일 뿐 결과는 항상 초라하다.

<믿음으로 정면승부>는 책의 제목과 같이 마른 장작 같은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믿음임을 말한다. 화려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은 오답임이 밝혀졌다. 저자는 오직 믿음으로 정면 승부하는 길만이 청소년부의 질적, 양적 부흥의 정답임을 강조한다.

저자가 믿음으로 정면 승부하여 엄청난 열매를 맺었기에 자연스레 수긍하게 된다.

책은 총 세 파트로 나뉜다. 첫 번째는 현재 한국교회 주일학교의 비참한 현실을 정직하게 직시하며 진단한다. 주일예배 시간이 학원 시간과 겹치면 웬만한 부모들은 자녀들을 학원으로 밀어낸다. 특히 시험 기간에는 여지가 없다.

내 자녀가 공부를 잘해서 명문 대학에 들어가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성공하여 돈 많이 버는 것이 하나님을 신실하게 믿고 따르는 삶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가 지금의 부모 세대다.

믿음 없는 부모는 더 믿음 없는 자녀들을 양산하며 졸업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교회를 떠난다. 다음 세대를 하나님을 모르는 '다른 세대' 되게 만드는 원인은 가정에 있다.

2장에서는 문제를 진단한 후 저자가 직접 실행하고 경험한 믿음의 승부 방법이 제시된다. 기본으로 돌아가기를 통해 매일 기도, 매일 성경 읽기 3장, 매일 묵상이라는 너무나 단순하여 간과했던 신앙 훈련을 루틴으로 시작했다. 이것은 청소년부뿐만 아니라 청년부에게도 동일한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마지막 장은 현재 저자가 부임한 76년 전통을 가진 청암교회의 영적 쇄신에 대한 스토리다. 은혜와 깊이 있는 말씀, 진실한 기도, 양육 훈련이 뒤따르자 고착화된 것 같았던 기성세대의 신앙 또한 변화되기 시작했다.



170여 페이지의 짧은 책이기에 앉은 자리에서 완독했다. 하지만 줄기차게 밑줄을 그었을 정도로 책이 가진 내용은 가볍지 않다. 필자 또한 외계인이라 불리는 청소년들과 함께하고 있기에 저자가 들려주는 주일학교 성장의 솔루션이 피부에 와닿는다.

신앙의 기본기가 없으면 작은 시련과 고난 앞에서도 버티고 견뎌낼 수 있는 내적 힘이 없기에 여지없이 무너진다. 이는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마찬가지다.

저자는 신앙의 기본기를 말씀과 기도로 보았다. 그리고 이것이 하나님을 참되게 예배하는 시간 속에서 꽃피울 때 성도의 신앙은 영양분을 공급받고 자라는 나무와 같이 건강하게 자라간다. 굳건하게 뿌리를 내린 나무는 태풍이 몰아쳐도 흔들림이 없다.

양적 성장이 곧 부흥은 아니다. 다만 질적 성장과 양적 성장의 열매를 균형 있게 맺고 싶은 마음은 모든 청소년부 사역자들의 꿈이며 소망이다.

이 책은 오늘도 매주일 만나는 청소년부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하나님을 더 뜨겁게 사랑하며 그들의 인생을 향한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을 성취하는 삶을 살아가게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기도하는 이 땅의 수많은 청소년 사역자들에게 깊은 통찰과 도전으로 다가온다.

청소년부 사역은 뭘 해도 안된다는 패배감에서 벗어나 다니엘과 세 친구와 같은 믿음의 세대를 일으키길 소망한다면 이 책은 그 해답을 알려준다.

주일 아침잠이 덜 깬 아이들에게 어정쩡한 개그와 잡다한 세상의 가십거리는 관심 밖이다. 생기 없는 이들에게 다가가 불을 붙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그것은 오직 믿음으로 정면 승부하는 길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지프 신화 - 부조리에 대한 시론 현대지성 클래식 66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상은 정녕 살만한 곳인가? 인류가 존재해 온 이래 인간의 삶이 살만했던 적이 과연 있었을까? 여전히 "죽겠다! 못 살겠다!"와 같은 단말마적 외침이 가득하기에 살 만큼 녹녹했던 시절을 떠올려보려 해도 딱히 생각나는 때는 없다.


이처럼 우리네 삶은 항상 팍팍했고, 모질기만 했다. 오늘도 피로에 절은 육체를 침상으로부터 들어 올려 밥벌이의 최전선으로 나아가야 하는 현대인의 형상은 귀환을 기대할 수 없는 마지막 백병전을 치르기 위해 나아가는 병사들의 암울한 모습 그 자체다.


그런데 태어났기에 살아내야 하는 인간의 보편적 운명을 어떠한 시각과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한 권의 책 속에서 발견한다.



<시지프 신화 / 알베르 카뮈 지음 / 현대지성 펴냄>는 전작 <이방인>에서 '뫼르소'라는 인물을 통해 부조리한 세상의 작위성을 고발했던 프랑스의 작가 '알베르 카뮈'가 펴낸 철학적 시론이다.


카뮈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시지프 이야기를 통해 세상이 담지한 부조리적 삶의 의미를 개별적 인간이 추구해야 할 삶의 양식으로 결연시키는 그만의 철학적 작업을 해나간다.


시지프는 올림포스 신들의 심기를 건드려 골짜기에 있는 거대한 바위를 어깨에 짊어지고, 산정에 올려놓아야 하는 신벌을 받는다. 갖은 고생을 하며 바위를 정상에 올려놓은 순간 바위는 다시 골짜기 아래로 굴러떨어진다. 시지프는 다시 골짜기로 내려가 바위를 짊어지고, 산정을 향해 비탈을 오른다.


루프와 같은 무한 반복의 무의미한 작업이 시지프에게 내려진 벌이자 삶이다. 하지만 시지프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무한 반복의 신벌을 감당함으로서 닥친 운명을 능동적으로 받아내는 진취적 인간상을 구현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카뮈의 <시지프 신화>를 재미있는 이야기책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독자는 본서를 펼치기 전 책의 주제를 이루는 '부조리'에 대한 개념 습득이 필요하다. 부조리의 사전적 의미는 이치에 맞지 않는 것, 합리적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카뮈가 책에서 밝혀나가는 부조리의 감정은 인간의 이성과 세계의 침묵이 충돌할 때 발생한다. 인간은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삶의 참된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끝없이 몸부림 친다.


그러나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상은 그 의미에 대해 침묵한다. 그렇기에 인간은 오늘도 여전히 쳇바퀴 돌듯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낼 수밖에 없다.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없고 무의미하다면 정답은 자살밖에 없다고 말하지만 그것 또한 완벽한 해답이 아니다. 오히려 반복되는 시간 속 그 나름의 의미를 찾고 주어진 삶 속에서 목적과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자살보다 더 현명하다.


더불어 카뮈는 희망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사람들은 자살이 아닌 다른 출구를 찾으려 하다가 어떠한 희망을 발견하는데 그것이 바로 종교다. 카뮈의 표현을 빌리자면 종교가 말하는 내세에 대한 희망은 주어진 삶에 대한 직면을 거부케하는 일종의 회피 행위라는 것.


그렇기에 결국 인생의 의미를 찾다가 좌절하여 자살하거나 종교라는 희망으로 회피하는 것은 나약한 인간에게나 어울릴법한 일이다. 인간은 시지프와 같이 무의미하고 절망적인 순간의 반복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낼 만한 가치있는 삶을 인식하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갈 때 참다운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



인간 이성에 대한 무한 신뢰가 팽배했던 20세기 초중반에 1, 2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 악을 맞닥뜨린 인류에게 세상은 부조리의 전형이다. 서로를 증오하며 어떻게 하면 상대를 가장 끔찍한 방법으로 고사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천착했던 시대 속 카뮈라는 지성은 부조리를 직면하는 가운데 생의 의미를 재고했다.


본서는 갑갑한 현실, 끝없이 반복되며 순환되는 뫼비우스띠와 같은 일상의 현장 속 오늘의 독자에게 인생의 주체성과 삶을 능동적으로 관조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전수한다. 삶은 포기하거나 회피하기에는 너무나 고귀하다.


그렇기에 삶을 포기하거나 그곳에서 도망치지 말고 오히려 굳건히 맞서라! 부조리한 세상은 어차피 답을 주지 않기에 정답을 완성해가는 것은 오로지 인간 스스로에게 던져진 숙제다.


<시지프 신화>는 세상을 원망하고, 부모와 환경을 탓하며 인생을 허비하는 세대에게 생의 참다운 의미를 숙고토록 하며 자신을 성찰하고, 내면의 견고함을 쌓도록 격려한다. 인생은 살아가야 할 이유가 포기해야 할 이유보다 더 많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키케로 의무론 (라틴어 원전 완역본) -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현대지성 클래식 61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흔히 권리를 주장하기 전에 당신의 의무를 다하라고들 말한다. 의무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인가 당위적으로 해야 하는 어떠한 행위이며 삶의 정제된 태도다. 그러나 의무의 의미가 조금 다른 관점에서 해석된 저작이 있다.

<키케로 의무론 /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지음 / 현대지성 펴냄>에서 로마 공화정 말기를 살다간 위대한 철학자이며 정치가인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는 우리가 흔히 아는 작위적 강제성을 내포한 의무와는 다른 의미를 갖는 의무론을 설파한다.

본서는 총 3권으로 나뉜다. 1권에서는 도덕적 올바름에 대해 논하며 2권에서는 유익함을 말한다. 마지막 3권은 도덕적 올바름과 유익함의 상충에 관한 키케로의 논지다.

키케로는 의무를 도덕적 올바름의 관점에서 해석하는데 이는 지혜, 정의, 용기, 적절함의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인간은 자신의 행위를 도덕적 올바름 가운데서 행할 수도 있고, 욕심과 이기적 욕망에서 비롯된 그릇됨 속에서 행할 수도 있다.



가령 통돼지 바비큐를 만들어 파는 상인이 있다고 하자! 양질의 돼지고기를 가져오는데 50만 원이 소요되고 이것을 요리하여 팔면 100만 원의 이득을 올릴 수 있다. 반면 항생제를 잔뜩 맞아 이곳저곳에 누런 고름이 낀 저품질의 돼지고기를 단돈 15만 원에 가져와서 100만 원의 이윤을 남길 수도 있다.

어차피 바비큐로 요리하면 손님들은 고기의 출처를 알 수 없다. 맛이나 빛깔 면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 상인에게는 도덕적 올바름 속에서 양질의 고기를 갖다 팔아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의 사적 유익을 취하기 위해서 항생제에 쩔은 저품질 고기를 가져다 팔 수도 있는 선택권이 있다.

공적인 정의와 사적인 유익은 반드시 충돌하게 되어있다. <키케로 의무론>에서는 이 두 가지의 가치가 불꽃을 튀며 상충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의아하게도 그것이 완전한 반목 가운데 있지 않다.

본서의 3부에서는 바로 이와 같은 가치 체계의 부딪힘을 상세하게 묘사한다. 손님을 속이고 판매를 하면 분명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정직하게 장사를 한다면 남들과 동일하거나 어쩌면 남들보다 적은 수입을 올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상인의 도덕적 올바름에 기초한 의무는 정직하게 장사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 그에게 유익한 일이 될 수 없다.

그러나 키케로는 본서를 통해 얼핏 보면 정면으로 상충되는 도덕적 올바름과 사적인 유익함의 부침이 결코 상반되는 결과를 낳는 것이 아님을 역설한다. 위대한 철학자의 관점은 도덕적 올바름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양심을 따르고 정의를 지키기로 결정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올바른 삶이며 그것이 곧 그 사람에게는 유익함 그 자체라는 것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의무를 이해하는 가의 여부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바르게 해석하고 삶의 영역 속에서 정당하게 풀어내야 한다. 이것을 하지 못한다면 인간은 짐승보다 못한 존재다.



공화정 체제의 로마는 귀족과 평민의 끊임없는 견제와 갈등이 상존했던 시대다. 주변 도시국가들에 대한 다양한 정복 전쟁을 통해 로마는 수많은 속주를 만들어 내었고, 그 속에서 엄청난 양의 재물을 축적했으며 많은 전쟁 포로들을 노예로 삼았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는 대부분 귀족들에게 돌아갔으며 엄청난 부를 축적한 귀족들과는 달리 평민들은 상대적 빈곤 속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국가 체제 자체가 가진 모순이 당시 로마 공화정의 민낯이다. 키케로는 이러한 로마 사회의 불합리함과 부조리, 정의롭지 못한 부덕함에 대해 의무론을 통해 신랄하게 비판한다.

리더들은 어떻게든 더 가지려고 미친 듯이 몸부림친다. 자신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서 민초들의 고혈을 짠다. 도덕적 올바름에 기초한 바른 의무를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비극이다. <키케로 의무론>이 시대적 적실성을 갖는 이유는 지금의 시대가 바로 로마 공화정의 때와 소름 끼치도록 동일하기에 그렇다.

바른 의무를 이해하는 것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것이다. 도덕적으로 올바른 행위는 분명 그것을 받아 실천하는 이의 삶에 있어서는 유익함이 맞다. 양질의 고기를 사다가 파는 행위는 도덕적 올바름에 기초한 선택이며 그것은 그에게 더 큰 금전적 유익을 보장하지 않지만 바른 인간으로서 살아가도록 인도하는 데 있어서는 확실히 유익한 삶의 태도다.

도덕적으로 올바른 삶을 추구하라! 그것이 곧 유익한 삶이다! 시대의 지성이 남긴 여운이 제법 깊은 고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IB로 대학 가다 - 세계적 명문대에 진학한 남매와 제자들의 확실한 성공 비결
이미영 지음 / 학지사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놀이터에 아이들이 없다. 학교를 마친 아이들 대부분이 학원을 가기에 그렇다. 한창 뛰어놀아야 할 시기에 기본적으로 3~4개의 학원을 소화해 내야 하는 이 시대 대한민국 아이들의 자화상이다.

옆 친구가 함께 협력할 대상이 아닌 내가 더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밀어내야 하는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교육 구조가 지금의 대한민국을 경제 강국으로 만들었다. 땅덩어리는 작고, 천연자원은 희소한 분단된 나라가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자구책은 사람이다.

무서운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는 소위 가진 이들의 자녀들은 사교육의 시혜로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부를 대물림한다. 반면 다수의 평범한 가정의 자녀들은 상대적 학업의 열세를 느끼며 가난을 대물림 받는 사회적 양극화의 골은 깊어만 간다.

줄 세우기 교육의 부작용이 사회 곳곳에서 곪아 터진 상처처럼 터져 나오는 가운데 새로운 대안에 대한 성찰의 목소리 또한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과연 대한민국 공교육 회복의 묘수는 없는가? <IB로 대학 가다 / 이미영 지음 / 학지사 펴냄>는 바로 이와 같은 물음에 대한 답으로 가득한 책이다.

IB를 말하면 여전히 많은 이들이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을 떠올린다. IB는 International Baccalaureate의 약자다. 국제 바칼로레아는 1968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설립된 비영리 교육재단에서 시작된 교육 프로그램이다.

IB 교육이 추구하는 목표는 무한 경쟁으로 옆 친구를 밟고 일어나야지만 성공하는 구조의 대한민국이 표방하는 비인간적 교육 목표와는 달리 다른 문화와 사람들을 존중하며 함께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지식과 탐구심, 배려심 많은 전인적 바른 인간상 구현이다.

이 책은 싱가포르 국제 학교에서 IB 한국어 교사로 일하고 있는 현직 교사가 IB 교육 문외한들에게 IB 교육의 장점을 소개한다. 단순히 IB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나열이 아닌 저자와 두 자녀가 함께 경험한 IB 교육의 생생한 현장 스토리를 통해 대한민국 공교육의 문제와 대안으로서의 IB 교육의 필요성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생각거리로 가득하다.



책은 먼저 저자가 싱가포르로 이민을 떠나면서부터 시작된다. 우여곡절 끝에 싱가포르에 안착한 저자의 가정이 IB를 만나게 되고, IB 국제 학교의 한국어 교사가 되면서 경험한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진부함 없이 진솔하게 다가온다.

그러면서 그 안에는 한국의 학부모에게 낯선 IB 교육 시스템의 철학이 잔잔하게 녹아있기에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IB 교육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에 충분하다. 더불어 IB를 통해 공부하여 세계 유수의 명문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의 수기와 그러한 자녀들을 둔 학부모들의 수기가 IB 교육이 가진 잠재력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돕는다.

IB는 초, 중, 고교의 전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본서에는 초, 중, 고교 시절을 IB에서 공부한 학생들의 직접적인 경험담이 실려있다. 이는 IB 교육 시스템에 대한 막연한 오해를 불식 시켜주기에 충분하다.

더불어 IB 교육 철학과 프로그램의 개념을 소개하는 마지막 챕터를 통해 "도대체 그렇게 좋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IB 교육이 뭐야?"라는 독자의 예상 물음에 친절하게 답변한다.

교사 중심의 일방적이고 막연한 주입식과 암기식 학습법으로 대변되는 대한민국 공교육의 현실은 1%의 기득권층을 생산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나머지 99%는 대학 입학이라는 경쟁에서 도태되어 상위 1%를 위해 헌신하며 사회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지탱하는 일개미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소시민들이다.

IB가 가진 교육 철학의 매력은 이러한 불공평하고 비인간적인 사회 시스템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모든 아이들이 자기주도적 학습을 통해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성을 함양하며 함께하는 동료를 진정한 친구로 여기며 공부하도록 격려한다. 이러한 IB 교육은 이미 전 세계가 인정했고, 세계 유수의 명문 대학이 IB 출신들을 격하게 환영하는 이유다.

지옥 같은 12년의 학창 시절을 맛보았기에 필자의 아이들에게 여전히 변치 않는 지옥을 맛보게 하고 싶지 않았다. <IB로 대학 가다>를 통해 IB 학교에 가게 될 아이들을 위해 선행 학습을 하게 된 시간이 너무나 소중했다.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들이 서로를 죽여 그 핏값으로 성공을 보장받는 '오징어 게임'같은 교육 시스템에서 하루 속히 자유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본서를 강력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