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으로 정면 승부
이정현 지음 / 생명의말씀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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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주일학교가 사라지고 있다. 이제 주변에서 주일학교가 없는 교회를 찾아보기가 어렵지 않다. 출산율 저하로 인해 학령인구가 감소되었기에 그렇다고 애써 이유를 찾지만 필경 출산율의 문제만은 아니다.

어린아이들과 청소년들,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교회 주일학교의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한국교회는 중장년, 노인으로만 구성된 기형적 모습으로 변해갈 것이 뻔하다.

<믿음으로 정면승부 / 이정현 지음 / 생명의말씀사 펴냄>는 한국교회 주일학교 위기론 속에서 탄생한 신작이다. 저자인 이정현 목사는 중소도시 군산에서 주일학교 부흥이라는 주목할 만한 열매를 맺은 청소년 전문 사역자다.

지금은 서울의 청암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하여 그곳에서도 하나님께서 교회와 함께하시는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도 흔들림 없이 무감각한 요지부동의 세대가 바로 10대 청소년들이다. 그래서 각 교회의 청소년부서는 기피 대상 1호이며 청소년부 담당 사역자들의 노고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마치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고 애곡해도 울지 않는 세대가 청소년들을 가리키는 말 같다. 그래서 교회는 이러한 청소년들을 위해 뭔가 충격적이고 흥미로운 프로그램들을 도입한다. 하지만 처음에만 반짝일 뿐 결과는 항상 초라하다.

<믿음으로 정면승부>는 책의 제목과 같이 마른 장작 같은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믿음임을 말한다. 화려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은 오답임이 밝혀졌다. 저자는 오직 믿음으로 정면 승부하는 길만이 청소년부의 질적, 양적 부흥의 정답임을 강조한다.

저자가 믿음으로 정면 승부하여 엄청난 열매를 맺었기에 자연스레 수긍하게 된다.

책은 총 세 파트로 나뉜다. 첫 번째는 현재 한국교회 주일학교의 비참한 현실을 정직하게 직시하며 진단한다. 주일예배 시간이 학원 시간과 겹치면 웬만한 부모들은 자녀들을 학원으로 밀어낸다. 특히 시험 기간에는 여지가 없다.

내 자녀가 공부를 잘해서 명문 대학에 들어가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성공하여 돈 많이 버는 것이 하나님을 신실하게 믿고 따르는 삶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가 지금의 부모 세대다.

믿음 없는 부모는 더 믿음 없는 자녀들을 양산하며 졸업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교회를 떠난다. 다음 세대를 하나님을 모르는 '다른 세대' 되게 만드는 원인은 가정에 있다.

2장에서는 문제를 진단한 후 저자가 직접 실행하고 경험한 믿음의 승부 방법이 제시된다. 기본으로 돌아가기를 통해 매일 기도, 매일 성경 읽기 3장, 매일 묵상이라는 너무나 단순하여 간과했던 신앙 훈련을 루틴으로 시작했다. 이것은 청소년부뿐만 아니라 청년부에게도 동일한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마지막 장은 현재 저자가 부임한 76년 전통을 가진 청암교회의 영적 쇄신에 대한 스토리다. 은혜와 깊이 있는 말씀, 진실한 기도, 양육 훈련이 뒤따르자 고착화된 것 같았던 기성세대의 신앙 또한 변화되기 시작했다.



170여 페이지의 짧은 책이기에 앉은 자리에서 완독했다. 하지만 줄기차게 밑줄을 그었을 정도로 책이 가진 내용은 가볍지 않다. 필자 또한 외계인이라 불리는 청소년들과 함께하고 있기에 저자가 들려주는 주일학교 성장의 솔루션이 피부에 와닿는다.

신앙의 기본기가 없으면 작은 시련과 고난 앞에서도 버티고 견뎌낼 수 있는 내적 힘이 없기에 여지없이 무너진다. 이는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마찬가지다.

저자는 신앙의 기본기를 말씀과 기도로 보았다. 그리고 이것이 하나님을 참되게 예배하는 시간 속에서 꽃피울 때 성도의 신앙은 영양분을 공급받고 자라는 나무와 같이 건강하게 자라간다. 굳건하게 뿌리를 내린 나무는 태풍이 몰아쳐도 흔들림이 없다.

양적 성장이 곧 부흥은 아니다. 다만 질적 성장과 양적 성장의 열매를 균형 있게 맺고 싶은 마음은 모든 청소년부 사역자들의 꿈이며 소망이다.

이 책은 오늘도 매주일 만나는 청소년부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하나님을 더 뜨겁게 사랑하며 그들의 인생을 향한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을 성취하는 삶을 살아가게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기도하는 이 땅의 수많은 청소년 사역자들에게 깊은 통찰과 도전으로 다가온다.

청소년부 사역은 뭘 해도 안된다는 패배감에서 벗어나 다니엘과 세 친구와 같은 믿음의 세대를 일으키길 소망한다면 이 책은 그 해답을 알려준다.

주일 아침잠이 덜 깬 아이들에게 어정쩡한 개그와 잡다한 세상의 가십거리는 관심 밖이다. 생기 없는 이들에게 다가가 불을 붙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그것은 오직 믿음으로 정면 승부하는 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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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 신화 - 부조리에 대한 시론 현대지성 클래식 66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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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상은 정녕 살만한 곳인가? 인류가 존재해 온 이래 인간의 삶이 살만했던 적이 과연 있었을까? 여전히 "죽겠다! 못 살겠다!"와 같은 단말마적 외침이 가득하기에 살 만큼 녹녹했던 시절을 떠올려보려 해도 딱히 생각나는 때는 없다.


이처럼 우리네 삶은 항상 팍팍했고, 모질기만 했다. 오늘도 피로에 절은 육체를 침상으로부터 들어 올려 밥벌이의 최전선으로 나아가야 하는 현대인의 형상은 귀환을 기대할 수 없는 마지막 백병전을 치르기 위해 나아가는 병사들의 암울한 모습 그 자체다.


그런데 태어났기에 살아내야 하는 인간의 보편적 운명을 어떠한 시각과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한 권의 책 속에서 발견한다.



<시지프 신화 / 알베르 카뮈 지음 / 현대지성 펴냄>는 전작 <이방인>에서 '뫼르소'라는 인물을 통해 부조리한 세상의 작위성을 고발했던 프랑스의 작가 '알베르 카뮈'가 펴낸 철학적 시론이다.


카뮈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시지프 이야기를 통해 세상이 담지한 부조리적 삶의 의미를 개별적 인간이 추구해야 할 삶의 양식으로 결연시키는 그만의 철학적 작업을 해나간다.


시지프는 올림포스 신들의 심기를 건드려 골짜기에 있는 거대한 바위를 어깨에 짊어지고, 산정에 올려놓아야 하는 신벌을 받는다. 갖은 고생을 하며 바위를 정상에 올려놓은 순간 바위는 다시 골짜기 아래로 굴러떨어진다. 시지프는 다시 골짜기로 내려가 바위를 짊어지고, 산정을 향해 비탈을 오른다.


루프와 같은 무한 반복의 무의미한 작업이 시지프에게 내려진 벌이자 삶이다. 하지만 시지프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무한 반복의 신벌을 감당함으로서 닥친 운명을 능동적으로 받아내는 진취적 인간상을 구현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카뮈의 <시지프 신화>를 재미있는 이야기책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독자는 본서를 펼치기 전 책의 주제를 이루는 '부조리'에 대한 개념 습득이 필요하다. 부조리의 사전적 의미는 이치에 맞지 않는 것, 합리적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카뮈가 책에서 밝혀나가는 부조리의 감정은 인간의 이성과 세계의 침묵이 충돌할 때 발생한다. 인간은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삶의 참된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끝없이 몸부림 친다.


그러나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상은 그 의미에 대해 침묵한다. 그렇기에 인간은 오늘도 여전히 쳇바퀴 돌듯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낼 수밖에 없다.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없고 무의미하다면 정답은 자살밖에 없다고 말하지만 그것 또한 완벽한 해답이 아니다. 오히려 반복되는 시간 속 그 나름의 의미를 찾고 주어진 삶 속에서 목적과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자살보다 더 현명하다.


더불어 카뮈는 희망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사람들은 자살이 아닌 다른 출구를 찾으려 하다가 어떠한 희망을 발견하는데 그것이 바로 종교다. 카뮈의 표현을 빌리자면 종교가 말하는 내세에 대한 희망은 주어진 삶에 대한 직면을 거부케하는 일종의 회피 행위라는 것.


그렇기에 결국 인생의 의미를 찾다가 좌절하여 자살하거나 종교라는 희망으로 회피하는 것은 나약한 인간에게나 어울릴법한 일이다. 인간은 시지프와 같이 무의미하고 절망적인 순간의 반복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낼 만한 가치있는 삶을 인식하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갈 때 참다운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



인간 이성에 대한 무한 신뢰가 팽배했던 20세기 초중반에 1, 2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 악을 맞닥뜨린 인류에게 세상은 부조리의 전형이다. 서로를 증오하며 어떻게 하면 상대를 가장 끔찍한 방법으로 고사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천착했던 시대 속 카뮈라는 지성은 부조리를 직면하는 가운데 생의 의미를 재고했다.


본서는 갑갑한 현실, 끝없이 반복되며 순환되는 뫼비우스띠와 같은 일상의 현장 속 오늘의 독자에게 인생의 주체성과 삶을 능동적으로 관조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전수한다. 삶은 포기하거나 회피하기에는 너무나 고귀하다.


그렇기에 삶을 포기하거나 그곳에서 도망치지 말고 오히려 굳건히 맞서라! 부조리한 세상은 어차피 답을 주지 않기에 정답을 완성해가는 것은 오로지 인간 스스로에게 던져진 숙제다.


<시지프 신화>는 세상을 원망하고, 부모와 환경을 탓하며 인생을 허비하는 세대에게 생의 참다운 의미를 숙고토록 하며 자신을 성찰하고, 내면의 견고함을 쌓도록 격려한다. 인생은 살아가야 할 이유가 포기해야 할 이유보다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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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케로 의무론 (라틴어 원전 완역본) -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현대지성 클래식 61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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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흔히 권리를 주장하기 전에 당신의 의무를 다하라고들 말한다. 의무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인가 당위적으로 해야 하는 어떠한 행위이며 삶의 정제된 태도다. 그러나 의무의 의미가 조금 다른 관점에서 해석된 저작이 있다.

<키케로 의무론 /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지음 / 현대지성 펴냄>에서 로마 공화정 말기를 살다간 위대한 철학자이며 정치가인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는 우리가 흔히 아는 작위적 강제성을 내포한 의무와는 다른 의미를 갖는 의무론을 설파한다.

본서는 총 3권으로 나뉜다. 1권에서는 도덕적 올바름에 대해 논하며 2권에서는 유익함을 말한다. 마지막 3권은 도덕적 올바름과 유익함의 상충에 관한 키케로의 논지다.

키케로는 의무를 도덕적 올바름의 관점에서 해석하는데 이는 지혜, 정의, 용기, 적절함의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인간은 자신의 행위를 도덕적 올바름 가운데서 행할 수도 있고, 욕심과 이기적 욕망에서 비롯된 그릇됨 속에서 행할 수도 있다.



가령 통돼지 바비큐를 만들어 파는 상인이 있다고 하자! 양질의 돼지고기를 가져오는데 50만 원이 소요되고 이것을 요리하여 팔면 100만 원의 이득을 올릴 수 있다. 반면 항생제를 잔뜩 맞아 이곳저곳에 누런 고름이 낀 저품질의 돼지고기를 단돈 15만 원에 가져와서 100만 원의 이윤을 남길 수도 있다.

어차피 바비큐로 요리하면 손님들은 고기의 출처를 알 수 없다. 맛이나 빛깔 면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 상인에게는 도덕적 올바름 속에서 양질의 고기를 갖다 팔아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의 사적 유익을 취하기 위해서 항생제에 쩔은 저품질 고기를 가져다 팔 수도 있는 선택권이 있다.

공적인 정의와 사적인 유익은 반드시 충돌하게 되어있다. <키케로 의무론>에서는 이 두 가지의 가치가 불꽃을 튀며 상충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의아하게도 그것이 완전한 반목 가운데 있지 않다.

본서의 3부에서는 바로 이와 같은 가치 체계의 부딪힘을 상세하게 묘사한다. 손님을 속이고 판매를 하면 분명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정직하게 장사를 한다면 남들과 동일하거나 어쩌면 남들보다 적은 수입을 올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상인의 도덕적 올바름에 기초한 의무는 정직하게 장사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 그에게 유익한 일이 될 수 없다.

그러나 키케로는 본서를 통해 얼핏 보면 정면으로 상충되는 도덕적 올바름과 사적인 유익함의 부침이 결코 상반되는 결과를 낳는 것이 아님을 역설한다. 위대한 철학자의 관점은 도덕적 올바름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양심을 따르고 정의를 지키기로 결정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올바른 삶이며 그것이 곧 그 사람에게는 유익함 그 자체라는 것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의무를 이해하는 가의 여부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바르게 해석하고 삶의 영역 속에서 정당하게 풀어내야 한다. 이것을 하지 못한다면 인간은 짐승보다 못한 존재다.



공화정 체제의 로마는 귀족과 평민의 끊임없는 견제와 갈등이 상존했던 시대다. 주변 도시국가들에 대한 다양한 정복 전쟁을 통해 로마는 수많은 속주를 만들어 내었고, 그 속에서 엄청난 양의 재물을 축적했으며 많은 전쟁 포로들을 노예로 삼았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는 대부분 귀족들에게 돌아갔으며 엄청난 부를 축적한 귀족들과는 달리 평민들은 상대적 빈곤 속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국가 체제 자체가 가진 모순이 당시 로마 공화정의 민낯이다. 키케로는 이러한 로마 사회의 불합리함과 부조리, 정의롭지 못한 부덕함에 대해 의무론을 통해 신랄하게 비판한다.

리더들은 어떻게든 더 가지려고 미친 듯이 몸부림친다. 자신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서 민초들의 고혈을 짠다. 도덕적 올바름에 기초한 바른 의무를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비극이다. <키케로 의무론>이 시대적 적실성을 갖는 이유는 지금의 시대가 바로 로마 공화정의 때와 소름 끼치도록 동일하기에 그렇다.

바른 의무를 이해하는 것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것이다. 도덕적으로 올바른 행위는 분명 그것을 받아 실천하는 이의 삶에 있어서는 유익함이 맞다. 양질의 고기를 사다가 파는 행위는 도덕적 올바름에 기초한 선택이며 그것은 그에게 더 큰 금전적 유익을 보장하지 않지만 바른 인간으로서 살아가도록 인도하는 데 있어서는 확실히 유익한 삶의 태도다.

도덕적으로 올바른 삶을 추구하라! 그것이 곧 유익한 삶이다! 시대의 지성이 남긴 여운이 제법 깊은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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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로 대학 가다 - 세계적 명문대에 진학한 남매와 제자들의 확실한 성공 비결
이미영 지음 / 학지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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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에 아이들이 없다. 학교를 마친 아이들 대부분이 학원을 가기에 그렇다. 한창 뛰어놀아야 할 시기에 기본적으로 3~4개의 학원을 소화해 내야 하는 이 시대 대한민국 아이들의 자화상이다.

옆 친구가 함께 협력할 대상이 아닌 내가 더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밀어내야 하는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교육 구조가 지금의 대한민국을 경제 강국으로 만들었다. 땅덩어리는 작고, 천연자원은 희소한 분단된 나라가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자구책은 사람이다.

무서운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는 소위 가진 이들의 자녀들은 사교육의 시혜로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부를 대물림한다. 반면 다수의 평범한 가정의 자녀들은 상대적 학업의 열세를 느끼며 가난을 대물림 받는 사회적 양극화의 골은 깊어만 간다.

줄 세우기 교육의 부작용이 사회 곳곳에서 곪아 터진 상처처럼 터져 나오는 가운데 새로운 대안에 대한 성찰의 목소리 또한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과연 대한민국 공교육 회복의 묘수는 없는가? <IB로 대학 가다 / 이미영 지음 / 학지사 펴냄>는 바로 이와 같은 물음에 대한 답으로 가득한 책이다.

IB를 말하면 여전히 많은 이들이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을 떠올린다. IB는 International Baccalaureate의 약자다. 국제 바칼로레아는 1968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설립된 비영리 교육재단에서 시작된 교육 프로그램이다.

IB 교육이 추구하는 목표는 무한 경쟁으로 옆 친구를 밟고 일어나야지만 성공하는 구조의 대한민국이 표방하는 비인간적 교육 목표와는 달리 다른 문화와 사람들을 존중하며 함께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지식과 탐구심, 배려심 많은 전인적 바른 인간상 구현이다.

이 책은 싱가포르 국제 학교에서 IB 한국어 교사로 일하고 있는 현직 교사가 IB 교육 문외한들에게 IB 교육의 장점을 소개한다. 단순히 IB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나열이 아닌 저자와 두 자녀가 함께 경험한 IB 교육의 생생한 현장 스토리를 통해 대한민국 공교육의 문제와 대안으로서의 IB 교육의 필요성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생각거리로 가득하다.



책은 먼저 저자가 싱가포르로 이민을 떠나면서부터 시작된다. 우여곡절 끝에 싱가포르에 안착한 저자의 가정이 IB를 만나게 되고, IB 국제 학교의 한국어 교사가 되면서 경험한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진부함 없이 진솔하게 다가온다.

그러면서 그 안에는 한국의 학부모에게 낯선 IB 교육 시스템의 철학이 잔잔하게 녹아있기에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IB 교육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에 충분하다. 더불어 IB를 통해 공부하여 세계 유수의 명문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의 수기와 그러한 자녀들을 둔 학부모들의 수기가 IB 교육이 가진 잠재력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돕는다.

IB는 초, 중, 고교의 전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본서에는 초, 중, 고교 시절을 IB에서 공부한 학생들의 직접적인 경험담이 실려있다. 이는 IB 교육 시스템에 대한 막연한 오해를 불식 시켜주기에 충분하다.

더불어 IB 교육 철학과 프로그램의 개념을 소개하는 마지막 챕터를 통해 "도대체 그렇게 좋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IB 교육이 뭐야?"라는 독자의 예상 물음에 친절하게 답변한다.

교사 중심의 일방적이고 막연한 주입식과 암기식 학습법으로 대변되는 대한민국 공교육의 현실은 1%의 기득권층을 생산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나머지 99%는 대학 입학이라는 경쟁에서 도태되어 상위 1%를 위해 헌신하며 사회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지탱하는 일개미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소시민들이다.

IB가 가진 교육 철학의 매력은 이러한 불공평하고 비인간적인 사회 시스템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모든 아이들이 자기주도적 학습을 통해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성을 함양하며 함께하는 동료를 진정한 친구로 여기며 공부하도록 격려한다. 이러한 IB 교육은 이미 전 세계가 인정했고, 세계 유수의 명문 대학이 IB 출신들을 격하게 환영하는 이유다.

지옥 같은 12년의 학창 시절을 맛보았기에 필자의 아이들에게 여전히 변치 않는 지옥을 맛보게 하고 싶지 않았다. <IB로 대학 가다>를 통해 IB 학교에 가게 될 아이들을 위해 선행 학습을 하게 된 시간이 너무나 소중했다.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들이 서로를 죽여 그 핏값으로 성공을 보장받는 '오징어 게임'같은 교육 시스템에서 하루 속히 자유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본서를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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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칼 - 일본 문화의 양상 현대지성 클래식 60
루스 베네딕트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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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난징 대학살, 관동 대학살, 버마 대학살, 마닐라 대학살, 종군 위안부, 강제 징용의 근현대 역사에서부터 여전히 억지 일색의 독도 영유권 주장까지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의 대표적인 역사적 과오다.

까도 까도 본심을 알 수 없는 양파 같은 나라 일본의 실체와 일본인의 민낯은 과연 무엇일까? 이러한 물음에 답한 탁월한 저작 한 권이 있다.

<국화와 칼 / 루스 베네딕트 지음 / 현대지성 펴냄>은 일본과 일본인에 관한 20세기 최고의 고전으로 꼽히는 저작이다. 일본과 일본인에 대해 가장 빠르면서도 손쉽게 파악하기를 원할 때 집어 들어야 할 책은 단연코 <국화와 칼>임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아주 오래전 접했던 저작을 좋은 기회에 새롭게 만나 새마음으로 읽었다. 일본인보다 일본인을 더 잘 알고 파악했다는 믿기지 않는 평가가 과장이 아니다.

저자인 '루스 베네딕트'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을 향해가던 1944년 미국 정부의 위촉을 받고 적국인 일본에 대한 심층 연구를 시작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국화와 칼>이다.

이 책의 놀라운 가치는 저자가 일본과 일본인의 민족성과 문화적 양상을 연구하는 데 있어 한 번도 일본 땅을 밟지 않았다는 기이한 점에 있다. 미국과 일본의 태평양 전쟁이 한창이었기에 미국인인 저자가 일본을 가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상황이었다.

저자는 문화 인류학자로서 연구 대상 민족의 터전을 밟지 않고 미국에 거주하는 일본인들과의 면담, 선배 학자들의 연구 문헌, 선전 영화와 같은 대중 매체 등을 이용하여 나름의 연구 기법을 개발시켰다.



일본은 지금껏 미국이 맞붙었던 적국으로서 가장 종잡을 수 없는 기이한 민족이라고 운을 떼는 책의 첫머리부터 저자에게 일본을 연구해달라고 부탁한 미국 정부의 일본에 대한 모호함이 짙게 깔려있다.

희뿌연 안갯속에 가려진 미지의 나라, 일본은 미국인들의 이해를 벗어나는 미스터리한 존재였다. 유혈이 낭자하고 살점이 튀는 전장의 상황 속 종잡을 수 없는 일본군의 행태가 미군에게는 그 어떠한 호러 영화보다 무서웠을 것이다.

미군의 기관총이 불을 뿜어대는 총구 앞에서 '반자이' 총검 돌격을 감행하며 소위 집단 자살을 선택하는 일본군이 미군의 눈에는 어떻게 비쳤을까? 비행기를 타고 미군 함정에 돌진하는 '가미카제' 특공대 또한 달리 설명할 방법이 요원하다.

책은 이러한 정신의 공백을 의심케 만드는 당시 일본군의 사이코틱한 행위의 이면에 있는 일본 민족의 독특한 특질을 역사에 기반하여 차분하게 벗겨낸다.

책의 제목인 <국화와 칼>이 상징하는 바를 알게 될 때 독자는 일본 문화 안에 녹아있는 일본인이 가진 이중성과 모순적 행태에 대한 명징한 이해가 가능하다. 한없이 친절하고 순종적이며 충성되면서도 야비하고 잔혹하며 배신을 밥 먹듯이 하는 야만적 기질이 공존하는 일본 문화 안에 내재한 상반된 모습은 일본이 가진 독특한 민족성이다.

국화는 예술을 사랑하고 친절하며 순종적인 일반적인 일본인의 문화적 양상을 드러내는 은유인 반면 칼은 무자비하고 잔혹하며 잔인한 일본인의 또 다른 내면적 특성을 드러내는 수사다.

은혜를 입게 될 때 그것을 일종의 부채의식으로 느끼며 어떤 식으로든지 보은해야 하는 일본인의 관념은 '온'의 개념으로서 탄생했다. 원수에게 당한 굴욕은 어떻게든 되갚음해 주는 것이 삶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는 생각은 '기리'라는 독특한 가치로서 드러난다.

그렇기에 가장 큰 천황의 온을 입은 황군의 전사들이 천황 폐하 만세를 외치며 반자이 돌격을 감행할 수 있었을 것이고, 미군에게 당한 원수를 어떻게든 갚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미덕이라고 생각한 황군의 파일럿들은 꽃다운 목숨을 폭약 실은 비행기에 내맡길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국화와 칼>이 가진 저작의 가치는 타자와 타문화에 대한 상대적 존중에 기반한다. 내 민족과 나의 문화만이 탁월하다는 문화적 우월주의, 국수주의는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없다.

매우 논리정연하게 일본 문화와 일본인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연구한 저자의 학자적 열정과 학문적 겸손함이 진하게 묻어나는 빛나는 고전이다. 타문화권에 대한 진지한 이해가 수반되는 본서는 다른 이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사라져가는 폭압의 시대 속 여전히 읽혀야 할 충분한 가치를 지닌 눈부신 저작임과 동시에 우리에게는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을 면밀하게 살필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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