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재발견 - 뇌과학이 들려주는 놀라운 감사의 쓸모
제러미 애덤 스미스 외 지음, 손현선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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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재발견>, 제목부터 흥미롭다. 책은 언론인과 심리학 교수라는 다양한 직업적 배경을 지닌 네 명의 저자들이 공저했다. 감사가 실종된 세대 속 감사에 대한 의식적 환기이며 이것을 책으로 엮었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긍정보다는 부정에 더 끌린다. 감사보다는 불평에 익숙한 인간이기에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기보다 내게 없는 것을 보고 불평한다.

감사는 약자들이 강자들에게 순응하는 방식이다.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 살아가는 개미들에게 요구되는 감사는 강자들이 이 사회를 유지하는 조정 시스템 속 순종 백신이다. 이처럼 감사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감사에 대한 뿌리 깊은 심정적 오해에 기인한다. 책은 이와 같은 감사에 얽힌 오해를 불식시킨다.

감사는 행위뿐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실존적 인정이다. 누군가 나에게 좋은 일을 해주었을 때 그 행위만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나의 필요를 알고 도움을 줄 만큼 사려 깊은 사람이라는 사실에 대한 발견이다. 이처럼 감사는 인간의 본성과 실존에 대한 탐구이며 관심에서 시작된다.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수반될 때 우리의 삶 속에 감사가 더 쉬워진다.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한겨울 죽음의 행군을 하는 중 동료 죄수가 따뜻한 자신의 코트를 건넨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상상해 보는 실험이다. 실험 참가자들의 뇌를 기능적 자기공명 영상으로 촬영했는데 결과가 흥미롭다.

타인의 선행으로 인해 뇌의 특정 영역이 활성화되면서 스트레스 해소와 통증 경감과 같은 긍정적 효과를 보였다. 감사의 정서가 사회적 유대와 스트레스 완화라는 신경망에 연결되어 있다는 실험의 결과는 놀랍다. 이렇듯 인간은 누군가에게 의존되어 있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때 더욱더 건강해진다. 그리고 그 표현이 감사를 수반하는 것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출근길 교통정체로 입에서는 짜증 섞인 육두문자가 터져 나온다. 직장에서는 나를 못잡아먹어서 안달 난 상사와 힘든 일은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얄미운 동료의 행동이 뒷목을 잡게 한다. 집에서는 이유 없이 빽빽 울어대는 아이들의 아우성에 분노 게이지가 상승하며 음식물 쓰레기를 제때 갖다 버리지 않은 배우자의 무심한 행위에 심기가 불편하다.

일상 속 감사의 실천은 쉽지 않다. 저자들은 누구에게나 있는 위와 같은 스트레스 최정점의 상황 속에서도 감사할 수 있는 묘책을 처방한다.

'부재 상상', 우리의 일상에서 당연한 것이 사라진다면?

빽빽 울어대는 아이들이 내 인생 속에서 사라진다! 가사를 돕지 않는 배우자가 없어진다!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없어 실업자가 된다!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삶 속에서 사라질 때 느낄 그 극심한 슬픔과 상실감은 끔찍하다.

부재 상상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네거티브한 정황을 긍정의 관점으로 재배치한다. 당연한 것이 당연치 않은 것이 될 때 인간은 견딜 수 없는 슬픔에 직면한다. 결국 인간은 우리 삶이 너무 당연하다 여기기에 감사하지 못하는 존재다.

"내가 가진 것은 마땅히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노력했으니 나는 이만큼 누려야 한다. 나는 자격이 있다." 이 모든 것에 대한 근원적 대답은 No! 내가 잘나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권리의식을 내려놓을 때 감사할 수 있다.

 

인생은 쟁취할 권리가 아니라 감사해야 할 선물이다. p101

 

학교, 교회, 직장, 가정할 것 없이 사회 곳곳 감사 일기 쓰기가 열풍이다. 긍정심리학의 결과다. 장단점이 있다. 그러나 감사를 표현할 때 호혜적 가치는 증가한다. 감사는 사회적 연결망 속에서 상호의존적 인간의 내면적 본성에 대한 밀도 있는 이해다. 어느 것 하나 나 혼자 잘나서 되는 일은 없다. 아침마다 나의 잠든 신경을 깨워주는 진한 아메리카노 커피 원두 하나도 내게 오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쳤음을 인지할 때 감사의 기도가 나온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은 종교의 유무를 떠나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오만의 문화 속 감사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돋보이게 만든다. 결국 감사도 불과 몇 십 년 후 화장터 화장로에 들어가 누워있을 자기 실재를 인정할 수 있는 겸손한 사람들의 본성적 행위다. 감사에 서투른가? 감사가 가진 참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가? 그렇다면 당신에게 본서는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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