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마코스 윤리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2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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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철학자요 성학인 '아리스토텔레스'는 두 권의 윤리학 책을 집필했다. 그중 한 권이 그의 아들 '니코마코스'가 아버지의 가르침을 재정리한 <니코마코스 윤리학>이다. 본서의 중심 주제는 행복이다. 인간의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고찰이 놀랍다. 그는 인간의 행복을 즐거움 속에서 찾았고 그것을 윤리라는 도덕 개념 안에서 구현했다.

이 비범한 고대인과 우리들의 두드러진 차이는 윤리를 선악의 개념이 아닌 즐겁고 좋은 것이라는 주관적 느낌 속에서 찾았고 그것을 행복의 준거로 삼았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말하는 행복이 인간 개인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닌 좀 더 넓은 공동체 속에서 실현되어야 할 가치라는 점이다. 즉, 행복의 범위가 매우 광의적이다. 이는 그가 살던 고대 그리스가 도시 국가로 이루어진 공동체적 문화였다는 시공간적 배경에 대한 선지식을 통해 쉽사리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그가 말하는 미덕의 개념이 탁월하다. 모든 존재가 자신의 본성에 걸맞은 것이 바로 미덕이다. 집 지키는 개가 집을 잘 지키는 자신의 본성에 걸맞으면 개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미덕이다. 사람이 사람다우면 그것도 미덕이다. 사람이 사람 같지 않기에 미덕이 없다. 더불어 지나침과 모자람이 없는 중용의 상태를 미덕으로 보았다. 세상은 항상 넘침과 모자람으로 불행하다. 더 많이 가지려고 살점을 뜯으며 아귀다툼 하기에 불행하다. 반면 지나치게 가진 것이 없어 최악의 빈곤 속에서 불행하다. 적당하게 중간을 유지할 수 있을 때 행복하며 이것이 또한 미덕이다.

아울러 그는 인간의 행복이 이성과 지성의 활동 속에 있음을 강조한다. 즉, 먹고 싸는 짐승 같은 삶에는 행복이 없다. 감각적 지각은 동물들에게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성과 지성을 활용한 행복 추구는 오직 인간에게만 주어진 특권이다. 행복을 말초적 감각 속에 국한시키기에 인간은 불행하다. 남보다 더 많이 가지고 누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에 불행하다. 이는 이성과 지성의 활동이 아니기에 동물이 느끼는 원초적 행복, 그 이상을 벗어날 수 없다.

그는 책의 마지막 챕터를 통해 즐거움과 행복의 결론을 제시한다. 부족함과 결핍이 채워졌을 때 인간은 행복할까? 과연 그럴까? 최신형 사과 패드를 구입한다. 며칠간 행복에 겨워 남이 만질까 애지중지한다. 허니문 시간이 지난 후 책상 어딘가 처박혀 있는 사과 패드의 모습이 우리의 행복이 소유에 있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증명한다. 결핍의 충족은 일시적 즐거움이며 곧 사라질 한시적 만족이고 그렇기에 미덕과는 관련이 없다.

 

 

위대한 지성이 논증하는 인간 행복의 귀결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일이며 가장 신적인 일과 닮은 것이다. 이는 바로 직관적 지성을 통한 관조적 활동이다. 그것은 증명이 필요 없는 그 자체로 참된 진리인 제1원리를 인식하는 활동이다. 철학적 지혜를 통한 직관적 지성과 학문적 인식을 사용한 제1원리를 이해하는 철학적 삶이야말로 인간에게 있어 가장 행복한 삶이다.

그런데 철학 하는 삶이 정말 행복할까? 철학 하는 삶은 또 무엇인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사유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을 멈출 때 인간은 짐승이 된다. 인간만이 가진 이성과 직관적 지성을 사용해서 생각을 멈추지 않을 때 인간다움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생각을 멈추는 인간들이 많기에 세상이 엉망이 되어가는 현실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2400년 전이나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 지금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그는 행복을 개인적 삶의 영역에 국한시킨 것이 아니라 서두에서 밝혔듯 공동체적 범주에 유기적으로 연결시킨다. 개인의 행복은 개인이 속한 공동체의 행복과 연결될 때만이 의미가 있다. 일단의 개인들만이 행복하고, 공동체 대다수 사람들은 불행하다면 그곳은 불행한 공동체며 병든 사회다. 나와 내 가족만 행복하고 잘 살면 된다는 극단적 이기주의가 팽배한 세상 속 행복의 공동체성을 강조한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 개념이 실로 놀랍다.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 인간다운 행복의 기준은 화창한 봄날 담장 아래 쌓였다가 어느새 녹아내리는 잔설처럼 우리의 내면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고대의 탁월한 지혜자가 말하는 윤리의 독특한 개념 속 행복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한다.

 

소유의 유무와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감각적이며 생리적인 쾌락 행위의 지속성에만 행복 딱지를 붙여주는 중용을 잃어버린 세상 속 그의 가르침이 심히 역설적이다. 고전이 뿜어내는 지적 열기가 사뭇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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