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화학 - 엉뚱하지만 쓸모 많은 생활 밀착형 화학의 세계
조지 자이던 지음, 김민경 옮김 / 시공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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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가습기 살균제 파동, 치약 파동, 여성 위생용품 파동 등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들의 공통점은 모두 화학제품이 가진 위험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소비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한동안 화학제품에 대한 불신이 이어지기도 했었죠. 그러나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우리는 망각의 강을 건너 여전히 화학제품에 둘러싸인 삶의 편의를 누리며 삽니다. 얼마 전 이렇게 우리네 일상 속에서 생활 화학으로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책으로 접했습니다. MIT의 가장 웃긴 화학자라는 조지 자이던의 <오늘의 화학>은 일상 속 화학물질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기록한 과학 리포트이자 과학 에세이입니다.

저자는 책을 통해 화학이라면 고교시절 수업 시간,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지는 주기율표와 염기서열 암기 세대에게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재미있는 화학에 얽힌 주제들을 투척합니다. "치토스를 먹으면 수명이 줄어들까?", "선크림을 평생 발라도 문제가 없을까?, "커피는 과연 몸에 이로운가?"와 같은 질문들이 그것이죠. 흥미 있는 주제에 대해 화학 상식을 배워간다는 심정으로 저자가 초청하는 화학 교실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논의의 핵심은 정말 치토스 과자를 먹어야 하느냐 마느냐와 같은 단편적인 해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자는 실제로 좀 더 광범위하게 논지를 확대시킵니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화학적 방법으로 만들어진 초가공식품이나 생활 화학제품들을 먹고 쓰고 하는 문제가 가진 오류와 오해,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작업을 펼쳐 가는 것이죠.

책은 가공식품의 폐해 여부, 자외선 차단제의 안전성, 담배와 전자담배의 안전성 비교, 커피의 유해성 여부, 수영장 냄새의 원인, 우리는 언제 죽을까와 같은 세부 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그냥 몸에 안 좋으니 먹지도 말고 쓰지도 말라는 일방통행식 주입교육 텍스트의 시전이 아니라 정말 몸에 좋은지 안 좋은지 직접 확인해보자고 독자의 손을 잡아 이끕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너무나 쉽게 접하게 되는 초가공식품, 예를 들어 가공육, 스낵류, 라면, 탄산음료, 에너지 드링크, 유제품,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포장된 빵, 설탕, 시리얼, 사탕, 초콜릿, 아이스크림, 레인지에 돌려먹는 즉석식품 등은 정말 우리 몸에 안 좋은 것일까요? 저자는 그동안 우리가 무턱대고 안 좋다고 생각했던 초가공식품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내려놓으라고 말합니다. 책의 요지는 초가공식품을 비롯한 우리가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화학 제품에 대해 무턱대고 나쁘다고 치부해버리지 말고 좋지 않다면 무슨 이유로 그런 것인지에 대해 생각의 회로를 가동하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10장으로 구성된 책의 내용 전체를 통해 우리의 일상 속 화학 식품과 제품이 가진 진실을 과학자답게 밝힙니다. 또한 다양한 실험과 문헌을 넘나들며 가능하면 독자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재미있게 설명하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합니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서두에서 밝힌 초가공식품에 대한 자신만의 의견을 피력합니다. 가공식품을 "가능하면 먹지말라"라는 것이죠! 그러나 가공식품이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한 결과는 상대적 위험성을 내포하기에 온전한 사실이라고 말할 수 없음을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것은 이제 가공식품을 더 이상 '독'이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해치는 수많은 진짜 독이 상존하는 세상 속에서 사탕이나 초콜릿이 독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는 것이죠. 그러니 치토스를 먹으면 수명이 줄어들까와 같은 처음의 질문은 의미가 없습니다.

질문에 대한 명확한 정답을 요구하는 교육 문화 속에서 성장해온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읽는 내내 의문이 떠나지 않았던 독특한 책이었습니다. 선크림을 발라도 되는가의 질문에 "바르면 안돼!"라고 이야기해 주지 않기 때문에 그렇죠. 커피를 마셔도 되는가의 질문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대체 커피가 몸에 좋다는 것인지 아닌지를 명확하게 답변해 주지 않기에 답답함도 있습니다. 그런데 책을 좀 더 주의 깊게 읽어내려가다 보면 저자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일종의 저술 패턴이 마치 한때 유행했던 매직아이에서 숨겨진 그림이 떠오르듯 보이기 시작합니다. 소위 천재들이 모인 MIT에서 제일 웃기는 화학자라는 닉네임이 허투루 지어진 것이 아님을 확인합니다. 주제 하나를 가지고 1+1=2라는 뻔한 해답을 알려주기 위해 책을 쓴 것이 아니죠. 1+1=3이 아니고 왜 2인지에 대한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책의 목적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교실에서 선생님이 던져 놓은 사고의 미끼를 두고 급우들끼리 치열한 토론과 논쟁을 펼치게끔 방목하는 교육 문화 속에서 만들어진 논리적 괴물들의 특징이죠. 갇힌 우리 안에서 얌전히 끼니때마다 주는 여물을 먹으며 키워지는 우리의 교육 문화 속에서는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아무튼 치토스를 먹어야 하는가, 선크림을 발라야 하는가, 담배와 전자 담배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까, 커피는 마셔도 되는가, 실내 수영장에서 계속 운동을 해도 되는가와 같은 선택의 문제는 책을 읽은 독자가 직접 이해하고 선택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합리적 인과관계인 연관성 속에서 모든 문제를 확인해보라고 조언합니다. 건강을 염려한 초가공식품의 섭취 여부를 떠나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는 오히려 우리가 건강에 미치는 전혀 다른 요인들을 너무나 쉽게 간과해버린다는 것에 있다는 것이죠. 던져진 주제에 대해 그것이 왜 잘못되었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온전히 이해하라! 그리고 다른 요인들과의 합리적 연관성을 배제하지 말고 원인을 추론해나가라! 실제와 현상에 기반을 둔 과학, 합리성과 증명에 기인한 논리가 믹스 된 개성있는 책 한 권을 소개해봤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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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6-05 0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다양한 책을 많이 읽으시네요~~~
친추 하고 갑니다아
좋은 하루 되세요~

숨비북 2021-06-05 06:04   좋아요 1 | URL
네~이것저것 잡식성으로 읽어요~ㅎㅎㅎ
저도 친추했어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