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 강해 ㅣ 세계기독교고전 22
알렉산더 화이트 지음, 박문재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22년 5월
평점 :
하나님의 주권과 그분의 말씀에 대한 말할 수 없는 사랑을 간직한 개혁신학이 꼽는 6개의 신조와 신앙고백이 있다. 그중 하나가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이다. 소교리문답은 어린이들과 초심자들의 교리 교육을 위해 성경의 핵심을 107개의 질문으로 압축한 문답집이다.
오랜만에 CH북스의 세계 기독교 고전 시리즈가 나왔다. 19세기와 20세기를 살다간 스코틀랜드의 목회자 '알렉산더 화이트'가 집필한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 강해>다.
몇 해 전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한 '토마스 왓슨'의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해설>을 읽었다. 해설과 강해의 차이가 무엇일까 생각하며 옛 책을 소환한다. 왓슨은 웨스트민스터 총회를 통해 직접 요리문답 작성에 참여한 집필자다. 그렇기에 내용면에서 더 집약적이고 자세하며 분량 또한 상당하다.
반면 이 책은 저자의 설명보다는 지금껏 살다간 저명한 청교도들과 개혁교회 신학자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 소교리문답으로 표현되는 성경적 질문에 답한다. 내용 또한 왓슨은 38문까지만 다룬 반면 화이트는 십계명과 주기도문의 107문까지 모두 기록했다.
신자라면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법한 제1문은 사람의 으뜸가는 목적을 밝힘으로써 인간의 참된 정체성을 드러낸다.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영원토록 그분을 즐거워하는 것이 이 땅에 보내진 인간 삶의 근본 목적이라는 것!
이 책을 펼친 당신의 존재 목적이 바로 이와같다는 존재의 실존 이유가 독자를 지긋이 압박한다. 고통스럽기보다는 기분 좋은 압박감이다. 인간 감정이 터질 듯 고양된 19세기 유럽의 시대 상황 속에서 신적 본위로 신자의 어긋난 삶의 추를 재정렬하도록 이끈 소교리 문답의 위상이 빛난다.
소교리문답을 보면 한 가지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책이 일정한 주제의 형식 속에서 앞뒤 내용과 연결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질문하고 답하는 가운데 성경이 말하는 핵심 진리를 간략하게 추려 녹였다. 인간의 목적과 성경의 필요성에 이어 하나님의 존재와 속성을 설명하는 신론이 등장한다.
제4문을 통해 하나님은 어떤 분이십니까?라는 물음에 이른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존재'는 오직 하나님께만 사용할 수 있다. 피조물들은 참된 존재가 아니라 존재의 그림자들이고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다. 오직 하나님만이 존재하신다."(굿윈) p29
실존의 실상을 말한다. 실존의 실상은 오직 하나님이며 인간의 실존은 허상이다. 하나님의 공유적 속성과 비공유적 속성을 통해 인간의 현 위치를 자각토록 만든다. 시쳇말로 '현타'다. 묵직한 둔기로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느낌! 소교리문답에서 인간 실존의 문제에 대한 근원적 해답을 발견할 줄이야!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철인들과 현자들이 그렇게나 애써 찾았던 인간 실존에 대한 고민이 소교리 문답, 아니 성경 속에 있다. 소교리문답 1문을 통해 인간은 이 세상에 아무 의미 없이 '툭' 던져진 존재가 아님을 발견한다. 참된 인간 실존에 대한 문제와 고민은 4문을 통해 결국 하나님으로 수렴된다.
실존의 실상인 하나님이라는 거울을 통해서만 비로소 인간 실존은 실상이 된다. 그 안에서 자신과 타인의 의미를 발견하고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참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세상은 각종 고문 도구가 즐비한 곳이 아니라 그분이 나를 행복하게 살다오라고 보내신 살만한 곳이라는 세계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시점이다. 그리고 그 내용은 성경과 함께 오늘 리뷰하는 책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 강해>에 나온다.
혹자는 말한다. "교리는 고리타분하고 건조하며 딱딱하기에 필요 없다. 교리를 공부하는 대신 성경 공부를 해야 한다!"라고...
"나는 배운 신자가 아닙니다!"라는 인증 발언이며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는 말이다. 성경의 핵심을 간추려 뽑아놓은 것이 교리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교리를 공부하는 것은 성경을 공부하는 것이다.
신자가 자신의 위치를 깨닫고 바른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지침 중에 교리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 첫걸음으로 웨스트민스터 소교리 문답은 매우 좋다. 그리고 알렉산더 화이트의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 강해>는 다양한 청교도와 개혁교회 신학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진리의 정수를 담았기에 더없이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