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15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15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쟈쟈 그림, 김정화 옮김 / 길벗스쿨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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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동 판타지 문학계의 거장, '히로시마 레이코'의 인기 시리즈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15>이 출간됐다. 시리즈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이 책에서도 레이코 작가의 마법은 빛을 발한다. 마치 아이들을 피리 소리 하나로 유혹했던 피리 부는 사나이의 현대판 버전 같다. 15권에서는 기묘한 아우라를 뽐내는 전천당의 주인장 '베니코'가 직접 손님들을 찾아 나서는 것으로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입이 근질거릴 정도로 쏟아내고 싶은 비밀을 지켜준다는 '시크릿 알약', 단기간에 뚱보에서 근육맨으로 탈바꿈시켜주는 '근육질 라테 프리미엄', 지나간 세월의 아름다움을 되찾아 준다는 '복스러운 복숭아' 통조림까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신비스럽고 요상한 과자와 간식거리로 다양한 연령의 손님들을 유혹한다.

베니코는 길에서 만난 12세 '아이네'에게 먹기만 하면 어떠한 비밀도 누설하지 않고 잘 간직할 수 있는 시크릿 알약을 건넨다. 절친인 '아유미'가 좋아하는 남학생의 이름을 알려주었기에 그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하는 아이네에게 비밀 간수는 곤욕이다. 그러나 시크릿 알약 덕분에 손쉽게 비밀을 지킬 수 있었지만 알약을 과용한 부작용으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데...

또한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해변에서 멋진 근육질 몸매를 뽐내며 즐거운 시간을 계획하고 있는 21세 대학생 '마사오'는 베니코를 통해 받은 근육질 라테 프리미엄을 마신 후 근육 짱짱맨으로 거듭난다. 해변에서 모든 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또래 여학생들에도 인기남이 되는 행복한 순간,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

49세 '스즈코'는 세월이 가져 간 학창 시절 자신의 찬란했던 외모를 그리워하는 영락없는 보통의 중년 여성이다. 동창회 모임을 앞두고 참석을 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는 폭삭 삭은 자신의 외모 때문이다. 전천당의 주인장 베니코는 이런 고민 속에 있는 스즈코에게 빛나는 청춘 시절 외모로의 회춘을 가능케하는 복스러운 복숭아 통조림을 내민다. 그러나 동창회를 잘 마친 후 귀가하는 길에 문제가 생기는데...



책을 끝까지 읽으면 15권에 등장하는 베니코가 베니코를 사칭한 가짜임을 알게 된다. 또한 가짜 베니코가 손님들에게 건넨 과자들은 모두 전천당 과자의 유사품이나 불량 과자다. 그래서 효과가 사라진 과자로 인해 손님들은 낭패를 당한다.

독자는 전작과 동일하게 책의 내용 중 전천당과 베니코에게 해를 가하려는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15권은 전천당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려는 세력들에 대해 진짜 베니코의 분노와 응징을 예고하며 끝난다.

레이코 작가의 책은 재미로만 끝나지 않는다. 항상 아동 독자들에게 교훈 한 가지씩은 선사한다. 그렇기에 일본의 정령이 빈번하게 출현하는 책이지만 건질 것이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럼 이번 15권에서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딱히 눈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 집 1호에게 책을 넘겨받은 후 순식간에 완독했다. 그리고 물끄러미 생각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지금껏 베니코가 전천당에서 팔았던 정품 과자들이나 가짜 베니코들이 판매했던 소위 '짝퉁' 과자들이나 어차피 효과 면에 있어서는 오십 보 백 보다.

정품 과자들 또한 그것을 먹는 손님들은 일시적으로 자신의 소원을 이뤘고 설명서에 나온 대로 행하지 않아서 낭패를 봤다. 가짜 과자를 먹은 손님들도 일시적으로는 소원 성취를 했으며 마찬가지로 설명서의 규칙을 무시함으로써 곤경에 직면했다.

어차피 인간의 욕망은 가짜가 없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인간 누구에게나 욕망은 동일하게 정직하다. 남보다 더 갖고 싶고, 더 예뻐지고 싶고, 더 인기를 누리고 싶은 것... 인간의 욕망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그 욕망을 다스리는 사람의 마음 상태가 욕망의 성취를 아름답게 지속시켜 꽃 향을 피워내느냐 똥내 나는 거름통으로 만드느냐의 차이를 만든다.

가짜 베니코가 준 짝퉁 과자를 탓할 게 아니라 전천당 시리즈에서 줄기차게 강조하는 설명서와 규정을 준수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인간의 간사한 마음과 가증스러운 욕심을 정죄해야 한다. 재밌다. 그리고 생각하게 한다. 15권에서도 레이코가 레이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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