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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 - 유대인 5000년 지혜의 근원 & 파워의 원천
샤이니아 지음, 홍순도 옮김 / 서교출판사 / 2022년 5월
평점 :

구약 성경의 <잠언>과 함께 유대인 지혜의 경전이라 불리는 책, <탈무드>. 유대인 5천 년의 역사 속 표표히 흐르고 있는 지혜의 물줄기는 실로 그 원천이 깊다. 탈무드는 매우 방대한 책이다. 책은 인간사 벌어지는 모든 일들에 대한 다양한 교훈과 금빛 조언으로 수놓아졌다.
유대인 부모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탈무드를 읽히고 가르친다. 그만큼 유대인들에게 탈무드의 권위는 '토라'로 불리는 모세 5경 다음으로 높다. 전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명사들의 대부분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은 이제 새롭지 않다. 천재적 인물의 다수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은 그들에게 무엇인가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것은 바로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유대교 신앙에 대한 경외와 탈무드 가르침에 대한 수용이다.
이 책은 방대한 탈무드 원전 속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내용들을 뽑아서 현대인들의 삶에 적확하게 대비시킨다. 인간관계와 가정, 육체와 도덕, 사회생활에 이르는 주요 테마는 인간으로 태어난 모든 존재들이 배우고 깨달아야만 하는 금과옥조다.
책은 마치 이솝우화와 같이 짤막한 이야기의 연속이다. 그렇기에 지루하지 않고 매우 재미있으며 동시에 머리를 때리는 교훈이 농축되어 있다.
탈무드의 핵심은 "내가 행하기 싫어하는 것을 남에게 요구하지 마라!"라는 것이다. 황금률이다.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에게 대접하라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우리 사회가 갖는 불행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요구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에 있다. 정작 나는 하기 싫으면서 남에게 그 일을 하라고 강요하며 등 떠미는 사회는 불행하다.
이는 곧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라는 성경의 가르침으로 확장된다. 이웃을 나의 몸처럼 아끼고 돌보는 마음이 있다면 결코 내가 하기 싫은 궂은일을 떠넘기고 강요하지는 못한다. 이처럼 간단한 깨달음이 삶의 지평 속에 풀어지지 못하기에 나와 내 가족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극단적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병폐가 사회에 만연하다.

육체 생활에 대한 교훈을 말하는 장에서 독특한 통찰을 발견한다. 조금씩 자살한다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유대인들은 사람이 조금씩 자살할 수 있다고 여겼다. '매사에 지나치게 고민하거나 후회하여 생기를 잃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을 잃어버려 마침내는 인생을 망쳐 버리는 것'을 사람이 조금씩 자살하는 것이라고 했다.
어쩜 이렇게 인간의 면모를 깊이 꿰뚫어 볼 수 있었을까 그 깊이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구약 성경의 지혜서인 잠언에도 이와 같은 내용이 등장한다. "마음의 즐거움은 양약이라도 심령의 근심은 뼈를 마르게 하느니라" 유대인들은 근심과 걱정, 후회, 부정적 감정 속에 빠져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자신의 생명을 조금씩 갉아먹는 점진적 자살임을 알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 그에 발맞추지 못하는 수많은 현대인들의 삶은 온갖 걱정과 근심, 부정적 감정에 함몰되어간다. 1년 후를 걱정하며 10년 후의 삶을 미리부터 겁낸다. 삶의 즐거움은 어느새 소멸된다. 탈무드는 내일 일을 미리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유대인들은 영원히 살지 못함에도 영원히 살 것만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가 인간임을 정확하게 인식했다. 100년 후에는 우리 모두 이 세상에 없는 존재임을 깨달을 때 비로소 우리의 삶이 새롭게 환기된다.
유대교 랍비들은 말에 관한 교훈도 전한다. 한번 내뱉은 말은 활시위를 떠난 화살과 같다고 했다. 말을 자제함에 있어서의 중요성이다. 항상 신중하게 생각하며 말하는 것이야말로 지혜로운 사람의 전형이다. 탈무드에는 까불거리는 혀가 온몸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교훈이 가득하다. 내게 깊이 각인된 교훈이다. 재미있게 이야기하며 대화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고 생각 없이 쏟아내었던 수다쟁이 시절이 떠올라 얼굴이 달아올랐다. 과묵함의 가치와 여백의 미학을 모르던 시절 대화의 빈 공간을 참을 수 없었기에 쉴 새 없이 재잘거렸다. 그만큼 미성숙했다는 증거다.
지혜가 여기 있으니 와서 지혜를 배우라! 책이 이와 같이 우리에게 손짓한다. 훌륭한 스승이 부재한 시대. 훌륭한 책 한 권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음을 믿는다. 그리고 탈무드가 바로 이처럼 현대인들에게 좋은 스승이 되어 줄 수도 있다. 첨언하자면 기독교 신앙의 유무와 상관없이 탈무드를 구약 성경 잠언과 함께 펼쳐놓고 읽어보기를 권한다. 지혜가 꿀처럼 떨어지는 신세계를 경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