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공부 방법 - 리처드 멀러 교수의
리처드 멀러 지음, 김재한 옮김 / 부흥과개혁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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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개혁파 정통주의의 대가로 알려진 칼빈신학교 '리처드 멀러' 교수의 신학공부 방법에 관한 담론이다. 성경신학, 조직신학, 역사신학, 실천신학이라는 네 가지 분과로 나누어진 신학 제분야의 통합에 대한 저자의 통찰이 돋보이는 저작이다.

"목회의 실천적 현장에서 신학은 쓸모없는 학문이며 신앙을 침식하는 좀벌레에 불과하다. 신학교와 목회 현장 사이에 지식과 적용이라는 연결고리가 없다. 실용적이어야 하는 목회와 목양의 현장 속에 적실한 도움으로 다가오는 학문은 위에서 말한 상아탑 속 전통적 신학 분야가 아니다!"

지금의 교회 현실을 대변하는 문장들이다.

멀러 교수는 이처럼 전통적 신학에 대한 현대 실용주의의 거센 도전에 대해 자신의 모든 학문적 역량을 동원하여 바르고 참된 신학함이 무엇인지에 대해 매우 수준 높은 변론을 시작한다. 1장에서 현대 신학 연구의 이슈와 문제점을 지적한다. 우선은 신학의 파편화다. 신학은 성경, 조직, 역사, 실천신학으로 나누어져 목회자의 지성안에 통합되지 못한 채 작은 조각들로 흩어져있다. 목회 사역과 실제적으로 접목되지 못한다. 그렇기에 현대 다원주의 세계 속 신학은 학위를 위한 목적 외에는 쓸모가 없는 학문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2장, 3장은 신학 분과의 다양한 지적 토대들에 관한 상술이다. 바른 신학함으로 가는 길은 역사적이고 전통적인 맥락 안에 놓여있는 신학 제반 영역의 건강한 통합이다. 단편적 예로 구약은 고대 이스라엘의 종교 역사, 신약은 초대 교회 신앙 공동체의 역사적 측면 속에서 연구돼야 한다. 즉, 신구약 성경에 관한 연구는 필연적으로 유대 기독교 전통이라는 역사적 접근을 배제할 수 없다. 성경신학에서 역사적 연구를 떼어놓을 때 불완전한 성경해석의 지름길로 들어서게 된다. 실용적이며 인간 중심적 설교가 현대 교회 강단을 차지하게 된 이유 중 하나도 성경 연구에 있어 역사적 연관성의 상실에 기인한다.

마지막 4장에서는 신학적 담론의 통합이다. 말이 어렵다. 그러나 저자의 요지는 간략하다. 위에 제시한 성경, 조직, 역사, 실천신학의 제분야의 통합을 이루는 일의 중요성이다. 저자는 신학이 학문이면서 학문이 아니라는 상반된 의견을 기술한다. 초대교회 교부들은 교리와 신앙 즉, 이론과 실천을 분리시키지 않고 통합의 관점으로 봤다. 이와 같이 인식 가능한 내적 성향을 가리킬 때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 반면 신학을 가르쳐야만 하는 지식의 본체로서 이해할 때 신학은 학문이다.

 

 

저자는 믿는 것은 행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좌우하고 인도해야 함을 강조한다. '레귤라에 크레덴디', '프리셉따 비벤디' 즉, 믿음의 규칙과 삶의 교훈의 통합. 이론과 실천은 불가분의 관계이며 나아가서 이론이 실천을 영도해야 한다.

저자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를 지적한다. 이 시대는 이론을 실천과 관계성이 있을 때만 타당하다는 편견을 드러낸다. 성경, 조직, 역사 신학은 이론적인 분야이며 실천 신학이야말로 실천적 분야라는 것은 신학의 통합을 저해하는 이분법적 오해다. 모든 신학은 이론적이면서 실천적이다! 저자는 말한다. 교회의 '이론'이 가장 최근 외에는 신앙 공동체의 종교적인 삶과 동떨어져서 발생한 적이 없다고 말이다.

우리는 성경, 조직, 역사 신학을 실천 신학과 분리하려는 유혹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초대교회 교부들을 비롯한 역사적 신앙 공동체 속에서 교회의 이론은 인위적으로 구분되지 않았다. 이것이 시시하는 바가 크다.

현대 교회 강단의 주류적 분위기는 이론과 실천의 손쉬운 분리다. 신학생들은 신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소위 모든 '이론'적 지식들을 학교에 두고 나온다. 그리고 강단에서는 당장 듣기 편하고 성도들의 입맛에 맞는 달콤하고 실용적이며 인간적인 메시지를 수놓는다. 이것이 모두 신학의 통합이 산산이 부서진 교회 현장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역사적이고 전통적인 신학의 회복은 이 시대 목회자들에게 주어진 크나큰 사명이며 소명이다. 파편화된 신학과 실용주의적 교회 현장 속에서 바른 말씀의 울림이 절실히 필요한 세대다. 목회자들은 배운 대로 살아내고자 몸부림치는 차가운 지성과 따뜻한 감정의 균형잡힌 신자들을 배태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바른 신학함과 신학공부 방법을 제시하는 멀러 교수의 저작, 영혼에 대해 진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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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기분파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 - 최근 식약처 출제기준 및 개정법령 반영 {핵심이론+과목별 출제예상문제+모의고사5회+최근기출유형반영} 2022 기분파 시리즈
권지우.㈜에듀웨이 R&D 연구소 지음 / 에듀웨이(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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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화장품들이 매장 진열대를 가득 채운다. 다양한 용도와 목적의 화장품들이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린다. 그런데 이제는 기성 화장품을 아무 생각 없이 구입하는 차원을 벗어나서 본인에게 딱 맞는 소위 '원 픽' 화장품을 사용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사람들의 피부 상태와 건강 조건이 다르기에 모든 이들이 공장에서 동일하게 찍어낸 화장품을 사용한다는 말 자체는 분명 어폐가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 자신에게 맞는 맞춤형화장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또한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라는 직업이 있음을 알고 있는가?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란 화장품 판매장에서 소비자 개인의 피부와 타입, 취향에 맞는 화장품을 선택, 개별적으로 조제하여 소분 후 판매하는 화장품 전문가를 말한다.

사람의 피부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화장품을 추천하며 각기 다른 화장품을 혼합하여 소분하는 등의 업무를 담당하기에 딱 봐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다. 즉 시험을 치르고 일정한 자격을 갖추어야만 할 수 있는 전문적인 업무라는 사실이다.

이번에 수험서 전문 출판기관 '에듀웨이'에서 <기분파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시험문제집을 출간했다. 책을 만나기 전까지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라는 직업이 있는 줄도 몰랐다. 스킨과 로션, 핸드크림 정도가 전부였던 내게 화장품을 개인적으로 맞추어서 구입할 수 있도록 돕는 직업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새롭다.

책에는 화장품 관련 법령, 제도, 화장품의 제조 및 품질관리, 원료의 사용 기준, 유통, 안전 관리, 맞춤형화장품의 특성 등의 내용이 빼곡하다. 핵심적인 내용과 더불어 매 챕터가 끝나는 말미에는 학습 사항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출제 예상문제가 수록되어 있다. 수험생들은 내용 정리와 더불어 문제 풀이로서 자신의 현 실력을 점검할 수 있다.

또한 에듀웨이 출판사만의 장점이며 강점인 실전 모의고사 또한 어김없이 수록되어 있다. 실제 시험을 치른다는 마음으로 응해볼 수 있는 페이지다. 이 자격증은 지금까지 4회의 시험이 시행되었기에 비교적 신생 자격이며 그것은 곧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 그래서 취업과 기회의 문이 넓기에 빠른 준비와 응시로 업계의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서 이 수험서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 한때 유행했던 어느 화장품 회사의 광고 카피다. 피부를 포함한 신체의 아름다움에 열광하는 세대를 대변하는 매우 재미있는 문구다. 굶주림으로 인해 먹는 것에 열광했던 우리 부모의 세대는 끝났다. 먹고 마시는 인간의 원초적 욕구가 해결된 세대에게 있어 떠오르는 관심의 영역은 아름다움과 재미다. 그중에서 아름다움, 즉 미(美)에 대한 관심이 지금의 시대만큼 폭발적인 때가 없다.

여성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은 인류가 태동한 이래 변함이 없다. 아니 이제는 성별을 뛰어넘어 남성들 또한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일에 있어 많은 관심과 재정을 투자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자신을 아름답게 꾸미는 일에 있어 첨병은 바로 화장품 산업이다. 그러나 이제는 화장품 소비자 각 개인의 피부 타입과 취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마구잡이식으로 찍어대는 산업 혁명적 화장품 생산과 소비의 패턴을 넘어 맞춤양복을 사 입듯 맞춤화장품을 사용하는 시대에까지 이르렀다.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도래로 인해 상대성과 다원주의의 물결 속 몰개성화의 탈피와 개인주의의 발흥이 이제는 화장품 산업에까지 그 정신적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다. "남들이 다 쓰는 화장품은 이제 그만! 나는 나야! 나만의 피부에 특별한 것을 먹이고 싶어!"라는 독특한 개성과 타인과의 차별을 원하는 개성만점 소비자들이 화장품 매장을 찾고 있다.

화장품 산업에도 의식의 전환이라는 바람이 불고 있고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 자격증이 그것을 대변한다. 무한 경쟁 사회 속 화장품 업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싶다면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 자격증을 발 빠르게 준비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그 과정의 첫 시작을 수험서 전문 출판사 '에듀웨이'의 <기분파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수험서로 시작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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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의 어릿광대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7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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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안경을 착용한다. 물체의 상이 망막의 앞쪽에 맺히는 근시란다. 안경 없이 바라보는 원거리 물체는 그야말로 초점 잃은 허상이다. 인간사의 모든 일에도 허상이 존재한다. 그것을 진실로 믿고 살아가기에 자족하고 때로는 분노한다. 초점을 잃고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과 사실로 여기며 살아가는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일곱 편의 흥미로운 추리소설로 탄생시킨 '히가시노 게이고'의 <허상의 어릿광대>를 만났다.

일곱 편의 단편은 각기 다른 소재를 취한다. 예리한 수사력의 소유자인 경시청 소속 형사 '구사나기'와 그의 오랜 친구이자 대학 물리학 교수인 '유가와'가 일곱 개의 미궁 속 사건을 풀어가는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다. 게이고 작품의 장점이자 특징은 전개가 빠르다는 것이다. 문장의 간결함과 호흡이 짧기에 지루할 틈이 없다. 그렇기에 책을 펼치는 순간 독자를 사건의 현장 속으로 빨아들이는 작품 자체가 가진 흡입력이 대단하다. 속도감 있게 달려가는 미로와 같은 사건 현장 속 독자는 헤어 나올 수 없다. 게이고 작품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독자를 사건의 현장으로 초청한다. 그러고는 홀로 남겨두고 가버린다.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살인 사건의 현장 속 독자는 서서히 문학적 패닉에 빠진다. 독자가 방관자로 남지 않도록 계속적으로 물음표를 던지는 작가의 도발이 독자로 하여금 "내가 기필코 사건을 해결해 주마!"라고 다짐하게끔 만드는 오기를 발동시킨다. 독자의 능동적 참여, 이야기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게이고의 비범함이다. 게이고의 문학적 천재성과 탁월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동시에 그가 왜 현재 일본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인지를 깨닫게 하는 부분이다.

염력을 보내어 손끝 하나 대지 않고 순식간에 사람을 창밖으로 던져 사망케한다. 다른 이의 비밀을 훔쳐보는 투시가 급기야는 살인을 불러일으킨다. 환청이 사람을 죽이고, 텔레파시가 범인을 지목한다. 진실을 위장해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도 하고, 살인 사건마저 연극의 무대로 탈바꿈시킨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작가 입문 전 전기공학을 전공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러한 게이고 작가의 전공 관련 지식들이 곳곳에 자연스럽게 녹아져 있다. 자신이 가진 과학적 지식을 소설 속 유가와라는 물리학 교수를 등장시켜 그에게 사건 해결자로서의 열쇠를 쥐여준다. 명백한 용의자 선상에 올려놓은 사람이 아닌 전혀 뜻밖의 인물이 범인으로 지목되는 일련의 과정이 게이고 식 추리 역학 속에서 빛을 발한다.

 

현혹, 투시, 환청, 오해, 텔레파시, 위장, 연기. 이 일곱 개의 키워드가 작품의 각기 다른 주제다. 하지만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된 주제는 바로 '허상'이다. 본서는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이라고 믿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미묘한 심리를 제대로 꿰뚫어 본 게이고의 통찰이 빛나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게이고의 작품들이 갖는 특징은 단순 추리 소설로서의 킬링타임용 팝콘과 같지 않다. 그의 작품 세계가 갖는 의미는 재미 속에 곁들여진 사회적 문제의식의 은은한 표출이다. 동시대의 사회상을 대변하는 문학이 가진 본연의 기능을 배신하지 않는다. 작품 속 인간과 사회의 아우성을 과하지 않은 터치로 묻혀내는 문학적 장치들이야말로 게이고 식 소설의 백미다.

믿고 싶은 것만을 믿기 원하는 취사선택의 세대 속에서 진실과 거짓의 경계는 허물어진다. 스스로가 진실과 진리를 예단하는 판결의 주체자가 되기에 타인의 판단과 의견이 설자리가 없는 세상 속에 살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생각이 타협할 수 없는 팩트임을 목에 핏발이 서도록 외치는 현대인들의 무지몽매함을 일곱 편의 단편 속에 예리한 창작의 조각도로 각인시켰다.

서두의 이야기와 같이 물체의 상이 망막에 제대로 맺히지 않을 때 초점을 잃는다. 초점을 잃은 채 자신의 생각 속에서 사실과는 전혀 다른 메시지를 사실로 인지하고 받아들인다. 오류와 오해가 난무한다. 이렇듯 진실이 아닌 것에 열광하고 진리가 아닌 것에 목숨을 거는 현대인들의 모습이야말로 책을 통해 게이고가 보여주는 허상을 좇는 어릿광대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수많은 어릿광대들이 보여주는 집단 광기의 현장 속에서 제대로 된 정신의 원형을 찾기 위해 분투해야 하는 한 명의 어릿광대다. 기괴한 웃음을 짓는 어릿광대의 가면을 벗어던질 그날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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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똥꼬는 힘이 좋아 국악 동요 그림책
류형선 지음, 박정섭 그림 / 풀빛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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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이야기만 하면 자지러지게 웃는다. 똥, 방귀라는 말이 들리는 순간 집안은 난리가 난다. 우리 집 2호의 반응이다. 1호 때도 그랬지만 아마 전 세계 모든 아이들의 웃음 포인트, 이슈는 아마 똥이나 방귀 같은 다소 지저분한 그 무엇이다.

새해 첫 도서 리뷰가 공교롭게도 똥과 관련된 아동 도서다. 똥에 관한 도서가 많지만 이 책은 <내 똥꼬는 힘이 좋아>라는 국악동요로 유명한 책이다. 저자인 류형선 예술감독은 예쁜 국악 동요 <모두 다 꽃이야>를 작사, 작곡하기도 했다. 노래의 제목이 곧 책의 제목이고 책의 내용은 노래의 가사 그대로다. 노래의 가사에 맞춰 작가가 재미있는 일러스트레이션을 매칭했다.

저자는 이 책의 주제가 똥이 아닌 아이의 '똥꼬'임을 강조한다. 유아들의 쾌변과 독립된 배변습관을 위해 기획된 책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집 2호는 작년에 기저귀를 졸업했다. 유아 변기에 앉혀 독립적으로 배변하는 훈련을 하기까지의 과정이 험난했다. 언젠가는 성공하리라는 확신이 있었지만 1호 때보다 조금 더딘 것을 보며 부모로서 조급함이 있었다. 이 책을 조금 더 빨리 만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물음 속에 드는 생각이다.

책에서는 예쁜 똥꼬를 가진 주인공 아이가 자신의 똥꼬가 힘이 좋음을 자랑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똥꼬를 거쳐서 배출된 다양한 똥의 모양과 크기를 자랑하듯 읊어댄다. 실제로 국악동요는 유튜브를 통해서 들었다. 국악 반주에 맞춰 마치 랩을 하듯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다양한 똥에 관한 이야기가 재미있고 유쾌하다. 듣다 보면 똥이 마렵다.

 

 

변비의 고통을 아는가? 쾌변의 쾌감을 아는가? 두 경험 모두 해보았다. 그렇기에 책이 유아 독자들에게 말하려고 하는 메시지를 십분 이해했다. 뭐든 골고루 맛있게 먹고 재미있게 뛰어놀고 옴팡지게 싸지르는 것이 건강한 유아들에게 있어서는 전부다. 똥, 방귀 같은 터부시되는 대상을 이처럼 재미있는 동화와 동요의 주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발상의 전환 같다.

 

우리 집 1호와 2호는 책을 받아서 깔깔거리며 몇 번 읽고서는 휙 던져놓는다. 책을 집어 들고 똥에 관한 나만의 사유를 펼친다. 아이의 책 한 권으로 다양한 생각을 제조한다.

 

근사한 레스토랑과 값비싸고 호화스러운 호텔 뷔페에 돈을 아끼지 않고 찾아간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산해진미에 넋을 잃는 것도 잠시 뿐 미친 듯이 음식을 쓸어 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 그러면서 생각한 적이 있다. 저런 맛있는 음식들도 몸 안으로 들어가면 전부 똥이 되는데...

 

산해진미와 똥의 차이는 한 끗 차이다. 인간의 몸을 거쳤느냐 거치지 않았느냐의 차이. 그렇게 보면 인간의 육체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가르는 선악의 준거가 아닐까? 뭔! 개똥같은 소리인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말하는 것이다. 진미도 인간의 몸을 거치면 똥이 되고 똥은 몸에 들어오기 전 진미였다. 진미이기에 좋은 것이고, 똥이기에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생각의 전환을 말하고 싶었다. 개똥도 약에 쓴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물론 똥은 더럽다. 그러나 그 똥을 만들어내는 것도 인간이다. 그렇기에 인간이 더 더러운 존재다. 본성 상 더럽다. 그렇기에 똥을 터부시하며 더럽다고 손사래 칠 필요도 없다. 그래도 똥은 아이들의 웃음샘을 자극해 주는 소재로라도 쓰인다.

새해가 밝았다. 올 한 해는 또 얼마나 지저분한 인간 군상의 소식들이 들려올까?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지만 인간이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이 서글프다. 아이의 똥꼬 책 한 권으로 개똥같은 생각의 나래를 펼친다. 아! 오늘도 미래의 똥을 위해 일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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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루터 - 종교 개혁 500주년 기념 개정판
롤런드 베인턴 지음, 이종태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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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1000년 암흑의 시대를 끝내고 종교개혁의 포문을 열어젖힌 인물, 개혁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마르틴 루터'

다양한 사관과 전기 작가의 종교적 배경과 관점에 따라 루터에 대한 평가는 천차만별이다. 오랜 시간 많은 신학교와 독자들에게 널리 읽히며 가장 탁월한 루터 전기라고 평가받는 루터에 관한 책을 올해의 마지막 책으로 만난다. '롤런드 베인턴' 교수의 HERE I STAND : <마르틴 루터>

 

1507년 7월, 벼락에 맞아 죽을 뻔한 사건 후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의 수도사로서 끊임없는 고행과 참회 속에서도 결코 영혼의 안식과 만족을 얻을 수 없었던 루터의 삶은 고뇌의 연속이었다.

이후 로마서와의 만남을 통해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보시고 우리의 죄를 없는 것으로 여겨주신다"라는 하나님의 의에 대한 진리를 발견한 순간 이 유약하고 우울한 청년 루터의 삶 속에 하나님의 은혜가 임한다.

1517년 10월 31일. 성 베드로 성당 증축을 위한 면죄부 판매의 부당함에 대항하여 비텐베르크성 교회 정문에 내건 95개조 반박문은 이후 전 유럽과 세계를 상상할 수 없는 혼돈의 소용돌이로 이끈다. 로마 가톨릭의 부패가 극에 달했던 중세 교회에 대한 개혁의 신호탄이 변두리 이름 없는 한 탁발 수사에 의해 쏘아 올려진 것이다.

 

성경의 증거와 명료한 이성에 비추어 저의 유죄가 증명되지 않는 이상, 저는 교황들과 교회회의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겠습니다.(중략) 저의 양심은 하나님의 말씀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취소할 수 없고 하지도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양심에 어긋난 행동을 한다는 것은 옳지 않을 뿐 아니라 안전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여, 이 몸을 도우소서. 아멘.

여기 제가 확고부동하게 서 있습니다. 저는 달리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p255~256

 

1521년 황제 카를 5세와 수많은 귀족, 종교 지도자들이 모인 보름스 의회 앞에 홀로 선 마르틴 루터. 이단적인 믿음과 주장을 철회하고 나라와 교회를 평안케하라는 카를 5세의 엄위한 명령 앞에 루터가 보인 태도와 반응은 전형적인 종교개혁 1세대의 믿음과 신앙의 기개다. 신자로서 목숨을 걸고 행한 고백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영롱하게 빛난다.

 

 

저자는 루터 전문가요 탁월한 교회사가답게 루터의 생애와 신학을 다각도의 관점하에 입체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책을 통해 프로테스탄트의 관점으로 루터를 만날 수 있다. 반면 로마 가톨릭의 관점에서 본 루터의 모습 또한 새롭다. 사관의 공정성과 객관성이야말로 자칫 역사적 인물의 전기에서 무시될 수 있는 균형과 치우침의 문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이슈다. 이 책이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수많은 루터 전기 속에서도 3판 2쇄를 찍어내며 팔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을 통해 다시금 루터를 만난다. 루터의 인생에서 전반기와 후반기의 삶은 확연히 다르다. 보통 개혁 전반기 루터는 진리를 수호하는 용맹한 투사였다. 그러나 후반기의 삶은 단순 방관자와 같다. 개혁신학적 입장에서 후반기의 루터는 썩 반길만한 인물이 아니다. 암흑의 중세 교회와 어둠의 시대를 끝내고 빛을 가져온 개혁의 사도! 프로테스탄트의 선구자! 로마 가톨릭교회와 교황에 대항한 이단자! 고집불통 돼지 같은 믿음의 소유자! 탁월했지만 완성하지 못한 미완의 개혁가! 루터를 향한 다양하게 엇갈린 평가들이다.

비진리가 진리로 둔갑한 시대 속 굳건한 믿음과 꺾을 수 없는 불굴의 의지, 발견한 진리에 대한 열정과 하나님에 대한 깊은 믿음, 성경에 대한 말할 수 없는 사랑이 타락과 부패, 무지몽매함으로 점철된 중세의 어둠을 끝낸 사실에 대한 평가는 부인할 수 없다.

역사의 주인이 펼쳐가는 드라마틱한 현장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하나님을 온전히 이해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루터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라는 말씀을 자신에게 요구된 삶의 지평 속에 그대로 구현했다.

다양한 삶의 고난과 아픔, 위기의 순간 속에서 지금을 살아가는 신자에게 요구되는 것 또한 다를 바 없다. 믿음을 포기하고 싶은 우겨쌈의 상황 속에서 진리를 향한 변치 않는 사랑과 순전한 믿음으로 자신의 삶을 증명해 내는 것!

화형의 위협 앞에서도 굴하지 않던 무명 수도사의 고백이 지금을 살아가는 신자의 고백이 되는 그곳이 바로 우리가 살아내야 하는 21세기 보름스 의회의 현장이다. 우리의 믿음과 신앙을 철회하라는 세속의 요구 앞에 신자가 보여야 할 단 하나의 고백!

"HERE I ST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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