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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루터 - 종교 개혁 500주년 기념 개정판
롤런드 베인턴 지음, 이종태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16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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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1000년 암흑의 시대를 끝내고 종교개혁의 포문을 열어젖힌 인물, 개혁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마르틴 루터'
다양한 사관과 전기 작가의 종교적 배경과 관점에 따라 루터에 대한 평가는 천차만별이다. 오랜 시간 많은 신학교와 독자들에게 널리 읽히며 가장 탁월한 루터 전기라고 평가받는 루터에 관한 책을 올해의 마지막 책으로 만난다. '롤런드 베인턴' 교수의 HERE I STAND : <마르틴 루터>
1507년 7월, 벼락에 맞아 죽을 뻔한 사건 후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의 수도사로서 끊임없는 고행과 참회 속에서도 결코 영혼의 안식과 만족을 얻을 수 없었던 루터의 삶은 고뇌의 연속이었다.
이후 로마서와의 만남을 통해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보시고 우리의 죄를 없는 것으로 여겨주신다"라는 하나님의 의에 대한 진리를 발견한 순간 이 유약하고 우울한 청년 루터의 삶 속에 하나님의 은혜가 임한다.
1517년 10월 31일. 성 베드로 성당 증축을 위한 면죄부 판매의 부당함에 대항하여 비텐베르크성 교회 정문에 내건 95개조 반박문은 이후 전 유럽과 세계를 상상할 수 없는 혼돈의 소용돌이로 이끈다. 로마 가톨릭의 부패가 극에 달했던 중세 교회에 대한 개혁의 신호탄이 변두리 이름 없는 한 탁발 수사에 의해 쏘아 올려진 것이다.
성경의 증거와 명료한 이성에 비추어 저의 유죄가 증명되지 않는 이상, 저는 교황들과 교회회의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겠습니다.(중략) 저의 양심은 하나님의 말씀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취소할 수 없고 하지도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양심에 어긋난 행동을 한다는 것은 옳지 않을 뿐 아니라 안전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여, 이 몸을 도우소서. 아멘.
여기 제가 확고부동하게 서 있습니다. 저는 달리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p255~256
1521년 황제 카를 5세와 수많은 귀족, 종교 지도자들이 모인 보름스 의회 앞에 홀로 선 마르틴 루터. 이단적인 믿음과 주장을 철회하고 나라와 교회를 평안케하라는 카를 5세의 엄위한 명령 앞에 루터가 보인 태도와 반응은 전형적인 종교개혁 1세대의 믿음과 신앙의 기개다. 신자로서 목숨을 걸고 행한 고백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영롱하게 빛난다.
저자는 루터 전문가요 탁월한 교회사가답게 루터의 생애와 신학을 다각도의 관점하에 입체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책을 통해 프로테스탄트의 관점으로 루터를 만날 수 있다. 반면 로마 가톨릭의 관점에서 본 루터의 모습 또한 새롭다. 사관의 공정성과 객관성이야말로 자칫 역사적 인물의 전기에서 무시될 수 있는 균형과 치우침의 문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이슈다. 이 책이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수많은 루터 전기 속에서도 3판 2쇄를 찍어내며 팔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을 통해 다시금 루터를 만난다. 루터의 인생에서 전반기와 후반기의 삶은 확연히 다르다. 보통 개혁 전반기 루터는 진리를 수호하는 용맹한 투사였다. 그러나 후반기의 삶은 단순 방관자와 같다. 개혁신학적 입장에서 후반기의 루터는 썩 반길만한 인물이 아니다. 암흑의 중세 교회와 어둠의 시대를 끝내고 빛을 가져온 개혁의 사도! 프로테스탄트의 선구자! 로마 가톨릭교회와 교황에 대항한 이단자! 고집불통 돼지 같은 믿음의 소유자! 탁월했지만 완성하지 못한 미완의 개혁가! 루터를 향한 다양하게 엇갈린 평가들이다.
비진리가 진리로 둔갑한 시대 속 굳건한 믿음과 꺾을 수 없는 불굴의 의지, 발견한 진리에 대한 열정과 하나님에 대한 깊은 믿음, 성경에 대한 말할 수 없는 사랑이 타락과 부패, 무지몽매함으로 점철된 중세의 어둠을 끝낸 사실에 대한 평가는 부인할 수 없다.
역사의 주인이 펼쳐가는 드라마틱한 현장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하나님을 온전히 이해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루터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라는 말씀을 자신에게 요구된 삶의 지평 속에 그대로 구현했다.
다양한 삶의 고난과 아픔, 위기의 순간 속에서 지금을 살아가는 신자에게 요구되는 것 또한 다를 바 없다. 믿음을 포기하고 싶은 우겨쌈의 상황 속에서 진리를 향한 변치 않는 사랑과 순전한 믿음으로 자신의 삶을 증명해 내는 것!
화형의 위협 앞에서도 굴하지 않던 무명 수도사의 고백이 지금을 살아가는 신자의 고백이 되는 그곳이 바로 우리가 살아내야 하는 21세기 보름스 의회의 현장이다. 우리의 믿음과 신앙을 철회하라는 세속의 요구 앞에 신자가 보여야 할 단 하나의 고백!
"HERE I ST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