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공부 방법 - 리처드 멀러 교수의
리처드 멀러 지음, 김재한 옮김 / 부흥과개혁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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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개혁파 정통주의의 대가로 알려진 칼빈신학교 '리처드 멀러' 교수의 신학공부 방법에 관한 담론이다. 성경신학, 조직신학, 역사신학, 실천신학이라는 네 가지 분과로 나누어진 신학 제분야의 통합에 대한 저자의 통찰이 돋보이는 저작이다.

"목회의 실천적 현장에서 신학은 쓸모없는 학문이며 신앙을 침식하는 좀벌레에 불과하다. 신학교와 목회 현장 사이에 지식과 적용이라는 연결고리가 없다. 실용적이어야 하는 목회와 목양의 현장 속에 적실한 도움으로 다가오는 학문은 위에서 말한 상아탑 속 전통적 신학 분야가 아니다!"

지금의 교회 현실을 대변하는 문장들이다.

멀러 교수는 이처럼 전통적 신학에 대한 현대 실용주의의 거센 도전에 대해 자신의 모든 학문적 역량을 동원하여 바르고 참된 신학함이 무엇인지에 대해 매우 수준 높은 변론을 시작한다. 1장에서 현대 신학 연구의 이슈와 문제점을 지적한다. 우선은 신학의 파편화다. 신학은 성경, 조직, 역사, 실천신학으로 나누어져 목회자의 지성안에 통합되지 못한 채 작은 조각들로 흩어져있다. 목회 사역과 실제적으로 접목되지 못한다. 그렇기에 현대 다원주의 세계 속 신학은 학위를 위한 목적 외에는 쓸모가 없는 학문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2장, 3장은 신학 분과의 다양한 지적 토대들에 관한 상술이다. 바른 신학함으로 가는 길은 역사적이고 전통적인 맥락 안에 놓여있는 신학 제반 영역의 건강한 통합이다. 단편적 예로 구약은 고대 이스라엘의 종교 역사, 신약은 초대 교회 신앙 공동체의 역사적 측면 속에서 연구돼야 한다. 즉, 신구약 성경에 관한 연구는 필연적으로 유대 기독교 전통이라는 역사적 접근을 배제할 수 없다. 성경신학에서 역사적 연구를 떼어놓을 때 불완전한 성경해석의 지름길로 들어서게 된다. 실용적이며 인간 중심적 설교가 현대 교회 강단을 차지하게 된 이유 중 하나도 성경 연구에 있어 역사적 연관성의 상실에 기인한다.

마지막 4장에서는 신학적 담론의 통합이다. 말이 어렵다. 그러나 저자의 요지는 간략하다. 위에 제시한 성경, 조직, 역사, 실천신학의 제분야의 통합을 이루는 일의 중요성이다. 저자는 신학이 학문이면서 학문이 아니라는 상반된 의견을 기술한다. 초대교회 교부들은 교리와 신앙 즉, 이론과 실천을 분리시키지 않고 통합의 관점으로 봤다. 이와 같이 인식 가능한 내적 성향을 가리킬 때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 반면 신학을 가르쳐야만 하는 지식의 본체로서 이해할 때 신학은 학문이다.

 

 

저자는 믿는 것은 행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좌우하고 인도해야 함을 강조한다. '레귤라에 크레덴디', '프리셉따 비벤디' 즉, 믿음의 규칙과 삶의 교훈의 통합. 이론과 실천은 불가분의 관계이며 나아가서 이론이 실천을 영도해야 한다.

저자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를 지적한다. 이 시대는 이론을 실천과 관계성이 있을 때만 타당하다는 편견을 드러낸다. 성경, 조직, 역사 신학은 이론적인 분야이며 실천 신학이야말로 실천적 분야라는 것은 신학의 통합을 저해하는 이분법적 오해다. 모든 신학은 이론적이면서 실천적이다! 저자는 말한다. 교회의 '이론'이 가장 최근 외에는 신앙 공동체의 종교적인 삶과 동떨어져서 발생한 적이 없다고 말이다.

우리는 성경, 조직, 역사 신학을 실천 신학과 분리하려는 유혹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초대교회 교부들을 비롯한 역사적 신앙 공동체 속에서 교회의 이론은 인위적으로 구분되지 않았다. 이것이 시시하는 바가 크다.

현대 교회 강단의 주류적 분위기는 이론과 실천의 손쉬운 분리다. 신학생들은 신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소위 모든 '이론'적 지식들을 학교에 두고 나온다. 그리고 강단에서는 당장 듣기 편하고 성도들의 입맛에 맞는 달콤하고 실용적이며 인간적인 메시지를 수놓는다. 이것이 모두 신학의 통합이 산산이 부서진 교회 현장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역사적이고 전통적인 신학의 회복은 이 시대 목회자들에게 주어진 크나큰 사명이며 소명이다. 파편화된 신학과 실용주의적 교회 현장 속에서 바른 말씀의 울림이 절실히 필요한 세대다. 목회자들은 배운 대로 살아내고자 몸부림치는 차가운 지성과 따뜻한 감정의 균형잡힌 신자들을 배태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바른 신학함과 신학공부 방법을 제시하는 멀러 교수의 저작, 영혼에 대해 진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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