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똥꼬는 힘이 좋아 국악 동요 그림책
류형선 지음, 박정섭 그림 / 풀빛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똥 이야기만 하면 자지러지게 웃는다. 똥, 방귀라는 말이 들리는 순간 집안은 난리가 난다. 우리 집 2호의 반응이다. 1호 때도 그랬지만 아마 전 세계 모든 아이들의 웃음 포인트, 이슈는 아마 똥이나 방귀 같은 다소 지저분한 그 무엇이다.

새해 첫 도서 리뷰가 공교롭게도 똥과 관련된 아동 도서다. 똥에 관한 도서가 많지만 이 책은 <내 똥꼬는 힘이 좋아>라는 국악동요로 유명한 책이다. 저자인 류형선 예술감독은 예쁜 국악 동요 <모두 다 꽃이야>를 작사, 작곡하기도 했다. 노래의 제목이 곧 책의 제목이고 책의 내용은 노래의 가사 그대로다. 노래의 가사에 맞춰 작가가 재미있는 일러스트레이션을 매칭했다.

저자는 이 책의 주제가 똥이 아닌 아이의 '똥꼬'임을 강조한다. 유아들의 쾌변과 독립된 배변습관을 위해 기획된 책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집 2호는 작년에 기저귀를 졸업했다. 유아 변기에 앉혀 독립적으로 배변하는 훈련을 하기까지의 과정이 험난했다. 언젠가는 성공하리라는 확신이 있었지만 1호 때보다 조금 더딘 것을 보며 부모로서 조급함이 있었다. 이 책을 조금 더 빨리 만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물음 속에 드는 생각이다.

책에서는 예쁜 똥꼬를 가진 주인공 아이가 자신의 똥꼬가 힘이 좋음을 자랑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똥꼬를 거쳐서 배출된 다양한 똥의 모양과 크기를 자랑하듯 읊어댄다. 실제로 국악동요는 유튜브를 통해서 들었다. 국악 반주에 맞춰 마치 랩을 하듯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다양한 똥에 관한 이야기가 재미있고 유쾌하다. 듣다 보면 똥이 마렵다.

 

 

변비의 고통을 아는가? 쾌변의 쾌감을 아는가? 두 경험 모두 해보았다. 그렇기에 책이 유아 독자들에게 말하려고 하는 메시지를 십분 이해했다. 뭐든 골고루 맛있게 먹고 재미있게 뛰어놀고 옴팡지게 싸지르는 것이 건강한 유아들에게 있어서는 전부다. 똥, 방귀 같은 터부시되는 대상을 이처럼 재미있는 동화와 동요의 주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발상의 전환 같다.

 

우리 집 1호와 2호는 책을 받아서 깔깔거리며 몇 번 읽고서는 휙 던져놓는다. 책을 집어 들고 똥에 관한 나만의 사유를 펼친다. 아이의 책 한 권으로 다양한 생각을 제조한다.

 

근사한 레스토랑과 값비싸고 호화스러운 호텔 뷔페에 돈을 아끼지 않고 찾아간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산해진미에 넋을 잃는 것도 잠시 뿐 미친 듯이 음식을 쓸어 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 그러면서 생각한 적이 있다. 저런 맛있는 음식들도 몸 안으로 들어가면 전부 똥이 되는데...

 

산해진미와 똥의 차이는 한 끗 차이다. 인간의 몸을 거쳤느냐 거치지 않았느냐의 차이. 그렇게 보면 인간의 육체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가르는 선악의 준거가 아닐까? 뭔! 개똥같은 소리인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말하는 것이다. 진미도 인간의 몸을 거치면 똥이 되고 똥은 몸에 들어오기 전 진미였다. 진미이기에 좋은 것이고, 똥이기에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생각의 전환을 말하고 싶었다. 개똥도 약에 쓴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물론 똥은 더럽다. 그러나 그 똥을 만들어내는 것도 인간이다. 그렇기에 인간이 더 더러운 존재다. 본성 상 더럽다. 그렇기에 똥을 터부시하며 더럽다고 손사래 칠 필요도 없다. 그래도 똥은 아이들의 웃음샘을 자극해 주는 소재로라도 쓰인다.

새해가 밝았다. 올 한 해는 또 얼마나 지저분한 인간 군상의 소식들이 들려올까?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지만 인간이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이 서글프다. 아이의 똥꼬 책 한 권으로 개똥같은 생각의 나래를 펼친다. 아! 오늘도 미래의 똥을 위해 일하러 가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