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남미 - 혼자 떠나 더 행복했던 여행
홍지선 지음 / 보랏빛소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홍지선, ‘결국남미(혼자 떠나 더 행복했던 여행)’, 보랏빛소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요여행은 앉아서 하는 독서라고 했지보태면 여행은 정독이고독서는 자유여행’. 책에 나온 지도와 설명사진만으로 느낄 수 없는 감성이 현장에는 있다현장에서 가서 땅을 밟으며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정독보다 세밀한 독서가 있을까반면 독서는 여행 중에 놓치고 지나쳐야 했던 추억을 내 방식대로 반추하는 여행이다여행지의 언어역사문화에 대한 기초지식만 알고 가도 다르다간단한 인사나 화장실이 어디에요?’ 정도만 현지어도 말해줘도 사람들은 해맑게 웃는다.

 



2. 태어난 지 백일도 안 된밤마다 칭얼거리는 지윤이를 어깨띠로 끌어안고 여행을 시작했다언젠가는 부녀가 손을 잡고 보고타쿠야베노(아마존), 우유니이스터섬이과수에 갈 수 있겠지있을거다지윤이는 서서 몸을 흔들어주고 노래를 불러줘야 눈을 감는다소파에 앉으면 바로 엥운다옹알이를 시작했다.

 


3. 솔직하게 일상을 담은 글이라 편안하고 남미 곳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사진이 많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남미여행 옹알이를 시작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산맥 2017.여름 - Vol.30
시산맥사 편집부 지음 / 시산맥사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산맥 2017. 여름호, 시산맥사

 

 

1. 양을 세듯 잠을 센다. 잠은 아무리 세어도 답이 똑 떨어지지 않아 난감하다. 밤이 깊을수록 양이 모인다. 밤을 지샌 양들이 모여 ‘태양(太陽,太羊)’이 된다. 매일 아침 학교로, 직장으로 길을 나서는 우리는 그래서 ‘태양의 후예’다.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여전히 양을 세며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사람들. 이어폰을 끼고 혼잣말을 듣는다. ‘난 살아있지, 살아있구나.’ 학습의 기본은 반복이다. 살아있다고 ‘외워놓지 않으면’ 잊혀지니까. 할 수만 있다면 오랜 불면에서 뛰쳐나와 모두를 위한 잠의 희생양이 되면 좋겠다.

 

 

- 유계영, 잠을 뛰쳐나온 한 마리 양을 대신해, 148-149쪽

 



  그때 아침 태양은/ 당신의 얼굴을 얼마나 자세하게 깨무는지/ 오줌싸개 천사의 발밑에 고인 동전처럼/ 얼마나 자세하게 외로운지// 양을 대신해 깨어나는지// 잠투정의 혀를 세우고 거리로 뛰쳐나온 자들/ 크고 작은 전쟁의 병사들이고/ 가장 먼저 죽는 행운을 빌었지만// 잠을 뛰쳐나온 한 마리 양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아 매매 우는지// 태양이 가장 높도록 깨어나지 않는 나는/ 잠 속에서 애써 혼잣말 중이다/ 난 살아있지, 살아있구나/ 외워놓지 않으면 잊어버릴 수 있는지// 이 또한 양을 대신해// 심연이라는 장소가 있다고 들었다/ 당신의 가슴에 손을 뻗어도 손톱 끝인데/ 그 많은 양들은 어디서 모았지?// 젖은 속눈썹같이 예쁘게 자라는 슬픔도 있는지/ 그렇게 빛이 드는 골목도 있는지/ 하루 종일 아침인 양을 대신

 

 


 

- 이대흠, 허공소리꾼 삼정양반, 88-89쪽

죽은 사람 배웅에는 한 번도 빠지지 않았던 허공소리꾼이 딱 한 번 상여 소리를 하지 못한 날은 그 자신이 이승에서 해배되는 날이었는데······ 그가 입을 꼭 다물고 있었던 건 소리를 못해서가 아니라 새에게나 곤충에게나 풀잎에게나 허공에게나 소리하라고 소리를 텅 비워놓은 것이었다는 걸 그가 아조 떠난 뒤에야 알게 되었다

 



- 박장호, 표피에 덮인 시간의 책 112-115쪽 부분

 


1. 굿바이 미스터 트리

 


가로수 한 그루가 눈에 띄었다. 그것은 알이 없는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안경테가 내 것과 똑같은 표범 무늬였다. 누군가 물었었다. “무인도에 있는 네 방 창가에 그림자가 스친다면 그게 무어라고 생각해?” “나뭇가지.” “너는 전생에 나무였구나.” 안경이 그것을 증명하는 듯했다. (중략) “나무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헬로우 미스터 트리.” 인사를 받은 나무가 눈을 떴다. 그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 속에서 표범이 포효했다. 내 눈동자 속에 뛰어들어 나의 표범을 내몰았다. 길가에 선 나무의 표범과 자리에서 나온 나의 표범. 나의 혼과 나무의 혼이 뒤바뀐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나는 사람이 된 나무다. (중략) “말 없는 나무 같다고 나무라지 마세요.” “나무랄 수 없는 사람인걸요.” (중략) 횟집 밖으로 나온 나는 나무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굿바이 미스터 트리.” 곁에 있던 일행이 물었다. “이 나무 잘 아시나 봐요?” “남이랄 수 없는 나무죠.” (중략)

 


2. 굿바이 미스터 피플

 

안경테가 내 것과 똑같은 표범 무늬였다. 기회가 왔다. 성난 맹수로 혼자인 맹수를 몰아내고 사람을 차지했다. 나의 혼과 그의 혼이 뒤바뀐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나는 나무가 된 사람이다. 눈이 감기니 알겠다. 넌 사람으로 된 나무가 아니라 나무로 변하는 사람이었구나. 안경테만 남았었구나. 헤어지는 게 두려워 너만 사랑한 여자였구나. (중략) 뒷모습을 바라보며 누군가와 나누었던 대화의 뒷부분을 떠올린다. “나뭇가지가 왜 흔들렸다고 생각해?” “앉아 있던 새가 날아가서.” “너는 멀어지는 것만 사랑하게 될거야.” (중략) 잘 가라 사람아. 너는 나의 전생, 나는 너의 내생. 너에게 남은 사람은 내가 다 사라져 줄게. 나에게 남은 남자는 네가 다 살아 버리렴.

 


3. 굿모닝 미스 스킨

 

로돕신이 분해된다. (중략) 우리는 밤의 이야기 속에서 만났다. 눈을 감고 대화의 앞부분을 생각한다. “기억나지 않는 깊은 꿈을 꾸게 된다면 그곳이 어디일 것 같아?” “무인도.” “무인도에서 살고 싶은 거구나. 하지만 그곳은 꿈속의 섬이 아니야. 네 곁엔 이미 사람이 없거든.” 눈을 떴다. 로돕신이 분해되었다. 그는 없고 촛불이 혼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중략) 촛불과 나눈 이야기를 물고 진피의 세계를 떠나는 새를 본 건 표범의 눈. 사람이 외로운 건 그 눈을 가졌기 때문이다. 나무가 사랑에 빠진 건 몸속에 도는 장미 향기 때문이다. 하나이면서 둘인 표범이 자리를 바꾸고 멀어진 표피의 아침. 그 모든 이야기를 덮은 시간의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은 몸의 철학자, 바오
나카시마 바오 지음, 권남희 옮김 / 아우름(Aurum)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나카시마 바오 지음, 권남희 옮김, ‘작은 몸의 철학자, 바오’, 아우름


1. ‘생각에는 무게가 없다. 단지 ‘무겁다’고 느낄 뿐. 그것뿐. 32-33쪽‘,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은, 지금이라고 말하는 시점에서 이미 지나버렸다. 96쪽‘
’나는 누군가가 될 수 없다. 누군가는 내가 될 수 없다. 105쪽‘


위와 같은 말을 책에서 읽었다면 평소 같으면, ’음, 그렇지 자기계발서나 에세이에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생각하며 책장을 조용히 덮었겠지.

그런데 위와 같은 글을 아홉 살이 온전히 자신의 말로 썼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홈스쿨링을 하는 아홉 살 아이가 일 년 반동안 페이스북으로 출판사에 보낸 글을 정리한 책이다. 엄마, 아빠의 이혼, 학교의 왕따 경험을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의 고민이 너무 성숙해서 마음이 아팠다. 그에게는 그의 몸이 곧 공책이고 연필이었다.



● 메모

- 우리 엄마와 아빠를 선택해 태어난 것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대박 행운이다. 오래오래 생각했을 게 분명하다. 65쪽


- 선생님은 직접 체험한 것을 말하지 않고, 들은 이야기나 교과서에 있는 것을 가르치니까 어쩌면 그것은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진짜를 배우고 싶다. 164-16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빌라 아말리아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파스칼 키냐르 소설, 빌라 아말리아(VILLA AMALIA), 문학과지성사




1. 주인공 안 이덴(Ann Hidden)은 작곡가다. 항상 숨고(Hidden) 떠도는 존재다. 파스칼 키냐르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남동생을 잃고, 어머니를 두고, 남편 토마, 어릴 적 친구이자 연인인 ‘조르주’를 두고 떠난다. 그녀는 또한 남는 존재이기도 하다. 어머니와 조르주, 자신의 분신인 세 살 꼬마 ‘레나’는 죽어서 그녀를 떠났고 모녀를 버린 아버지와는 끝내 관계를 이어가지 못한다. ‘고통, 수영, 사랑, 음악, 허기가 그녀를 강렬한 여인으로 만들었다.’


전체 흐름을 간략히 요약하면,
제1부 안이 토마를 떠나는 과정, 제2부 섬과 바다가 보이는 나폴리 만의 이스키아섬, 빌라 아말리아에 정착, 레오와 그의 딸 레나와의 인연, 제3부 또다른 키냐르의 분신으로 짐작되는 나(샤를)의 시점에서 서술되는 안 이덴과의 인연, 레나와 어머니의 죽음, 제4부 모녀를 버렸던 아버지의 등장과 조르주의 죽음


한 인간이 떠남으로써 실존을 찾고, 언어 이전의, 왕국으로 상징되는 ‘옛날’로 돌아가는 과정을 음악적이고 시적으로 풀어낸다. 사랑의 대상이 ‘사람’이 아닌 ‘빌라 아말리아’처럼 장소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이 신선했다.





* 메모



“가톨릭 브르타뉴 여자와 유대인 루마니아 남자의 딸인 엘리스 안 이델스텐이 어째서 안 이덴이 된 거예요.” 251쪽 “그가 히든 피크를 등반한 적이 있어요. 사실은 그 사람이 재미로 이델Hidel을 이덴Hidden으로 바꿔줬어요. 내게 이름을 붙여준 거죠.” 252쪽


* 메모


- 그녀는 지아 아말리아의 집을, 테라스를, 만(灣)을, 바다를 열정적으로, 강박적으로 사랑했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 속으로 사라지고 싶었다. 모든 사랑에는 매혹하는 무엇이 있다. 우리는 출생 한참 후에야 습득된 언어로 지시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된 무엇이 있다. 한데 그토록 그녀가 사랑하는 대상은 이제 남자가 아니었다. 그녀에게 오라고 부르는 집이었다. 그녀가 매달리려는 산의 내벽이었다. 풀과 빛과 화산암과 내부의 불이 있는 후미진 곳이었다. 156쪽



- 우선은 아이의 귀가 들리는 소리의 의미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런 다음, 좀더 뜸을 들여가며, 처음에는 이해 불가능한 시간의 심포니를 공간 안에서 관현악으로 편곡할 수 있도록 말로 가르쳤다.
“왜냐하면 자연의 모든 것, 가령, 새, 밀물, 꽃, 구름, 바람, 별들의 시간, 이런 것은 시간에게 자신의 시간을 말하기 때문이란다.”라고 레나에게 설명했다. 204-205쪽



- “부탁이야. 말이야 아무려면 어때. 사랑, 결혼, 융합, 공생, 이런 단어가 필요하지 않은 옛날의 왕국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상대방이 자신에게 느끼는 욕구야. 수락할래?”

결국 그녀는 수락했다. 결국 그(조르주)의 말이 일부 옳다는 생각에서였다. 사라짐으로써 고통으로 가득해진 왕국을 만들어내는 것은 자신에 대한 상대방의 욕망이었다. 33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발 하라리, 김명주 옮김, 호모 데우스(미래의 역사), 김영사


1.《사피엔스》를 흥미롭게 읽었던 사람들이 다시 한 번 이 책을 집어 들었을 것이다.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과 상상과 허구의 힘이 사피엔스를 이 지구상에 남게 한 원동력이라는 기조는 이 책에서도 유지된다.



질병, 기아를 극복한 사피엔스가 다음 세상에는 불멸(죽음의 극복), 행복, 신성의 의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나아가 인간을 숭배하는 ‘인본주의’ 개념에 대해 전편보다 상세하게 부연하고 있으며, 인본주의는 결국 붕괴될 것이고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세상의 도래한다고 예측한다.


제1부(호모 사피엔스 세계를 정복하다)와 제2부(호모 사피엔스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다)는 《사피엔스》와 상당히 중복되는 내용이 많으므로, 상당한 분량(본문만 544쪽)을 읽기가 부담스러운 독자라면 제3부(호모 사피엔스 지배력을 잃다) 부분만 정독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차세대 산업의 핵심은 인공지능, 3D프린터와 더불어 사물인터넷이 최종적으로 목표로 하는 ‘만물인터넷’의 세계에서 인간의 마음, 정체성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토론하면 좋을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