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아말리아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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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키냐르 소설, 빌라 아말리아(VILLA AMALIA), 문학과지성사




1. 주인공 안 이덴(Ann Hidden)은 작곡가다. 항상 숨고(Hidden) 떠도는 존재다. 파스칼 키냐르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남동생을 잃고, 어머니를 두고, 남편 토마, 어릴 적 친구이자 연인인 ‘조르주’를 두고 떠난다. 그녀는 또한 남는 존재이기도 하다. 어머니와 조르주, 자신의 분신인 세 살 꼬마 ‘레나’는 죽어서 그녀를 떠났고 모녀를 버린 아버지와는 끝내 관계를 이어가지 못한다. ‘고통, 수영, 사랑, 음악, 허기가 그녀를 강렬한 여인으로 만들었다.’


전체 흐름을 간략히 요약하면,
제1부 안이 토마를 떠나는 과정, 제2부 섬과 바다가 보이는 나폴리 만의 이스키아섬, 빌라 아말리아에 정착, 레오와 그의 딸 레나와의 인연, 제3부 또다른 키냐르의 분신으로 짐작되는 나(샤를)의 시점에서 서술되는 안 이덴과의 인연, 레나와 어머니의 죽음, 제4부 모녀를 버렸던 아버지의 등장과 조르주의 죽음


한 인간이 떠남으로써 실존을 찾고, 언어 이전의, 왕국으로 상징되는 ‘옛날’로 돌아가는 과정을 음악적이고 시적으로 풀어낸다. 사랑의 대상이 ‘사람’이 아닌 ‘빌라 아말리아’처럼 장소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이 신선했다.





* 메모



“가톨릭 브르타뉴 여자와 유대인 루마니아 남자의 딸인 엘리스 안 이델스텐이 어째서 안 이덴이 된 거예요.” 251쪽 “그가 히든 피크를 등반한 적이 있어요. 사실은 그 사람이 재미로 이델Hidel을 이덴Hidden으로 바꿔줬어요. 내게 이름을 붙여준 거죠.” 252쪽


* 메모


- 그녀는 지아 아말리아의 집을, 테라스를, 만(灣)을, 바다를 열정적으로, 강박적으로 사랑했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 속으로 사라지고 싶었다. 모든 사랑에는 매혹하는 무엇이 있다. 우리는 출생 한참 후에야 습득된 언어로 지시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된 무엇이 있다. 한데 그토록 그녀가 사랑하는 대상은 이제 남자가 아니었다. 그녀에게 오라고 부르는 집이었다. 그녀가 매달리려는 산의 내벽이었다. 풀과 빛과 화산암과 내부의 불이 있는 후미진 곳이었다. 156쪽



- 우선은 아이의 귀가 들리는 소리의 의미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런 다음, 좀더 뜸을 들여가며, 처음에는 이해 불가능한 시간의 심포니를 공간 안에서 관현악으로 편곡할 수 있도록 말로 가르쳤다.
“왜냐하면 자연의 모든 것, 가령, 새, 밀물, 꽃, 구름, 바람, 별들의 시간, 이런 것은 시간에게 자신의 시간을 말하기 때문이란다.”라고 레나에게 설명했다. 204-205쪽



- “부탁이야. 말이야 아무려면 어때. 사랑, 결혼, 융합, 공생, 이런 단어가 필요하지 않은 옛날의 왕국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상대방이 자신에게 느끼는 욕구야. 수락할래?”

결국 그녀는 수락했다. 결국 그(조르주)의 말이 일부 옳다는 생각에서였다. 사라짐으로써 고통으로 가득해진 왕국을 만들어내는 것은 자신에 대한 상대방의 욕망이었다. 3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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