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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백작 1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평점 :
어린 시절, 변변한 동화책 한 권이 없어서 거의 빌려다 읽고
대학 때까지도 없으면 안될 교과서 외에는 모조리 빌려 읽고 만 것이 한이 되어
취직 이후 지금까지도 아귀처럼 책을 샀는데
신간이 아닌 경우는 대부분 이미 읽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쌓아 놓고 세월이 흘러
그 책들도 이젠 누렇게 바랜, 개미만큼 작은 활자의 구간들이 되었다.
나중에 읽어야지, 한가할 때, 그래 나이 들면 읽어야지...
이제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가 읽어야 할 것들이 되어 있다.
지금은 그것들을 하나하나 읽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라고, 대중교양소설, 게다가 글 좀 하고 책 좀 읽는다 하는 분들이면
그예 그 따위, 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갈기는 소설이 완역되어 나와 있어서
그걸 또 다 샀다.
어렸을 때 계림문고로도 읽고, 조금 더 자라서는 그보다는 좀 더 두툼한 거로 읽고,
영화로도 보고, 그걸 빌려 만든 드라마도 보고 했는데
여전히 흥미롭다.
다섯권이나 되니 총 오만원, 할인을 받았어도 꽤 값이 나갔다.
완역에 대한 욕심으로 사서 읽는 책은 아니어서 그런가.
너무 오래 전에 읽은 터라 스토리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서 그런가.
값이야 어찌됐든 앞뒤가 짝짝 맞는 이야기를 읽으며 흥겨워 하는 중이다.
그래서 다시 읽기라기보다는 새로 읽기가 지금의 읽기에 어울리는 말이다.
지금의 내게는 이러한 새로 읽을거리가 가득 있다.
감동받은 소설이 없다는 말을 얼마 전에 했는데
새로 읽으려고 둘러 보니 흐르는 마음이 그 앞에서 멈추는 소설들이 꽤 있다.
제대로 감동할 차례가 된 듯싶다. 이 역시 행운.
-필요함과 부족함은 동의어이기는 하지만 그 두 낱말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메르세데스, 카탈로니아의. 5권, 260p.)
-흥분이란 감격과 비슷하다. 그리고 감격이란 지상의 사물들에 대해서 무관심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메르세데스, 생제르맹데프레가의 셋집에서의. 5권, 261p.)
근래 들어 이 복수극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무척 다양해졌으니....
이미 즐기며 흥겨웠던 것이 바로 영화 <브이 포 벤데타>
이전에 제임스 카비젤 주연의 영화 <몬테크리스토>가 있었으나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휴고 위빙의 브이는 참으로 좋았는데
이 브이가 즐겨보는 영화가 바로 몬테크리스토 백작.
널 쓰러뜨린 건 내가 아니라 네 과거다. 후후후...
그리고 또 하나, 일본 애니메이션 <암굴왕>.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도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이 암굴왕이라는 이름으로 나왔었다.
그 추억과 함께 섬세한 일러스트로 감상할 수 있다. 물론 취향이라는 게 있긴 하지만..
어떤가.
살 만한 세상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