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여사의 소설을 읽다가 미미서가를 만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묘사들이, 그 생각들이 좋아서 들었을 생각이므로 마치 내 서재에 미미서가를 만들어 놓으면 미미여사의 그 기발하고 따뜻하고 다정한 글솜씨가 내 것이 되기라도 할 것처럼.

사실 구입해서 서가에 꽂아놓은 후에는 다시 꺼내 볼 확률이 한 10% 정도는 될까? 읽는 당장에는 나중에 그리워서 반드시 다시 꺼내 펼쳐볼 것이다 했지만 그리워지는 순간은 너무 재빨리 다른 생각들로 대체되어 버렸기 때문에 결국 그리움은 그다지 큰 동력이 못된다는 것을 깨닫고 만 지금. 그런 책을 읽었으면 후에 도서관에서 다시 빌려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여기게 된 지금.

읽은 책이 꽂혀 있는 서가는 내가 읽으려고 만든 것이 아니라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찾아올 사람이 없는 비밀스러운 서재까지도 사실은 보여주기 위한, 내가 나에게 나를 보여주기 위한, 나에게 그동안 이런 시간--읽을 수 있었던 그 시간들을 가진 여유와 이해할 수 있었던 지력과 지나간 것을 간직할 공간이 너의 삶 속에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그런 것이다. 없으면 내가 앞날을 살아내지 못할 그런 절실한 것이 아니라 삶에는 없어도 되는 그런 악세서리 같은 소품인 것이다. 나에게 오히려 필요한 것은 그때를 그리워할 만한 기억력과 딱 그만큼 그리울 새 것일 것이다. 이 책일랑 그저 소중하게 한 줄 한 줄 바르게 어서 어서 읽고 반납해야지. 그리고 나중에 생각나면 그때 다시 빌려 봐야지. 출판사나 서점에게는 좀 미안합니다만. 누구나 사정이 있는 거라서 호호.

 

 

"물어보셔서 이제야 알았습니다. 저는 그때 아무 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이제와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첫머리부터 강력하게 나를 끌어당기는 미미여사!! 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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