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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
가와바타 야스나리 / 솔출판사 / 1992년 3월
평점 :
절판
92년에 출간된 책을 98년에 사서 건들 읽었다.
실은 장기와 관련된 책을 읽고 싶어서 책방을 뒤지다가 발견한 책이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하면 '설국'의 감동을 입은 지 오래되고 뿐만 아니라,
그게 참 오래도 가는 것이어서 '명인'을 발견했을 때는 상당히 반가웠다.
그러나 이 책은 바둑관전기 쯤으로
바둑에는 문외한인 사람이 그 속에서 재미를 찾기란 그다지 쉽지 않았다.
소설을 읽듯이 이야기의 전개를 따라나가는 일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대개 좋은 소설가의 이러한 책들은 오히려 그의 소설보다 한번쯤 더 읽어야 한다.
그때에서야 속에 든 문장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인데,
물론 번역문장이라 그 좋고 나쁨을 이야기할 처지가 못된다는 것쯤은 이미 나도 알고 있지만,
문장과 문장의 연결이 독특하고 그 전개의 방향이 예외없이 신선한 것은
오히려 번역된 이국의 글에서 자주 느낄 수 있었으므로
다시 읽고 있는 '명인'도 그런 측면에서 상당히 재미난 책이 될 것 같다.
바둑을 모르니 뒤에 첨부된 기보를 읽을 수 없고
하여, 손에 땀을 쥐었다는 신경림씨의 말씀도 저 하늘의 태양일 뿐.
그러나 지금까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날씨 이야기만도 읽기에는 즐겁다.
현재로서는 어쩌지 못하고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 생각을 했다.
저물어 가는 한 시대의 뒷모습이 여지없이 아련하게, 애틋하게 그려진다.
하여, '명인'의 뒤는 '사양'이로구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