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페이크 1
후지히코 호소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2월
평점 :
품절


명화를 감상하는 것에 대해, 특히나 화가나 명화의 이름들을 줄줄 꿰고 그에 대한 리뷰를 하는 것에 대해 그동안 편견을 가졌던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림에 대해서라기보다는 그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시를 대하는 태도와 관련되어서도 마찬가지였고 현재 시에 대해서는 그 편견이 상당히 사라진 상태다. 그림과 그를 감상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역시 시에 관한 지금의 태도를 지향하고 있다. 나아가 명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더는 부르조아적 취향으로 몰아세우지 않겠다. 그야말로 '타인의 취향'이다.

덕분에 즐거운 만화를 보았다. 친구의 소개도 있었다. 한동안 대여점을 기웃거렸지만 찾지 못했었는데 이사한 덕분에 찾아볼 수 있는 책이 되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전 큐레이터이자 현재는 도쿄에서 '갤러리 페이크'라는 작은 화랑을 운영하는 후지타 레이지. 메트로폴리탄에서 '교수'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의 실력자였지만, 그가 운영하는 '갤러리 페이크'는 복제화랑. 게다가 겉으로는 복제품을 다루지만, 실제로는 불법 유출물이나 싸게 구입한 장물을 비싸게 파는 '뒷거리 세계'의 질나쁜 화랑이다. 그러나 가짜미술품 화랑을 운영하면서, 진짜미술품을 파는 화랑계의 위선과 졸부들의 허위의식을 파헤치는 후지타를 보는 일은 상당히 통쾌하다. 물론 세상에 후지타 만한 인물도 없다는 식의 만화적인 요소에 대해서는 감안을 해야 하겠지만.-_- 그러나 명화 복원에 있어서 일본인이 최고임은 이미 사실이라고 들었다. -ㅇ-

박물관이나 화랑, 복제 등이 주소재인 만화인 만큼 명화나 명품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읽는 즐거움의 하나다. 끌로드 모네의 '볏집', 르느와르의 '목욕 후', 피카소의 '청색시대', 고흐의 '해바라기 연작'뿐만 아니라 세잔느, 모딜리아니,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등 유명 작가들의 이름난 작품을 만화로 만날 수 있다. 빅터 하르트만과 무소그르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에 대한 에피소드를 접할 수 있었다는 것도 나로서는 꽤 기분 좋은 일이었다. 언뜻 들은 적이 있었으나 확연하지는 않았던 에피소드였는데 말이다. 비단 명화나 명품에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골동품, 건축물, 시계, 엘도라도의 전설 탐험, 피라미드의 보물, 해저 속 보물선 인양, 오래된 장난감 등도 다뤄지는데 가끔 소재를 찾고 있는 저자가 떠오르기는 해도 읽는 재미를 해치지는 않는다. 큐레이터가 뭔지, 미술상이 뭔지,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어찌 돌아가는 건지 들여다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만화는 읽는 데 시간이 좀 든다. 그만큼 설명이 많다는 뜻인데 흠은 아니다. 순전히 지식전달의 차원인데다가 새로 알게 되는 것들이라서 시간이 아깝지는 않다. 그림체는 상당히 어눌하다. 하긴 후지타가 꽃미남이었으면 좀 꺼려질 수도 있었겠다. 후훗. 여튼, 재미가 눈을 이기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만화라는 점에서 여기 언급된 게 허구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으나, 평소 만화와는 담을 쌓고 지내온 미술평론가 윤범모씨가 "미술사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뒷받침"되고, "미술사학자, 미술기자가 들려주는 미술이야기 같다"라며 추천의 글을 다 쓴 것으로 보아, 그림이 뭔지도 모르는 내가 강추를 해도 욕은 안듣겠다 싶었다. ^^;

디글디굴 심심해 우웅... 만화나 한 권 때려볼까 싶은 사람이 있다면 하루 한 권 내지 두 권을 들고서 쉬엄쉬엄 읽는 것도 즐거운 시간나기겠다, 한다. 나는 다 읽었지만서도... 그래서 지금 좀 아쉽다. 재밌는 건 자꾸 지나가 버리고 새 재미를 찾아야 하는 고난이 내게로 자꾸 밀려온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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