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친구 이야기 1 - 애장판
야자와 아이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등장인물
                     미카코, 츠토무
                     유스케, 마리코, 지로, 피이, 아유미, 신타로,
                     세지(반짝 반짝 별인간)
            -특별출연: 나가 켄(천사가 아냐), 미와코(미카코 동생),
                          히로유키(토쿠씨 아들), 아라시(리사와 다케시의 아들)

결국 보게 되어 버린 야자와 아이의 작품. <천사가 아냐>를 들어 열어 본 순간 미도리의 함빡웃음에 눈물이 가득한 눈을 보고 그냥 덮어 버렸고(으악, 최악이야~~), 그 선입관을 가지고 <내 남자 친구이야기>를 들고서는 말도 안되는 야자교에 다시 던져 버렸던 것(학원 환타지군!--+). 그러나 <파라다이스 키스>를 든 순간, 그냥 좌라락 읽어 내리고는 야자와 아이...! 결국은 <천사가 아냐>부터 <내 남자친구 이야기>, <나나>까지 훑고야 말았다. ^^ㆀ

인물들의 진화가 놀라운...(뭐하러 등장인물들 뒤에 괄호까지 쳐서 설명하고 있겠는가..^^;)

사람의 맘을 바라보는 예리함...
패셔너블한 그림...
슬픈 듯한 등장 인물들의 입매...
적어도 기쁨만은 확실하게 그릴 수 있는 작가...

원하는 건 해피엔드가 아냐. 잘 단련된 해피 마인드다.(7권 中)

그리고자 하는 것을 확실하게 그려낼 수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 역시 자기 삶을 그렇게 만들어가는 사람이겠다는 생각도 추가! 그래서 더불어 부러움도 속에서 슬금슬금 일어났다.

-디자이너 꿈을 버린 건 아니라구. 디자이너라면 여기서도 할 수 있고... 지금도 하고 있잖아.
-미카코는 여자애니까 거기까지 할 용기는 없는 건가?
-그 말은... 세지, 지금 날 무시하는 거야?
-그럴 생각은 없는데...
-그럼 날 오해하고 있는 거야! 하기야 난 여자애고 아직 열일곱 살 어린애지만 그 정도의 근성은 있다구! 세지한테 뒤지지 않을 만큼 꿈에 대한 열정도 있어! 그저 그런 애들과 똑같이 취급하지 마!
-그런 건 말로는 얼마든지 할 수 있지. 행동으로 옮길 수 없다면 말로 하는 게 아냐. 꼴불견일 뿐이지.무슨 생각으로 유학을 그만두려고 결심했는지는 모르지만 네가 말하는 '그저 그런 애들'도 많은 걸 고민하면서 살고 있어. 똑같이 취급당하고 싶지 않다는 사고방식은 자만이야.

........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지 어떤지는 그걸 향해 얼마큼 행동을 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 그만큼 희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 늘어나는 거야. 그걸 괴롭다고 생각한다면 그만 두는 게 나아. 장래엔 재봉을 좋아하는 아줌마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테니까.
                                                                                          
(6 권 中)

그저 그런 애들로 살다가 재봉을 좋아하는 아줌마가 된다는 것! 일종의 '뜨거움' 같은 것이 없다면 자기가 만든 옷을 입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는 자격이 없다는 말이 아주 깊숙하게 가슴을 찌른다. 나는 지금, 그저 그런 애로 살다가 그저 끼적거리는 거 좋아하는 아줌마가 되어 있지 않은가 말이다. 아무 것도 희생시키고 싶지 않아서. 과연 행동으로 옮긴다는 것이 어떤 걸까. 그걸 향해 행동한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 매일 매일 이렇게 끼적이면서 닿게 되는 그곳에서 바라보면 보이는 것인가? 읽으면서 더 많이 아팠던 대사는 이거다.

싫어! 이제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
유학 얘기 따위가 없었으면 이렇게 고민 안 해도 되는데!
패션쇼에서 그랑프리 받질 않았다면!
디자이너 따윌 목표로 안 삼았다면!
아, 이제 모든 게 다 어찌 되든 좋아!
점점 더 사고 방식이 소극적으로 되어 간다.
(6권 中)

언제나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면 꼭 위와 같은 수순을 밟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나, 굉장히 소극적인 사람인지도.-_-++ 언제나 핑계가 있었고, 언제나 숨을 곳을 찾았다. 지금도 또한 그렇다. 그러나 야자와 아이는 다시금 이렇게 말한다.

원하는 건 해피엔드가 아냐. 잘 단련된 해피 마인드다.(7권 中)

그렇다. 잘 단련된 해피 마인드. 엄청난 리토스트(자신의 비참한 자아를 갑자기 꿰뚫어 봄으로써 생기는 고뇌)의 유일무이한 대항책! 그러나 그것 조차 핑계가 되어 버릴 수 있는 법이니 조심해야 한다. 행동이란 것은 노동. 노동을 하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젊은 사람이 아니니 이젠 일부러 힘을 벌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가끔 이렇게 무지막지한 자극을 주는 젊은 만화를 읽어야 한다.

덤!
<나나>를 읽다 보니 요시모토 바나나 생각이 많이 났다. 아무래도 야자와 아이는 바나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닐까.. 소설을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불끈불끈해지는 이 유쾌하지 못한 심사. 그러나 시간은 지나 가니 또 이렇게 오늘 하루 끔찍한 자극 속에서 다짐을 하게 된다. 나여, 좀더 부지런해지라고! 참.. <나나>는 상당히 주목되는 작품이다. 두 사람의 나나가 엮어 가는 이야기. 스무 살 이상의 주인공들이 사랑하며 살아가는, 심상치 않은 소설같은 만화가 될 것이 분명하다. 2권까지 나와 있는데 읽으면서 이거 소장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흡! 그러나 더 이상은 안된다. 아쉬운 채로 남겨 둬야 그 작품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는 것을 아는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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