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라자 1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1998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는 별이오. 무수히 많고 그래서 어쩌면 보잘 것 없어 보일 수도 있소. 바라보지 않는 이상 우리는 서로를 잊을 수도 있소. 영원의 숲에서처럼 우리를, 서로를, 자신을 돌보지 않는 한 언제라도 그 빛을 잊어 버리고 존재를 상실할 수도 있는 별이지. 그러나 우리를 서로를 바라볼 줄 아오. 밤하늘은 어둡고, 주위는 차가운 암흑 뿐이지만, 별은 바라보는 자에겐 반드시 빛을 주지요. 우리는 어쩌면 서로를 바라보는 눈동자 속에 존재하는 별빛같은 존재들이지. 하지만 우리의 빛은 약하지 않소. 서로를 바라볼 때 우리는 우리의 모든 빛을 뿜어내지. ....우리는 서로에게 잊혀질 수 없는 존재들이오. 최소한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이상은.(by 칼)

-의외로 상당히 따뜻하고 감상적이지만 분명 세계관이 정착되어 있는 작품이었다. 뿐만 아니라 사소설같은 요즈음 소설들의 가벼움을 정말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극복했다고 본다. 다른 이의 작품을 읽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지만, 이영도의 경우 환타지소설이라는 말은 오히려 질투처럼 들린다. 그만큼 놀라운 어휘력을 가진 젊은이이고, 재치가 뛰어나고, 적당한 거리두기에 성공한 소설가이다.

-성총은 물과 같아 사방으로 흘러가지만,
 지나고 나면 흔적도 남지 않을 수 있다.

('네가 아무리 공을 세웠다 해도 까불면 재미없다'라는 뜻!)

-악몽: 기억은 밤의 제왕이고, 꿈으로 현신할 때 만물을 지배한다.(12. 33p.)

-전통적인 댓구의 묘와 절묘한 메타포를 만끽하고 싶다면 이영도의 환타지 소설을 읽으라.
  커다란 세계와 인간 이외의 종족들과 자연의 또 다른 주인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모두 얼마나 매력적인가.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J.R.R. 톨킨이 창조한 북구 신화의 장을 빌 수 밖에 없는 작금.
  신화연구가들은 뭐하고 있나, 민속연구가들은 또 뭘 하고 있나.
   J. R. R. 톨킨같은 소설가를 기대할 게 아니라 J. R. R. 톨킨같은 학자를 기대한다.

50명의 꼬마들과 대마법사 펠레일의 이야기

검은 녹슬고
책은 낡아가지.
봄날에 새돋이 싹트고
미풍에 낙엽이 날리면
빛나는 이들, 모두 사라져가네.
노래는 물결처럼
전설은 바람처럼
매끄러운 가인의 입술에도
시간의 입맞춤이 더해지고
결국 모든 것은 자취도 남지않네.
여기 잠시 서있다가
결국엔 떠나가고
지나쳐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이정표 없는 길을 하염없이 걸어가는
우리는 모두 세상의 나그네.
그러나 돌아보라!
그대 스치는 황량한 길가에도 꽃은 피어있음을!
벗이여 노래하라!

----------------------------중략

나그네는 고개 돌려 다시 밤속으로 걸어가네.
매일 수 없는 그의 발걸음은 끝이 없지만
그러나 그의 귓가엔 아직도 울려퍼지네.
50명의 꼬마들의 아름다운 웃음소리가.
루 루루루 루루루루루…
라 라라라 라라라라라…

드래곤 라자의 詩들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