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망각의 책 문학사상 세계문학 13
밀란 쿤데라 지음 / 문학사상사 / 199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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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의 모든 작품에 기립했었다. 프랑스어로 쓰여지고 나서부터 조금씩 그에게서 멀어지고 말았다. 새로운 글쓰기를 기대하는데. 


-기억

그녀는 보헤미아에서 남편과 11년간 생활했다. 따라서 시어머니 집에 두고 온 수첩도 11권이었다. 남편이 죽은 후 얼마 있다가 그녀는 한 권의 공책을 사서, 그것을 열한 부분으로 나누었다. 그녀는 반쯤 잊어가고 있던 많은 사건이며 상황을 제대로 상기할 수 있었지만, 그것을 공책 어느 부분에 기입해야 좋을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128p.)


만약에 흔들거리는 추억의 골격이 엉성하게 세운 천막처럼 내려앉는다면, 타미나에게는 이제 현재밖에는, 이 보이지 않는 부분밖에는, 느릿느릿 죽음으로 나아가는 저 허무밖에는 남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130p.)


경찰의 기록보관실에 있는 자료실이야말로 유일하게 우리의 불멸을 볼 수 있는 것이다.(131p.)


-글쓰기

제임스 조이스 이래로 우리는 인생 최대의 모험이란, 모험의 부재라는 것을 알고 있지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는 우리의 내면에 이동해 와버렸어요. 우리는 이를 내면화해 버렸지요. 여러 섬과 바다, 우리를 유혹하는 사이렌들, 우리를 부르는 이타케, 이들은 오늘날 우리 내부의 목소리로 전락해 버렸습니다.(136p.)


우리가 책을 쓰는 것은 자기 자식이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 주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지 모르는 세상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것은 자기 아내에게 이야기하면 귀를 막아 버리기 때문이다.

'書胱'이란 편지, 일기, 가족연대기 등을 쓰려는 (즉 자기 또는 자기와 가까운 사람들을 위해서 쓰려는) 욕망이 아니라, 책을 쓰려는 (따라서 불특정 다수의 독자를 가지려는) 욕망을 말한다.(138p.)


-정적

금반지(156p.) 소재의 해석


-리토스트(Litost)란?

어느 날, 그는 여자 친구와 ㅡ수영하러 갔다. 그녀는 일류 수영 선수였으나, 그는 가까스로 물에 뜰 정도에 불과했다. 그는 물 속에서 호흡을 멈추기가 어려웠으므로 머리를 수면 위에서 앞뒤로 흔들어대면서 천천히 헤엄쳐 나가고 있었다. 그의 여자 친구는 그에 무척 빠져 있었으므로 사려 깊게 그와 속도를 맞추어 헤엄쳤다. 그러나 수영이 끝날 무렵이 되자, 그녀는 본래의 운동 선수로서의 본능이 발동하여, 빠른 속도로 반대쪽 강기슭을 향해 헤엄쳐 나갔다. 그도 좀더 빨리 헤엄쳐 보려고 노력했지만, 물만 잔뜩 마시고 말았다. 그는 자신이 약골인 것이 드러났기 때문에 창피하고 분해서 '리토스트'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특수한 슬픔을 느꼈다. 그는 허약했기 때문에 어린 시절 육체 운동이라고는 하지 않았고 친구도 없었으며, 오직 엄마의 과잉 보호 아래 자랐던 시절을 회상했다. 그리고는 속절없는 절망감에 잠겼다.(p.181)

리토스트란 우리 자신의 비참한 자아를 갑자기 꿰뚫어 봄으로써 생기는 고뇌의 상태다.(p.182)

-비참한 자아와 만나는 일은 그다지 빈번하지 않지만, 만나고서 빠지는 리토스트의 기간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길었다. ...언제나.


시내로 돌아가는 길에 두 사람은 들을 횡단하는 지름길을 택하였다. 그는 말이 없었다. 그는 마음의 상처를 입고 풀이 죽을 대로 죽은 상태였다. 그는 그녀를 때려 주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기 어려울 정도였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니?" 라고 그녀가 물었다.
 "강의 기슭 쪽으로는 위험한 급류가 흐르고 있잖아. 그래서 그쪽으로 헤엄쳐 가면 익사할 수 있으니 그러지 말라고 내가 일러 줬지 않니?"
그의 입에서 비난의 말이 쏟아져 나왔다.그리고는 그녀의 따귀를 때렸다.그녀는 울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 그는 그녀가 가여워서 껴안아 주었다. 그랬더니 그의 리토스트가 말끔히 사라졌다.
(p.181)

-리토스트의 원인은 공격성의 씨앗이기도 하다. 그러나 공격성은 학습과 선택의 산물이다.


우리들 개개인의 개인적인 비참함에 대한 표준적 치료약 중에 '사랑'이 있다. 왜냐하면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사람은 비참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결함이라는 결함은 다 사랑이라는 마법의 눈빛으로 회복되며, 그 눈빛 아래서는 수면 위로 머리를 앞뒤로 흔들면서 헤엄치는 것조차도 매력적인 모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사랑의 절대성이란 사실상, 절대적인 동일성에 대한 소망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여인이 우리처럼 천천히 헤엄쳐 주기를 바란다.(p.182)

-그러나 내 리토스트의 원인까지 사랑하는 나 아닌 사람으로 그것은 말끔히 사라진다. 웬만한 추억꺼리가 되어 버린다. 그래서 그를 잃는 것을 한없이 두려워 하게 되는 것이다.

-웃음

'웃음'으로 모든 것은 경계를 넘고,
경계를 넘은 '나'는 망각의 배에 올라 탄다.
리토스트의 해결은 웃음으로 가는 길 밖에는 없다. 그렇게 잊어지는 것. 다른 어떤 해결이 있겠는가? '웃음과 망각의 책'은 그래서 웃음과 망각의 책인 것이다.

-책 속 모든, 밑줄 그은 부분들을 위하여 다시 읽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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