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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꿈이었을까
은희경 지음 / 현대문학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취한 밤이란 것은 어쩌면 내가 의식적으로 살아 주지 않아도 살아지는 부록같은 삶, 그러니까 여분의 인생이거나 혹은 시계로 잴 수 없는 또 다른 차원의 시간일지도 모른다. 취해서 기억할 수 없는 시간은 그 사람의 인생에 속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날아가는 게 아닐까. 그런 다음 어딘가 다른 곳의 시간에 가서 쌓이는 거다. 과학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마치 물의 여행처럼. 비이든 땅에 스민 지하수이든 사람의 몸 속에 물이든 오줌이든 혹은 주전자 속의 끓는 물이든 수증기든 다시 구름이고 비이든 간에 - 모습만 바뀔 뿐 사라지지 않는다. 정말 그 뿐일까. . . . . . (p.63)
-나중에 다시 아주 이상한 모양으로 구부러지는 문단. 취한 삶, 혹은 시간에 대한 의미의 비약이나 응집은 더 이상 없음이 아직 아쉽다.
-내 취했던 시간은 무엇이었을까.
아, 기분 좋았던 밤.
확실한 모습은 없지만, 그 시간들 만큼
생각만으로 행복하고 그리운 것이 없다면.
...내 행복한 시간은 어디에 존재하고 있는 걸까?
정말 은의 말처럼,
오려두기 했다가 잃어 버린, 아니 날려 버린 파일처럼
정말 존재하지 않는 걸까? 지금은?
그래. 취한 밤은 분명 같이 했던 사람들의 마음 속에 무형으로,
지금 내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 배경을 감싼 아우라가 되어 있을 것이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새것처럼 선명하고 맑은 날씨였다.
................. (p.135)
-이 불필요한 문학적 수사들. 이 수사들을 읽으면 먼저 골이 울리기 시작한다.
필요한 말만, 수사없이. 거칠 것 없이 정확한 개념의 상태, 또는 절대적인 행동, 단 1개의.
그래. 닿을 곳 없는 곳을 직선으로 날아가는 한 마리 검은 새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