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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앞치마
마르틴 라퐁 지음, 김이소 옮김, 파트릭 데글리-에스포스티 그림, 마리 부트루아 글씨 / 이레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무지 짧은 소설이다. 대개는 다른 책들과 함께 읽기 때문에 마치 빈 순간을 채우듯 읽어치우는 부류의 책이다. 번역자가 김이소. 그저 번역자 보고 골라 들었다. 김의 소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대개 이런 번역자들의 감만은 상당히 좋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울림을 클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집어들었으나 이렇게 짧지 않았다면 읽고 후회했을 수도. 그러나 궁금증은 지금도 인다. 나에게는 무엇이 파란앞치마일 것인가?
-언젠가는 전혀 이렇지 않을 것이다. 다른 창문들이 있어 그곳에서 밖을 내다보면 지붕들 위로 커다란 하늘 한 자락이 마치 간만의 차가 가장 큰 사리 때 바다에서 마음껏 휘날리는 커다란 돛처럼, 혹은 여름날 미풍에 나부끼는 앞치마처럼 바람에 펄럭이는 것을 볼 수 있으리라.
언젠가는 전혀 이렇지 않을 것이다. 계단에는 꽃들이 피어 마치 남쪽 프로방스지방의 햇살 고운 테라스같을 것이며, 옆방의 시몬부인은 더이상 소리를 지르지도 않으리라.
언젠가는 전혀 이렇지 않을 것이다. 시멘트거리들 대신에 모래밭이 있어 바다의 소금기를 머금은 풀들이 무성한 모래언덕과 작은 진주조개들과 황금빛조개들을 볼 수도 있으리라. 또한 바다소리도 들을 수 있으리라. 가장자리가 허물어진 회색빛 길가에 부딪히며 하얀 거품 핥으러 오는 바닷소리들.
그리고 하늘 한쪽에서는 갈매기들이 소란스럽게 웃고 떠들어댈 것이며, 그때 나도 창문 너머로 꿈을 향해 내 상상의 공간을 활짝 열고 그 길을 따라 떠나리라.
;양로원에 들어간 할머니. 파란앞치마를 집안 어딘가에 걸어둔 채 양로원에 끌려들어왔다. 그녀는 자신의 파란앞치마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할머니는 그 앞치마를 찾아야 한다.
아주 나중에 내가 양로원에서 그 곳을 빠져나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면. 거기 앉아서 매일 바깥을 내다보며, 언젠가는 전혀 이렇지 않을 것이다, 되뇌이게 된다면.... 그때까지도 언젠가는..., 하면서 살게 된다면....
진심으로 나여,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어째 소설가의 번역이 좀 껄끄럽다. 짧고 그림(그것도 생략이 많은 그림)도 반이나 되는데 좀더 유려한 문장으로 번역됐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