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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와 정원사
앙리 퀴에코 지음, 양녕자 옮김 / 강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프랑스의 현직화가가 그의 별장 정원사와 여름마다 나눈 대화를 그대로 옮긴 책인데. 책표지가 좋아서 선택했다. 화가가 보는 세상과 정원사가 보는 세상은 여간해서 만나지질 않는데, 둘의 관계가 아우라가 되어 그들의 대화는 더없이 따뜻하고 평화롭다. 술술 읽다가 언뜻언뜻 긴장하고 만다.
각 대화의 제목이 그럴듯하다. 사실 각 대화의 제목을 보며 어떤 울림을 기대하곤 했는데 언제나 대화 내용은 빗나간다. 아주 다른 얘기들. 화가의 이야기보다 늙은 정원사의 이야기가 은근한 매력을 풍기는데, 그저 삶 속에 녹아 있는 철학을 예상한다면 이 안에 그것은 없다. 정원사는 철학자도 아니며 그렇다고 혜안을 지닌 현자도 아니다. 그는 시종일관 정원사이자 무식한 농부일 뿐이다. 그래도 와서 닿는 것이 있어서 읽으면서 참 희한한 느낌이 들었다.
메모를 할 수가 없었다. 메모할 만한 것이 생기면 한 챕터를 다 옮겨 놓아야 할 판국이었으므로. 그래서 술술, 바람처럼, 그러나 미풍만도 아니고 강풍만도 아닌 바람처럼 나를 지나가 버리게 놔뒀다. 그런 책도 있는 법이다.
한 가지 기억나는 게 있다면....
그 늙은 정원사의 가방 속 물건들인데.
꼭 가지고 다녀야할 것 중에 '끈'이 들어 있다. 그걸 읽으면서 나도 '끈'하나는 꼭 상비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끈'을 상당히 좋아한다. 그걸로 별별걸 다 한다.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면 요상한 것들이 들어 있는데 나는 그 중에 두 가지를 이해할 수 있다. 하나는 석기시대 망치로나 쓰였을 법한 돌멩이고 또 하나는 운동화끈이다. 우리 작은 아이 보물 다섯 개 중에 들어 있다. ^^ 그러고 보니 정원사의 가방에 꼭 들어 있다는 '모루'. 우리 아이의 저 돌이 바로 그것이로구나!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