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슬럼독 밀리어네어 - 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대니 보일의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와 스와루프의 소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다르다.
스와루프의 소설은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아니라 Q&A 이다.
영화가 행복한 동화였다면 소설은 섬세한 세태화라고나 할까.
주인공의 이름도, 그의 인생역정도 아주 다르다.
그는 형도 없거니와 어머니 얼굴도 모르는 유기아이다.
또한 도둑이기도 하고 사람을 죽인 범인이기도 하다.
람은 고아로 훌륭한 신부의 아이로 자라지만
그에게 닥쳐오는 세상은 그저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무서운 것이다.
인도 빈민가를 전전하며 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는 람.
그러 중에 영혼이 착한 자를 알아보고, 영혼이 맑은 자를 사랑하고, 세상이 버린 자를 구한다.
그 사람들의 고마움이 모여서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일까?
나오는 퀴즈마다 람이 살아온 인생의 갈피갈피에 접어 끼워놓은 지폐를 발견하는 것 같다.
그는 자기가 넣어 두었던 그 지폐를 꺼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람은 언제나 최선을 다했고, 행운은 그 보답인 양 차곡차곡 쌓인다.
그는 퀴즈쇼에 나가 자신을 알릴 필요도 없었고
퀴즈쇼 상금을 받아야만 할 이유도 없었으나
퀴즈쇼에만은 반드시 나가야 했다.
그곳에 가서 해야할 일이 분명히 있었고 그는 그것만 해치우면 되는 것이었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참으로 영화다워서
그 두 시간으로는 어림없는 이 소설의 몇 개 에피소드를 가져다가
감동적이고도 아주 재미나게 버무려냈다.
영화만 보고서 이 소설을 안다고, 혹은 읽었다고 뻥치지 말길 바란다.
아주 다르니까. 같은 것은 그저 퀴즈쇼라는 전개장치 뿐.
귀여운 자말은, 영화 속의 그 아이는 결코 주인공 람이 아니다.
자말의 삶도 역시 람의 삶이 아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퀴즈쇼라는 틀은 정말 참신하고 파워풀한 장치였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람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는
그야말로 어디선가 수집한 인도사람들 각각의 인생 같은 느낌이 든다.
그만큼 람에게 많은 일이 일어나고
그만큼 람은 극적이고 고단하고 힘든 선택을 한다.
한 사람에게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난다고는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다.
그래서 극적이긴 하되 리얼리티는 반감되었다.
에피들의 끝도 언제나 반전이 있음이 즐겁긴 했으나
그 반전이라는 게 항상 상투적인 그림이다.
덕분에 내게 밑줄 하나 남은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 역시 절대 읽은 것을 후회하게는 않을 것이다.
약속한다.
목차:
프롤로그
1,000ㆍ영웅의 죽음
2,000ㆍ성직자의 짐
5,000ㆍ동생의 약속
10,000ㆍ장애인을 위한 배려
50,000ㆍ아니, 어떻게 호주말까지 알았지?
100,000ㆍ단추를 떨어뜨리지 마라
200,000ㆍ웨스턴 익스프레스 살인사건
500,000ㆍ어느 군인의 이야기
1,000,000ㆍ살인면허
1,000,000ㆍ비극의 여왕
100,000,000ㆍ러브 스토리, 혹은 엑스 그크르즈 오프크누
1,000,000,000ㆍ열세번째 문제
에필로그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 행운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
:::: 번역자의 단정적인 해석이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어쩌면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