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예쁜 말들 민음사 모던 클래식 65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괜찮은 소설이었다. 코맥 매카시의 로드를 읽어봐야할 듯. 서부소설이라고 장르소설이라는데 아주 색다르고, 담긴 철학이 냉정하고 조리가 있어 매력적이었다. 좋은 작가에 작품 걸렸다. 작년에 본 아카데미 대상 받은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 깔린 정서를 확인할 수 있기도 했다.
 

205   
 - 말씀 좀 해 주세요. 내가 가난뱅이인 것과 미국인인 것 중에 어느 쪽이 더 나쁜 거죠?
- 좋은 열쇠는 어느 문이든 여는 법이지.
- .........
- 내 생각을 듣고 싶을테고 어쩌면 조언을 바라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도 조언해 줄 수는 없어.    

139   
 흉터에는 신기한 힘이 있지. 과거가 진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주거든.
흉터를 얻게된 사연은 결코 잊을 수 없지. 안 그런가?    

230   
 접이식 철제의자 세 개가 맞은편 벽에 기대어 거북한 공허를 안고 있었다. 사람들이 일어나 떠나버리기라도 한 양. 오기로 한 사람이 오지 않은 양.      

325   
 용기는 언제나 지속되는 법이며, 겁쟁이가 가장 먼저 버리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 말이야. 자기 자신을 버리게 되면 남들을 배신하는 것도 쉬워지지.      

329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강한 유대감은 슬픔의 유대감이며, 가장 견고한 단체는 비통의 단체이지.  


330
과학자들은 실험할 때 박테리아든, 쥐든, 사람이든 일부를 택해 특정한 조건을 부여하지. 그러고는 자연 상태 그대로 있었던 두 번째 무리와 비교해. 그 두번째 무리를 대조군이라고 부르지. 대조군 덕분에 실험 효과를 측정하고 그 중요성을 판단할 수 있는 거야. 역사에는 대조군이 없어. 달리 이랬을 수도 있다고 아무도 말할 수 없는 거지. 그저 이랬을 수도 있다고 한탄할 뿐, 그것을 현실로 만들 수는 없어. 역사를 모르면 실수를 되풀이한다고들 말하지. 하지만 역사를 안다고 해서 실수를 피할 수 있다고는 생각 안 해. 탐욕과 어리석음과 피에 대한 욕망은 역사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네. 심지어 모든 것을 안다는 신마저도 세상을 바꿀 힘은 없는 게 아닌가 싶어.   

341   
 겁에 질려서는 돈을 벌 수 없고, 걱정에 눌려서는 사랑을 할 수 없다.  

386   
 세계의 심장은 끔찍한 희생을 바탕으로 뛰는 것이며 세계의 고통과 아름다움은 각자 지분을 나눠 가지는데, 끔찍한 적자로 허덕이는 와중에 단 한 송이의 꽃을 피우기 위해 어마어마한 피를 바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388   
 신께서 젊은이들에게 인생을 시작할 때 삶의 진실을 모르게 하신 것은 정말 옳은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젊은이들은 아예 인생을 시작할 엄두도 못 낼 것이기 때문이다.   

393   
 피고는 질문의 답을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습니다. 거짓말쟁이는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법이니까요.    

396   
 자, 말해 보게.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는 법이거든.    

397   
 무언가를 너무 되씹다 보면 그것이 너를 먹어버릴 수도 있다고.    

398   
 마음을 바꾸면서도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지.    

404   
 세상 만물에는 다 제각각 쓰임새가 있기 마련이라네.      

408   
 -계속 갈 생각이야.
-여긴 썩 괜찮은 나라야.
-그래.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나의 나라는 아니야.  

410   
 그는 마음을 진정하려는 듯, 혹은 땅을 축복하려는 듯, 혹은 늙든 젊든 부자든 가난하든 검든 희든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쏜살같이 달려가는 세상을 늦추려는 듯 잠시 양손을 뻗은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아무리 몸부림치든, 그 이름이 무엇이든, 살아 있든 죽어 있는 세상은 달려갔다.    

411
 그저 가만히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알아야 할 것은 모두 안다는 듯이. 그들은 다가왔다 멀어지는 그를 그 자리에 서서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저 그가 지나가는 길이기에. 그저 그가 사라질 것이기에.   

415   
 행위 하나하나를 'and'로 연결시켜 묘사하면서도지루하기는커녕 매혹적인가 하면, 툭툭 떨어지는 단문이 줄을 잇는데도 묘하게 착착 감기는 것이었다. -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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