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타모츠가 교코의 어깨를 짚는 순간
울컥했다.
인상적인 마지막이었고
그 끝에 다다른 순간 신조 교코라는 존재가 작고 영롱한 비누방울이 되어 허공을 날았다.
터져 사라지기 직전이었다.
그녀의 목덜미에서 하늘거리던 흰색털이 아직도 애틋하다.

그녀는 도망다니고 있다. 아직 그 정체는 모르지만 집요하게 자신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부터 그녀는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일을 혼자서 해내고 있다. 그녀는 혼자다. 누구의 말을 들을 필요도 없고 누구의 명령을 따를 필요도 없다.
밝은 꽃무늬 벽지를 한 장 벗겨내면, 그 밑은 철근으로 지탱하고 있는 콘크리트 벽이 숨어 있다. 누구도 쉽고 돌파할 수 없고 무너뜨릴 수 없는 벽이.
그 철근과 같은 존재 의지.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한. / 128

아마 그 친구는 자기보다 못한 동료를 찾은 모양이에요.
자기보다 못한 동료?
그래요. 쓸쓸했겠죠. 이 세상에 자기 혼자만 남겨진 기분이었을 거에요. 확실히는 모르지만 결혼한 것도 아니고, 유학을 간 것도 아니고,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고향으로 돌아가 버린 저라면, 적어도 도쿄에서 생활하는 자기보다는 더 비참한 심정으로 있을 거라고 짐작했던 거죠. / 167

이름이란 타인들에게 불리고 인정받은으로써 존재한다. 곁에서 신조 교코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그녀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의 사람이 있었다면 그녀는 펑크난 타이어를 버리듯 절대로 신조 교코라는 이름을 버리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이름에는 사랑이 스며 있으니까. / 225

아무리 전국을 뛰어다녀도 경찰관의 여행은 여행이 아니고, 그렇다고 출장도 아니다. 그것은 백지 선상에 점과 점을 연결하며 사실을 메워가는 끈기 있는 확인 작업에 불과하다. / 256

죽어 줘! 제발 죽어 줘, 아빠! 그렇게 간절히 바라면서 교코는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던 거예요. 자기 부모 아닙니까? 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교코의 그런 모습이 무시무시하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제 마음 속의 제방이 우르르 무너져 내렸습니다. / 275

택시 운전기사에게나 술집 같은 데서 옆좌석에 앉은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우연히, 친한 사람들한테는 오히려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말해 버리는 경우는 드물지 않은 일이다. 서로 모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편했을 것이다. / 285

 추리소설장르에 한정하기엔 너무나 깊고 넓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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