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범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전3권, 각권 500여페이지. 5년간 연재에 5000매 이상의 원고.
시점은 일관되지 않고 관찰과 묘사가 주인 챕터가 있는가 하면
인물사 같은 전지적 나레이터가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매체 연재물의 속성을 그대로 증명하는 작품. 그러나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가벼움은 없다.
참으로 진지하고, 그만큼 심도가 깊고, 그저 소설에 그치지 않을 사회심리학적 가치를 품고 있다. 

사건이 있다.
범죄다.

하나의 범죄에 연루되어 있는 존재들의 수는 얼마나 많을까?
그저 범죄자와 피해자와 수사자, 이 삼자가 주축이 되는 추리소설들을 추리소설이라 하고 즐겨왔는데
모방범은 그 수준을 훌쩍 넘어 소설 이상이 되어 버린다.
작가는 범죄 하나에 연루된 사회 전반을 아울러 바라본다.
그리고 그저 누군가의 연구실적에 기대어 평가하고 계량화하는 비평의 언어를 버리고
소설의 기법, 즉 연루된 자 모두의 심정을 드러내는 내추럴리즘을 사용한다.
본의는 리얼리즘인 그 내추럴리즘에 대한 해설 또한 논문 수준.
집필기간 5년이 참으로 알찼겠다 싶었다. 

그동안 들여다 보지 않았던 것들이 드러나고 그걸 떠올리는 나는 한없이 마음이 아프다.
그들  발밑에 깨진 유리가루처럼  부서져 내리는 그들의 생애와 생활이 눈물난다.
근본적으로 범죄의 원인이 '내가 너보다 낫다'라는 심리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제일 먼저 버려야 할 것은 나만 아는 개인주의. 그러니까 이른바 이기주의.
인간은 부족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니
나 아닌 다른 나들과 돈독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불안하지 않게 사는 유일한 방법이다.

부서진 하나의 나와 함께 같이 철저하게 부서지는 나의 가족. 그게 가족임을 잊지 않아야 하리.
학문적 성과에 힘입어 시대를 거듭하며 비정상적으로 자라난 '나'라는 개념으로
너무 나를 분석하지도 말 것이요, 너무 나를 감정의 맨 앞에 세우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소설 속 아리마 요시오 할아버지가 가장 현명한 이유가 그 안에 있다.
이 할아버지가 가장 믿음직스러운 이유도 그 안에 들었다.

미야베 미유키... 소설가를 넘어 사회분석가가 되어 있다.
그 분석의 넓이와 깊이에 비교해 결말이 그저 헤프닝 같이 느껴졌다는 점이,
아마도 결말에 이른 거기까지의 탁월함에서 기인하는 일종의 허망함이
저 별 다섯개 중 마지막 별을 사실은 반만 반짝이게 만들고 말았음을
이 소설을 읽은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래도 별 다섯! 누구라도 읽어야 할 교양서라고 해도 무방. 강추다.
오랜만에 이따위 리뷰는 그 발톱때만도 못하지 싶은 소설 만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