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요란한 명성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실망스러운 작품이다. 이 책은 추리소설로도 함량미달이고, 뒤마의 향수를 자극하는 힘도 대단치는 않다. 혹시라도 이 작품의 반전이라든지 논리적 구성에 감탄한 사람이 있다면 제대로 된 고전 추리소설을 읽어보라고 말하고싶다. 다만 장미의 이름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만하기도 하겠으나 권할만한 책은 아니다.2분중 0분께서 이 리뷰를 추천하셨습니다.
10년전에 구리모토 카오루의 SF수호지를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크토르(이책에서는 '크투르프'라고 표기되어 있다) 신화를 처음으로 만들어낸 사람이 러브크래프트라는 사실을 알고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보았다. 그러나 읽고난 후의 소감은 다소 실망스러운 편이다. 크토르 신화를 창조함으로써 러브크래프트라는 작가가 현대공포소설 형성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겠으나, 그의 문재는 그의 뛰어난 상상력만큼은 못되는 듯하다. 이작품은 공포를 느끼게 하는 대상을 자세히 묘사하기보다는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형태의 서술을 주로 사용하며 괴기현상에 대한 해답제시를 거의 해주지 않는다. 다소 모호한 구성으로 공포의 여운을 좀더 오래 지속되도록하려는 의도이겠으나, 작가의 필력부족으로 전체적으로 감질나고 답답하다는 느낌이다. 크토르 신화의 기괴한 매력은 무시못할 바이지만 선듯 권하기는 어려운 책이다. 노파심에서 한마디하자면 이작품은 추리소설이 아니다. 추리적인 요소가 조금 포함되어있다고 하기도 어렵다. 아마도 DMB중에서 유일하게 추리소설이 아닌 작품이지싶다.1분중 0분께서 이 리뷰를 추천하셨습니다.
전세계 문학의 인물중 가장 많이 영화화된 케릭터가 도일의 홈즈라는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2등은? 놀랍게도 문학의 인물중 두번째로 영화화가 많이 이루어진 케릭터는 얼 데어 비거즈의 찰리 챈이라고 한다. 이 놀라운 기록만큼이나 충격적인 사실은 책의 해설에도 나와있듯이 지난 1세기 동안 가장 많이 번역된 작가가 쥘 베른이라는 사실이다. 역자의 통계는 번역된 책의 종수만을 고려하여 실제적 부수와는 많은 차이가 있을것이라는 생각이 안드는 것은 아니지만, 쥘 베른이 이토록 오랜세월동안 널리 읽히고 있다는 사실은 그가 세월의 무게와 문화의 차이를 아우르는 뛰어난 고전작가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증명한다. <지구 속 여행>은 여러면에서 도일의 <잃어버린 세계>와 비교가 되는 작품이다. <잃어버린 세계>가 태고의 신비로운 생태를 남미의 오지에서 발견하는 스토리라면, <지구 속 여행>은 그것을 땅속 깊숙한 곳에서 찾는다. 그리고 단순한 모험의 서술에 그치지 않고 태고의 생태나 지구의 지질학적 역사에 대한 나름대로의 과학적 설명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도 유사하다. 탐험의 주체가 되는 인물들의 설정도 전체적으로 비슷하다. 주인공격인 <잃어버린 세계>의 챌린저교수와 <지구 속 여행>의 리덴브로크 교수의 괴팍하고 학문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이미지가 그렇고, 두 작품 모두 발랄하고 위트있는 젊은 관찰자의 시선을 사용했다는 점이 역시 그렇다. 그리고 충직한 솜털오리 사냥꾼 한스는 <잃어버린 세계>의 믿음직한 탐험전문가 록스턴과 비교될만한 케릭터이다.<지구 속 여행>은 140년가량 전세계적으로 널리 읽히는 프로토 에스에프 또는 경이소설의 고전명작이다. 그러나 여러면에서 <잃어버린 세계>보다는 조금 못미치지싶다. 진행의 박진감이 부족하여 읽는 재미면에서 <잃어버린 세계>보다 못하고, 묘사의 현실감이라든가 유머와 재치면에서도 약간 뒤진다고 생각된다. 묘사의 현실감이라는 측면에서 도일이 워낙 정평이 난 작가이고 <지구 속 여행>도 그다지 현실감이 부족한 편은 아니며 유머라는 요소도 내가 프랑스보다는 영국작가의 작품에 익숙한 탓일수 있겠으나, 진행의 밋밋함은 확실한 약점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100년도 넘은 고전 모험소설에 현대소설과 같은 요란한 활극을 기대할 수야 없지만 <지구 속 여행>은 좀 지나치다 싶을 만큼 정적이라는 느낌이다.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한 남자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그의 애인, 동업자, 사촌형제, 변호사, 탐정 등이 사건을 재수사한다. 그러나 사형집행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6일뿐...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을 연상시키는 줄거리를 가지는 <처형 6일전>은 읽기전에 막연히 가졌던 예상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이작품의 큰 줄기로 봐서는 강렬한 서스펜스소설일것 같은데 실제로 이작품의 서스펜스적 요소는 미약하다. 수사의 진행은 주로 사립탐정 윌리엄 크레인을 주체로 진행되며 누명을 쓰고 죽을 위기에 처한 남자와 인간적인 유대를 가지는 약혼자나 동료들의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그다지 잘 표현되지 못했다. 아이리시의 작품같은 필사적인 긴장감과는 거리가 멀다.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하드보일드에 가깝다. 사건의 수사는 탐정이 발로 뛰고 몸으로 부딪히는 장면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지며 크레인은 알카포네를 몰아냈다는 무시무시한 갱단과도 관련을 맺고 교도소장을 협박하기도 하는등 전형적 하드보일드 탐정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크레인이 본격물에 등장하는 홈즈식 초인형 탐정의 특성도 꽤 많이 내포한다는 점이다. 그는 고전정통추리소설의 탐정들처럼 괴상한 행동을 하면서 묘한 웃음을 짓기도 하고 포와로처럼 최후의 순간에 용의자들을 전부 불러모은다.이 작품은 서스펜스적 골격에 하드보일드적 요소와 본격물의 특성이 첨가된 짬뽕미스터리이며 그중에서 서스펜스적 성격이 가장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이러한 독특성은 이 작품의 매력이자 현대적 의미의 미스터리와도 일맥상통한다고도 할 수 있으나 아쉽게도 어느 쪽으로도 그다지 뛰어나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서스펜스로는 아이리시는 고사하고 크리스티에 비해서도 한참 모자라고 하드보일드로는 해미트의 아류수준이고 본격물로도 별로 신통하지는 않다. 또 한가지 6일후에 처형당하는 3명의 사형수가 모여있다는 설정을 사용하고도 이들의 절박한 심리상태에 대한 묘사가 많이 부족했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1분중 0분께서 이 리뷰를 추천하셨습니다.
밸리저의 <이와 손톱>을 읽고난후 지금껏 <이와 손톱>을 능가하는 범죄소설은 존재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니콜라스 블레이크의 <야수는 죽어야 한다>의 뛰어남은 거의 <이와 손톱>에 필적할 정도이다. <이와 손톱>이 범죄소설+서스펜스의 극단이라면 <야수는 죽어야 한다>는 범죄소설+본격추리소설의 극단이다. 물론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으나 내 생각엔 존 르 카레의 <죽음의 키스>보다 확실히 윗길이다.작품은 총 4부로 구성되어있다. 1,2부는 뺑소니 사고로 아들을 잃은 미스터리 작가 필릭스 레인이 범인을 찾아내고 그를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시도하는 내용인데, 특이하게도 일기의 형식을 취함으로써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블레이크의 심리묘사는 아이리시나 크리스티같은 미묘하고 섬세한 맛은 없지만 선이 굵고 시원시원하다는 느낌이다. 3,4부는 보통 고전추리소설의 형식을 가지는데 단서가 별로 없어보이는데도 논리적 완결성을 보여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세세한 물적 증거에 구애받지 않고 사건전체를 거시적으로 분석하는 탐정 나이젤의 모습은 이 작품의 독특한 도입부와 맞물려 '이작품이 본격미스터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가 과연 옳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책의 뒷표지에는 이작품을 도서물이라고 하였지만 <야수는 죽어야 한다>를 도서물로 보기엔 좀 무리가 있다. 앞서 말한대로 범죄소설+본격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왜 그런지 설명하자면 스포일러가 되므로 자세한 언급은 피한다. 이 작품과 콜롬보시리즈를 비교해보라. 분명한 차이가 있다.사소한 트집을 하나 잡자면 본문에 트라팔가 해전이 넬슨이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한 사건이라고 나오는데, 트라팔가는 넬슨이 나폴레옹을 무찌른 스페인 남서안의 곶이고 소위 스페인 무적함대가 드레이크라는 영국 해적한테 박살난 때는 그보다 200년도 더 전이다. 아마도 원문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작가의 실수를 역자가 발견하지 못한 것이리라. 같이 수록된 브레머의 <브룩밴드장의 비극>도 홈즈시대 특유의 매력을 갖춘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