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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예수 - 어떻게 우리는 2천 년 전 인물을 지금 만날 수 있는가
루크 티머시 존슨 지음, 손혜숙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18세기 계몽주의는 신학사고에도 영향을 미쳤다. 예수 그리스도를 신앙의 대상에서 인간 예수로 분리해 내는 시도가 그렇다. 예수의 일생도 역사적인 관점으로 조명하는 붐이 일었다. 그로 인해 예수는 유대인 혁명가였고, 십자가에 처형되자 제자들이 그를 신격화했다는 주장도 폈다.
그것이 타당한 설득력을 얻었던 것일까? 그 뒤에는 사(四)복음서를 놓고서도 역사와 신화를 떼어내는 연구가 진행됐다. 예수 그리스도를 둘러 싼 '역사적인'(historical) 부분과 '신화적인'(mythical)부분들을 분리시키는 작업이 그거였다.
왜 그런 신학적인 작업을 한 걸까? 고백의 차원에 머물던 신앙심에 회의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역사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실존의 규명을 먼저 밝혀내고픈 까닭이었다. 그리하여 '지금 나에게 예수는 누구였는가?' 하는 것보다 '그 시대의 예수는 누구였는가?'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런데 무엇이든 너무 앞서나가면 본질에서 이탈하기 마련이다. 역사적 예수에 외골수로 매달린 신학자들은 대부분 예수를 유대 혁명자로 간주하며, 기독교는 초기 제자들이 만들어낸 창작물이라고 주장한다. 더욱이 신약성경의 사(四)복음서도 초기기독교가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옹호하기 위해 쓴 '문학작품'이라고 강론한다.
루크 티머시 존슨의 〈살아 있는 예수〉는 그와 같은 역사적 예수 연구가들의 허점과 한계를 지적한다. 이제까지 믿음의 대상이었던 예수를 부인하고, 지난 2천년이 지난 오늘까지 역사적으로 재구성한 예수가 성서 속에 있는 예수보다 더 믿을만하다고 주장하는 그들에게, 한 방 펀치를 날리는 격이다.
"최근 유사한 전제로 다시 시작된 역사적 예수 탐구도 복음서의 다양성을 없애려 한다. 이번에는 수세기 동안 신앙인에게 가장 가치 있었던 복음서의 특징, 즉 부활에 비추어 예수를 해석하고 증언하는 것이 '역사적 진리'에 부적합한 요소로 간주되었다. 학자들은 사실이라고 추측되는 '말씀'과 '행위'의 단면만을 그 설화에서 발굴해 낼 수 있으며, 그것만을 예수가 '정말로 누구였는가?'를 새롭게 재구성하는 데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그들은 이런 재구성이야말로 '더욱 참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해석 구도를 적용시키지 않았으므로 사실과 더 일치하며, 불일치 요소가 제거되었으므로 더 일관성이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163쪽)
이는 역사적 예수의 연구가들에 관한 허점을 찌르는 대목이다. 케네디나, 히틀러나 데레사 수녀도 그렇지만, 역사적 예수를 인식하는 관점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것이다. 이른바 필름 조각 더미가 한 편의 영화가 될 수가 없고, 짧은 에피소드를 수집한 것이 한 권의 소설이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도 역사적 예수의 연구가들은 예수를 하나의 모형으로만 확정하려는 어리석음을 범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결국은 성경을 창밖으로 던지게 만드는 꼴이고, 신약성경의 예수와는 다른 예수를 재구성하기에 이르는 모순을 범한다는 지적이다.
물론 존슨은 거기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대부분의 역사적 예수 연구가들이 사(四)복음서에 기초한 예수에 집중하는데 반해 그는 바울서신과 일반서신도 눈여겨본다. 바울 서신 같은 경우는 기독교 초기에 기록된 믿을 만한 서신으로 예수 탐구를 위한 귀중한 자료로 확신한다.
지나온 역사를 돌아보건대 한 인물에 대한 탐구는 다양하다. 때로는 극과 극을 오가기도 한다. 예수에 관한 칭호도 선생, 메시아, 왕, 예언자, 제사장, 주님, 인자, 하나님의 아들, 말씀, 재판관, 보혜사, 증인, 친구 등 너무나 다양하다. 또한 예수에게 적용된 은유와 비유도 양, 목자, 문, 포도나무, 빛, 빵, 물, 피, 성전, 영, 닻, 돌, 건축가 등 복합적이다.
그런 호칭과 은유는 그 당대의 사람들에게 비친 예수의 모습이다. 예수가 그들에게 드려내려 했던 것은 지극히 적다. 그만큼 예수가 갖고 있는 면은 다양하다는 뜻이다. 그걸 언론에 비추면 그렇게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언론이 항상 예수를 묻고 답한 것이지, 예수가 항상 언론에 답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이다. 역사적 예수에 관한 구전과 전승도 그와 같다는 뜻이다. 아무쪼록 이 책을 읽으면 존슨이 역사적 예수 연구가들을 한 방 날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