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횡무진 한국경제 - 재벌과 모피아의 함정에서 탈출하라
김상조 지음 / 오마이북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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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는 재벌경제체제로 지탱해 왔다. 대기업들이 잘 돼야 중소기업과 상인들까지 은덕을 입는다는 것 말이다. 한 사람이 열 사람 몫을 해낸다는 것도 그런 흐름이다. 더 큰 파이를 키워야 더 많이 나눠먹을 수 있다는 의미다. 더 큰 재벌로 세계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같은 흐름이다.

그러나 정작 재벌경제체제의 문제점은 없을까? 이른바 중소기업들이 위로 올라설 수 있는 사다리를 차 버리는 것 말이다. 다른 하위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뻗어 치는 것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 말이다. 재벌도 살고, 중소기업도 살고, 소상공인들도 살아야 하는데, 모두 재벌에게 잠식당하는 것 말이다.

김상조 교수의 〈종횡무진 한국경제〉는 그 부제가 ‘재벌과 모피아의 함정에서 탈출하라’다. 지나온 한국경제는 관치금융이었고, 재벌기업은 정부의 비호 속에서 거대공룡을 확립했음을 시사한다. 현재의 문제점은 우리나라 GDP 지분까지도 재벌기업들이 많이 소유하여, 온전한 법치주의를 확립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설령 규제한다 해도 사상누각에 그치는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진보진영이 ‘무능’이라는 낙인을 벗지 못하고 있다면, 그 원인은 정책적 대안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그 진보적 대안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대중에게 전달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보수진영이 ‘수구’라는 낙인을 벗지 못하고 있다면, 그 원인은 시장이 애초부터 기득권 세력만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공정하고도 따뜻한 시장 경제 실서가 가능하다는 믿음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194쪽)

김상조 교수는 한국의 진보진영과 보수진영 모두가 재벌의 이데올로기적 지배력에 종속돼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 재벌개혁을 논하는 세력들은 보수보다 진보에 가깝지 않나? 그런데도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진보세력조차도 재벌과 타협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지원 없이 그 세력들이 정권을 창출하고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까닭이다. 하지만 그들의 지원과는 별도로 ‘일관된 정책 컨트롤 타워’를 세워야 함을 주문하고 있다.

재벌과 모피아의 함정에서 탈출할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김상조 교수는 법치주의의 확립이 그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집단법의 확립에서 찾는다. 이미 우리나라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사회임을 입증하고 있다. 우리사회는 재벌총수가 큰 사회악을 끼쳤어도 대통령의 사면으로 끝을 낸다. 그와 같은 흐름에 방지할 수 있는 진정한 법을 세워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기업집단법은 또 뭘까?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확산되고 있는 유형을 일컫는다. 이른바 재벌이라는 기업집단의 법적실체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그와 더불어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자인 재벌 총수와 참모조직, 그리고 각 계열사 이사회간의 관계를 명확히 규정하여 그에 걸 맞는 책임을 지게 하자는 취지다.

“독일의 경우 콘체른(기업집단) 내의 한 계열사의 주주는 다른 계열사의 거래관계에 대해서도 정보청구권을 가지며(주식회사법 제 131조 제 1항), 각 계열사의 집행이사회는 회계연도 종료 후 3개월 이내에 다른 모든 계열사와의 거래관계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감독이사회에 제출해야 한다(제 312조). 또 모회사가 기업 집단 전체에는 이익이 되나 특정 자회사에는 손해가 되는 거래를 지시하는 경우 그 자회사의 손해를 보상해주어야 하며, 보상이 이루어지면 모회사 이사의 손해배상 책임이 면책된다(제 302조 및 제 311조).”(215쪽)

‘재벌과 모피아의 함정에서 탈출하라’는 이 책의 부제처럼, 우리나라가 걸어 온 지난 50년 동안의 재벌경제 경로를 추적해 보고, 한국 경제에 부과된 종적인 ‘경로의존성’의 제약은 무엇인지, 그리고 재벌·중소기업·금융·노동 분야 등의 횡적인 ‘상호보완성’에도 눈을 뜰 필요가 있다. 그 때에 비로소 진정한 탈출의 해법을 찾을 수 있고, 작은 파이로도 상호 연대하고 협력하면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이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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