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돈이란 무엇일까? - 돈 길담서원 청소년인문학교실 3
이시백 외 지음 / 철수와영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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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세 아이들은 돈이 있으면 군것질을 하고 딱지를 산다. 초등학교 3학년 큰 딸이 두 녀석을 모두 이끈다. 집에서 놀다보면 녀석들은 어김없이 딱지치기를 한다. 재밌는 것은 서로 따기도 하고 내 주고 하는데 그때마다 큰 딸아이가 이긴다는 점이다. 더 놀라운 건 끝에 가서는 모두 본래 몫으로 되돌려 준다는 점이다.

그것들은 천원 단위 안에서 쓰는 것들이다. 어쩌다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주는 만 원 단위의 용돈은 모두 엄마가 관리한다. 그때마다 아이들은 자기들 것을 왜 뺏느냐며 엄마에게 대든다. 언제까지 그렇게 버틸 수만은 없을 것이다. 중학교에 들어가면 아이들 나름대로 돈 쓰는 법을 익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시백 외 5인의 〈나에게 돈이란 무엇일까?〉는 그에 따른 좋은 지침서라 할 수 있다. 돈의 가치, 행복을 위한 소득, 주체적인 재정 계획, 규모 있는 소비지출 등 청소년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야 할 '돈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물론 딱딱한 경제교과서 수준이 아니다. 삶 속에서 겪은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은 길담서원의 청소년인문학교실에서 '돈'을 주제로 한 강연 원고를 엮은 것이다.

"학생이 잘못했을 때 벌금을 받는 것, 그 밑바탕에는 문제를 돈으로 해결한다는 자본주의적인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물론 그랬을 때 좋은 점도 있겠지만 나쁜 점이 더 큽니다. 가장 큰 폐해가 뭡니까? 잘못을 저지른 학생이 돈으로써 자기의 잘못을 보상, 혹은 배상할 때, 그 학생은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예컨대 지각 한 번에 500원이라 하면, '선생님, 나 만원 낼 테니까 20일간은 건드리지 마세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벌금은 지각을 줄이기는커녕 지각을 합리화하게 되는 거죠."(31쪽)

이는 전직 선생님이었던 이시백 농부가 한 이야기다. 예전에는 학생들이 지각할 때면 뒤에다 벌을 세우거나 화장실 청소를 시켰다. 지금은 돈을 내는 것으로 대체한다니 정말로 그럴까? 이시백은 벌써부터 돈으로 해결하는 신념과 습성을 심어주면 아이들이 배울 게 없다는 뜻이다. 교육만큼은, 그리고 농업만큼은, 돈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하고 있다.

"제 아이의 경우 인터넷이나 TV를 통해서도 정보를 얻더라고요. 신중하게 생각해요. 제한된 돈은 10만 원이에요. 자기가 3개월 동안 모을 수 있는 최대한의 돈이 그래요. 그걸로 옷을 사야 하니까 자기 스타일도 생각하고, 자기는 청바지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만 여러 벌 있으면 낭비다, 그러면서 청바지가 이미 두 벌 정도 있으니 다른 바지를 하나쯤 사야겠다, 근데 너무 튀는 색깔을 사지 말자. 이런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는 거예요."(62쪽)

이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용돈을 통해 경제교육을 해 온 제윤경 (주)에듀머니 이사의 말이다. 그녀는 요즘 청소년들이 필요보다 모방심리에 이끌려 욕구를 충족하는 세대라고 한다. 그런 세대와 달리, 중학생인 자기 아이에게는 주체적인 자기 돈 관리를 위해 한 달 용돈으로 16만원을 준다고 한다. 그것으로 급식비, 핸드폰 요금, 책값, 차비, 간식, 심지어 옷과 신발까지도 스스로 사게 한단다. 그에 따른 권리와 책임도 모두 아이의 몫이라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익히면 나중엔 정말로 규모 있는 삶을 살 것이다.

그와 같은 주체적인 재정 관리와 지출이 좋은 이유가 뭘까? 무엇보다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다는 점이고, 돈의 노예로 전락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흔히 말하는 '하우스푸어'나 '아파트 노예'라는 말도 다들 빚 때문에 생긴 일들이지 않던가. 그렇기에 남들처럼은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동조현상'에서 벗어나서 '결핍에서 오는 행복'도 느끼며 살아야 한다.

"저희가 생각해 본 돈의 나쁜 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가 많은 사람이 돈을 위해 꿈을 포기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자기가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돈 때문에 직업을 선택하잖아요. 두 번째는 친구를 사귈 때도 사람을 보는 게 아니라 돈을 본다는 거예요. 돈 많은 친구랑 친해지려고 하고, 돈 없고 가난한 애들이랑은 멀리하려고 하는 거죠. 세 번째는 무조건 비싼 게 좋다고 생각하는 거, 명품이라면 하나씩은 꼭 가져 보고 싶어 하는 경향입니다.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값 싸고 좋은 제품들도 많은데 유독 명품에만 주목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229쪽)

이는 광동고등학교 국어교사인 송승훈 선생이 강연한 '문학작품속의 돈'에 관한 내용을 듣고서 질문한 한 청소년의 고백이다. 그야말로 요즘 청소년들이 바라는 직업과 친구와 명품 등 돈을 둘러싼 솔직담백한 표현이다. 그런 청소년들이 우리사회 전반에 팽배한데 반해 아직도 뜻깊은 가치를 지향하는 청소년들이 있다는 게 가히 희망적이지 않을까? 그런 희망을 품은 아이들이 길담서원의 청소년인문학교실에 더 많이 몰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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