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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틸 한 컷 〈저스티스〉속 사랑하는 아내와 남편 |
ⓒ 쇼박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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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도널드슨 감독의 신작 〈저스티스〉는 잘못 꿰맨 단추가 얼마나 큰 화를 자초하는지 알게 한다. 청소년 범죄자들을 지도하는 학교선생 '제라르 윌'(니콜라스 게이지 분)은 자신의 아내가 강간당하여 입원하자 그에 대한 복수심이 들끓어 오른다. 그 무렵 법보다 더 빨리 더 정확하게 보복할 수 있다는 '사이먼'(가이 피어스 분)이 내민 음모의 손을 붙잡는다.
법이 아닌 불의한 거래에 그가 손을 잡은 이유는 무엇이었던가? 법의 판결은 시간도 걸리고 정확한 판결을 도출하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와 같은 뒷거래에는 더 큰 덫이 있다는 걸 그로서는 생각지 못한 걸까? 단순한 부탁만 들어주면 모든 게 해결될 걸로 생각했던 걸까? 결국 그는 그들이 내 민 덫에 걸려 일급살인자로 내 몰리고 만다.
이 세상 누구든지 은밀한 거래, 불의한 거래는 애당초 확실하게 차단해야 한다. 그것보다 더 안전하고 바른 선택은 없을 것이다. 그것이 가정과 사회와 나라를 지키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청와대 내에서 그런 거래에 손을 맞잡았다니 어찌 경악치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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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틸 한 컷 〈저스티스〉속 강간 폭행 당하여 입원한 아내 |
ⓒ 쇼박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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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자, 왜 망설이지 않나?
'불의한 거래'가 더 큰 화를 몰고 온다는 내용 이외에도 이 영화에는 두 가지 주제가 있다. 하나는 '내부 고발자'를 바라보는 시선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사법부의 불신'에 관한 것이다.
과거와 달리 요즘 기업들은 사회 환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노동자들의 복지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것보다 회사의 이미지를 좋게 하는 방안도 없고, 결국 그것이 더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헌데 그 기업 제품이 사람의 인체와 자연환경에 해를 끼친다면 어떻게 될까? 더욱이 윤리와 도덕에는 전혀 신경을 안 쓴다면 말이다.
문제는 그걸 바라보는 직원들의 관점이다. 그저 덮고 가는 게 능사라는 측과 함께 그걸 고발해서 바로잡아야 한다는 견해가 엇갈릴 수 있다. 바로 그 시점으로부터 '내부 고발자', 아니 '내부 제보자'가 생겨나는 것이다.
이 영화 〈저스티스〉에서도 내부제보자 있었다. 기업윤리와 경영방침에 심각한 불의를 발견한 직원이었다. 그걸 고발코자 취재 기자를 만났는데, 그는 기업에서 운용하는 민간인 사찰과 청부살해업체에 의해 낭떠러지로 떠밀려 죽고 만다. 그와 같은 죽음의 위협이 두려워서 내부제보를 망설이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그런 위협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적극적으로 몸을 던지는 이들도 있다.
오래 전에 개봉된 영화 〈인사이드〉에서도 마찬가지다. 담배회사의 연구 개발자로 3년간 몸담았던 '와이건'이 담배의 유해물질이 있음을 밝히자 권고사직을 당한다. 회사에서 쫓겨날 때 내부비리를 발설치 않는 조건으로 각종 연금과 복리비를 받지만, 그는 가정의 경제적인 안정보다 국민들의 알 권리와 건강에 더 신경을 쓴다. 그 속에서 온갖 위협과 회유를 받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끝내 만 천하에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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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틸 한 컷 〈저스티스〉속 경찰이 윌을 풀어주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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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불신, 한계에 달했다
"변호사를 믿지 말라. 우리가 실천해야 하는 건 인간성, 이성, 정의다."
이 영화 〈저스티스〉에서 윌이 발견한 취재기자의 노트에 적혀 있는 글이다. 또한 유명한 철학자의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실은 그 글귀가 우리사회의 사법부를 반영하는 음성처럼 들리기도 하지 않을까?
그건 〈부러진 화살〉에서도 마찬가지다. 석궁 교수가 법의 진실을 요구하는 동안 법원 판사는 또 다른 판사를 두둔하고 나섰다. 정의로운 판결보다 조직내부의 사람들을 더 옹호하려는 기획적인 판단이었다. 그로 인한 그 교수의 서글픔은 극에 달했고, 그의 아내와 아들만이 그의 위로자가 될 뿐이었다.
이 영화〈저스티스〉에서도 뉴올리언스 경찰 서장은 '사이먼'이 이끄는 조직과 부당한 내부 거래를 하고 있었다. 이미 서장은 그들의 암호를 꿰차고 있었고, 경찰서에 붙잡혀 온 윌도 도주할 수 있도록 기꺼이 도와 주었다. 물론 그것은 윌을 더 큰 올갈미로 덧씌우는 계략이기도 했다.
그런 일이 어찌 경찰만 해당되겠는가? 때로는 권력에 기생하려는 판사와 검사도 같은 영향권 내에 있을 것이다. 심지어 변호사까지도 믿지 말라고 이 영화에서 충고하고 있으니, 우리 사회의 사법부 불신이 극에 달해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그 때문인지 윌이 믿을 사람이라곤 그의 아내뿐이었음을 이 영화에서도 드러내 준다.
영화 〈저스티스〉는 꽤 볼만한 영화다. 깊은 감동이나 세밀한 추리력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큰 교훈을 안겨준다. 불의한 거래에 말려들면 더 큰 화를 자초하게 된다는 교훈과 함께, 내부제보자들의 고독과 갈등, 그리고 점점 멀어져가고 있는 사법부의 불신까지 드러내 준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두 가지 문제점들을 되짚는다면 큰 유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