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한국사회에 답하다 - 우리 시대의 23가지 쟁점과 성서적 해법
차정식 지음 / 새물결플러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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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가 좋다고 하는 사람은 드물 것 같다. 당장 4월 총선에 공천한 사람들만 보더라도 그렇다. 대부분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물이 고이면 썩기 마련이듯 오랫동안 정치인으로 몸을 담으면 부패하기 마련이지 않겠는가. 헌데도 여당과 야당은 그 맛에 오래도록 깃들어 있는 정치인을 또 내 보낸다. 그러니 우리사회에 부정부패가 끊일 리가 있겠는가.

양극화는 또 어떤가? 우리나라 국민가운데 상위 10%가 우리나라 사유지를 86%나 독점하고 있다. 더욱이 상위 10%가 국가의 부를 75%나 소유하고 있는 지경이다. 그에 비해 정신질환자는 278만 명, 도박중독자 360만 명, 매춘부 120만 명, 절대빈곤 아동 100만 명, 가출 청소년은 50만 명, 잠재적 신용불량자를 합친 신용불량자 780만 명이다. 거기다가 비정규직 노동자 850만 명이다.

교육은 또 어떤가? 올바른 인성과 창의적인 교육은 실종된 지 오래다. 그저 좋은 대학만 합격하면 최고로 친다. 요즘은 담임선생님들도 무척이나 힘들어 한다. 잘못을 했으면 매를 들고 때려서라도 바로 잡아야 하는데 그것마저 맘대로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야 어찌 나라의 미래가 밝을 수 있다고 하겠는가.

이런 상황인데 이 땅의 크리스천들은 어떤 생각을 품고 살까? 크리스천들이야 성경에 나와 있는 예수가 구현한 삶을 토대로 사는 게 옳을 것이다. 이른바 하나님께서 원하신 가치와 진리를 실천하는 삶 말이다. 헌데 그 거리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그렇게 살지 못하는 것 때문에 답답하고 또 괴로워하여 하나님께 나아가 그 심정을 토로하는 이들도 많다.

차정식의 〈예수, 한국사회에 답하다〉는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쟁점과 그에 대한 해법을 예수의 관점으로, 성서적 관점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예수라면 과연 한국사회를 어떻게 진단하고 처방할지, 그 관찰과 대안에 관한 내용이다. 여기에는 우리사회의 '정치'와 '복지'와 '양극화'와 '가정'과 '집'과 '교육'과 '자살'과 '생태보존' 등 23가지 사안들이 들어 있다.

"제 영광을 돋보이게 하려는 경쟁심리로 불거진 좌우편의 자리에 대한 관심이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를 따르는 헌신적인 제자도의 관심으로 전이되어야 한다. 제자도의 삶은 곧 이 세상을 구원하고자 하는 예수의 고난에 동참하는 길이었고, 가장 낮은 자리에서 종의 자세로 대가 없이 남을 섬기는 이타적인 봉사의 길이었다."(191쪽)

이는 예수의 12제자 가운데 일등 지상주의를 꿈꿨던 '요한'과 '야고보'에 대한 예수의 교정과 대안에 관한 것이다. 차정식은 예수의 교육이 '경쟁보다는 관용'에 있다고 진단한다. 그것이 곧 제자들의 발을 친히 닦아 주는 섬김에서, 그리고 유대인들이 죄인 취급하는 사마리아 사람들까지도 품는 관용에서 드러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제자들 가운데서도 변절자는 있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어떤가? 한국사회의 교육은, 심지어 크리스천들의 교육은 경쟁과 자기욕망만 난무한 풍토이지 않는가. 그것은 정부요직에 앉아 있는 공무원들과 해외에서 유학하고 있는 크리스천들의 자녀만 봐도 명확하다. 물론 그 속에서 새로운 충격을 받아 제 자리를 찾아가는 이들도 더러 있다. 하지만 대부분 그들이 주축이 되어 경쟁사회의 물꼬를 주름잡고 있으니, 어찌 예수가 한탄하지 않겠는가.

"아직도 공사중인 4대강은 끔찍하게 파헤쳐지고 온갖 생명체를 난도질하면서 성급하게 재구성된 인공의 연못으로 변화중이다. 가만 내버려두어도 변화할 텐데 이렇게 급조하여 인간의 편익에 봉사하도록 변화시키는 게 무엇이 나쁘냐는 항변이 들려올 법도 하다."(263쪽)

이는 자연과 소통하는데 힘을 썼던 예수의 관점으로 바라 본 4대강 공사에 관한 신학적 진단이다. 차정식에 따르면 그것은 인공적인 문명의 장식적 가치에 지나지 않으며, 오히려 예수는 자연의 생래적 아름다움을 더 높이 쳤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그는 인간의 방자한 자유로 벌여 놓은 난장판들을 예수의 '치유사상'으로 회복해야 할 것을 주문한다.

그 밖에도 이 책에는 사기와 폭력을 비롯하여, 다문화사회, 종교 근본주의와 다원주의, 타락한 성전과 성직, 그리고 남북문제 등 그의 신학적인 단상들이 많이 담겨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가 풀어 쓴 말들 가운데 난해한 것들이 있다는 점이다. 그가 추구하는 예수의 사고와 관찰은 정말로 좋은데 너무 건조한 이유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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