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철학자
프레데릭 르누아르 지음, 김모세.김용석 옮김 / 연암서가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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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만들어진 신이 아니다. 다만 그를 둘러싼 철학적 사유와 종교제도가 변질된 예수를 그려냈을 뿐이다. 그의 행적과 가르침은 실체를 통해서 드러난 것이요, 후대의 사변적인 논쟁들과 교권주의 정치체계가 그의 진리와 생명을 흐려놓은 것이다.

 

예수를 둘러싼 신약성경의 4복음서에는 그의 행적과 갖가지 기적들이 잘 그려져 있다. 정경으로 인정되지 않는 도마복음과 같은 외경 속에도 진지하게 드러난다. 역사가 요세푸스와 여러 초대교부들의 글에도 그의 실체와 가르침은 신실하게 나타나고 있다.

 

예수가 실재하지 않았던들, 그의 가르침이 뜬구름 잡는 것이거나 거짓된 것이었던들, 결코 그의 가르침이 계속 전수되기는 만무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예수의 실체가 가공된 것이거나, 그의 행위와 가르침이 꾸며낸 게 아님이 틀림없다.

 

그러나 예수의 부활 이후에 태동된 기독교를 둘러싼 철학적 사유는 여러 가지 분파와 이단 시비를 불러왔다. 뿐만 아니라 무소불휘의 권력을 지녔던 로마가톨릭교회는 살아생전 예수가 전하고자 했던 행적과 가르침을 숱하게 왜곡시켰다. 

 

프레데릭 르누아르가 쓴 〈그리스도 철학자〉는 바로 그와 같은 정곡을 찌르고 있다. 그는 예수의 삶과 메시지와 가르침을 통해 종교적인 차원이나 도덕적인 윤리 논쟁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인간 존재에 대한 존중 곧 사랑의 근거를 제시하고자 한다.

 

"그토록 엄청나게 혁명적이었던 이 메시지가 이후 뒤따르는 어떤 시대에는 그 메시지를 전달할 책임을 진 자들에 의해서 심각하게 변질되었고 왜곡된 적이 있었다. 바로 이러한 내용이 필자가 이 책의 본론에서 보여주게 될 것들이며, 기독교의 역사와 서양 근대성의 출현에서 그것이 담당한 역할은 종합적인 방식으로 변경될 것이다."(프롤로그)

 

여기에서 말한 '책임을 진 자들'이란 로마의 국교를 인정한 콘스탄틴대제로부터 교권주의적인 권력을 통해 예수의 본질을 변색되게 한 여러 지도층 인사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른바 그것은 기독교의 탄생 이후 그리스도에 대한 논쟁에서부터 촉발된 철학적 사유로서, 그리스도의 가현설과 양자론, 그리고 단일신론과 양식론 등 여러 분파를 형성케 한 일이다.

 

물론 그런 철학적 논쟁과 분파 형성으로 정통적인 교리를 보호하고 채택하는 좋은 결과도 도출되지만, 그 사유가 권력층의 지지기반을 더 확고히 해 주는 부산물이 되기도 했다. 정통교리 자체가 교회권력을 유지하는 데 대한 시녀로 전락한 게 그것이다. 십자군 전쟁과 마녀재판 그리고 면죄부 등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것은 교회 제도의 증명서를 가지고 정식으로 이루어진 매매였다. 교회는 스스로 성스럽고 흠이 없다는 점을 내세워 신자들에게 내세에서 고통을 감면당할 수 있음을 보증했다. 부자들이여 평안하라! 하늘나라는 그대들의 것이니 말이다!"(200쪽)

 

그렇기에 그리스도를 둘러싼 인간의 철학적 사유가 어느 정도까지 괴이한 현상을 자아낼 수 있는지, 그것이 정치권력과 손을 맞잡을 때 얼마만큼의 무서운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는지 깊이 각인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근대에 이르러서는 그런 일들이 예수의 원 행적과 가르침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것들임을 자각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유럽의 제국주의적인 기독교의 틀을 여전히 세계 속에 확장하려는 교권주의는 아직도 오염된 중세기적 잔재라 할 수 있고, 보편타당한 종교를 지향하는 일들마저도 정통교리라는 잣대로 마녀 사냥식 재판을 벌이고 있는 일들은 아직도 중세의 소아기적 모습을 답습하고 있는 꼴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이 책을 쓴 그는 교리나 집단적인 외적 종교심을 부각시켰던 예전 일들로부터 이제는 개인적인 내재적 영성을 고취시켜야 할 때요, 그것은 인간존재에 대한 동등한 관심사인 사랑을 통해서만 아름답게 승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것은 사마리아 여인과 대화를 나눈 예수의 행적과 가르침에 드러나는 일들로서, 그때 예수는 그 여인을 통해 제도권 교회를 뛰어넘는 참된 진리를 전해 주었고, 공동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참된 사랑의 길도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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