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리더는 떠난 후에 아름답다 - 지미 카터, 퇴임 후의 삶, 공공리더를 위한 지혜 총서 공공리더를 위한 지혜총서 2
지미 카터 지음, 이종훈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퇴장은 또 다른 등장이란 말이 있습니다. 현직에서 물러난 리더들이 퇴임 이후에 더 아름답게 평가받는 것을 일컫습니다. 미국의 제 39대 대통령인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재임 때보다도 퇴임 이후가 더 아름답게 평가받는 리더입니다.

사실 그는 재임 당시에는 미국 역사상 가장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지탄을 받기도 했습니다. 오일쇼크와 이란 사태 해결의 실패가 그의 지도력에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퇴임 이후에는 더 빛나는 활동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진정한 리더는 떠난 후에 아름답다>는 그가 세계 각국을 돌며, 그들의 평화와 안녕과, 인권과 질병 퇴치를 위해 발로 띤 발자국의 역사를 보여 줍니다. 물론 그러한 발자국은 자기 혼자만의 역사가 아니라 ‘카터재단’을 통해서 함께 한 역사였습니다.

“나는 대통령으로 재직할 때 약소국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내 기대와는 달리, 이 국가들은 대부분 정치·군사·경제적으로 세계의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다. 따라서 카터재단은 가이아나, 동티모르, 아이티,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라이베리아, 코트디부아르공화국, 모잠비크, 나카라과, 가나, 이 밖에도 아프리카나 라틴아메리카, 중동에 위치한 국가들처럼 가장 가난하고 소외당한 채 살아가는 나라의 국민들에게 대부분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왔다.”(머리말)

그는 퇴임 이후에 중동의 평화 정착을 위하여 온 몸으로 뛰어 다녔고, 북한의 김일성을 만나 북미 3차 회담을 통한 핵 프로그램의 동결 의지를 확약 받았고, 50년 만에 처음으로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 자유로운 선거를 치르도록 해 주었고, 세계적인 질병퇴치 운동과 함께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는 해비타트 운동 등 각종 눈부신 활동을 펼쳐 보였습니다.

물론 그러한 일들을 하는 데에는 때로는 미국의 강경파들과 대립을 하기도 하고, 워싱턴 정가라든지 미 국무부를 설득하는 데 외로운 싸움도 해야 했음을 밝힙니다. 그만큼 남미의 자유와 평화, 공산권의 인권을 위한 개선을 위해 미국 내 주도권을 쥔 고위직 인사들의 설득이 쉽지 않았음을 밝힌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최근에 채택된 ‘예방 차원의 선제공격(preemptive war)’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 방침은 과거 행정부의 입장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카터재단은 전쟁을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온 미국의 역사적 전통을 회복시키려고 애쓰는 책임 있는 여러 단체들과 정치적 도의를 지키는 범위 안에서 계속 협력할 수 있다.”(344쪽)

그렇듯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퇴임 이후의 활동들을 보노라면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들의 삶과 겹쳐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에는 아무런 활동도 없는 ‘허수아비 대통령’도 있고, 엉뚱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대통령도 참 많습니다. 어떤 점이 비교되는지는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 땅에는 거대한 리더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어쩌면 퇴임 이후에 작지만 자신의 전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에 기부하거나,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자신의 삶을 어두운 곳에서 촛불처럼 불태우는 작은 리더들도 많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퇴장 이후가 그와 같다면 굳이 지미 카터처럼 세계를 무대 삼아 발버둥치려고 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저 자신에게 맞는 퇴임 이후의 삶을 찾아 곳곳에서 발로 뛰면 그곳이 어둠을 밝히는 빛의 진원지요, 곧 아름다운 촛불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보다도 더 아름다운 퇴장도, 그것보다도 더 아름다운 등장도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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