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반걸음만 앞서가라
이강우 지음 / 살림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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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광고 한 편은 때론 지루한 영화보다 훨씬 낫다. 그만큼 찐한 감동을 주는 까닭이다. 물론 광고가 감동만을 주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상품도 그만큼 잘 팔릴 수 있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광고의 본 목적인 까닭이다.


따뜻한 감동에다 상품까지 날개 돋친 듯 팔도록 하는 광고가 있다면 너나없이 좋아할 것이다. 그 상품을 내다파는 사주는 물론이요 광고주와 기획사도 그만큼 기뻐할 것이다. 그런 광고를 만드는데 견인차 역할을 한 사람이 있으니, 이강우가 그다.


“비록 몸은 쪼그려 새우잠을 자고 있을망정 꿈속에서는 망망대해를 헤쳐 가며 고래의 뒤를 좇고 있을 것이다. 그래, 꿈에서라도 고래를 잡아 보시게.”


그가 쓴 〈딱 반걸음만 앞서가라〉(살림·2007)는 책에 나오는 한 토막말이다. 이는 회사의 동료직원이 콘티를 짜고 스케치를 하다 새우잠이 들었는데, 그 모습을 두고서 그가 속으로 속삭인 말이다. 어찌 보면 안쓰러운 동료 직원을 향한 배려이기도 하고, 또 달리 보면 자기 자신의 옛 뒤안길을 돌이켜보는 그림자와 다르지 않겠나 싶다.


사실 광고는 불확실한 가능성을 파는 직업이다. 달랑 광고 기획서 몇 장이나 콘티 몇 컷, 그리고 아이디어 스케치 몇 장만을 가지고 수십 수백억 원 대에 이르는 비즈니스를 성사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좋으면 다행이지만 자칫 계획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천하의 사기꾼이 되기 쉬운 직업이다.


그 까닭에 늘 경쟁 속에서 살아야 되고, 누군가와 비교하게 되고, 누군가에게 늘 뽑히기만을 기다리게 된다. 불안과 초조 속에서 살아가게 되니, 하루하루가 어쩌면 가시방석에 앉는 기분일 것이다. 그야말로 시시각각 아슬아슬한 외줄을 타는 광대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어찌 새우잠을 자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 인생을 30년 동안 살아 왔으니 그만큼 이력이 날 법도 하다. 그런데도 그는 더욱 미친 듯 열성을 내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그 일에만 신명이 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없이 어찌 고래를 잡을 수 있겠는가?


“아름답지도 않은 것을 아름다운 척, 진실 되지 않은 것을 진실한 척 꾸미는 것에 싫증이 났다. 이제는 더 이상 나 자신을 속일 수가 없다.”(106쪽)


이는 일본의 유명한 TV 광고 감독 ‘스기야마’라는 사람이 40대 중반에 목숨을 끊으며 한 말이라 한다. 한창 왕성하게 활동할 나이에 목숨을 끊은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그것은 프랑스 남쪽 해변에 내리쬐는 천연색색의 찬란한 빛깔이 그가 찍은 광고 작품 속에 그대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유란다.


어찌 보면 그는 자기 작품에 그만큼의 심혈을 기울인 사람이요, 자기만의 색채를 잃지 않으려 혼신의 힘을 쏟은 사람이요, 그 누구보다도 직업정신이 투철한 사람이지 않나 싶기도 하다. 이강우는 그 감독의 불타는 직업정신만큼은 본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것은 비단 이강우 만의 몫이 아니라 이 땅에 직업정신을 갖고 있는 모든 이들의 몫이지 않나 싶다.


그 까닭에 오늘도 그는 그만큼의 좋은 고정관념을 소비자들에 심어주기 위해 자기만의 색체를 띤 광고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만큼의 리딩 브랜드를 내세워 우뚝 세워가고 있는 것이다. 그처럼 30년간 전파광고에서 그가 거장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비록 새우잠을 잘지언정, 남보다 색다르고 감동어린 광고를 반발 빠르게 만들어 낸 덕분이지 않나 싶다. 가히 깊이 본받아야 할 인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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