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슨 놀이든지 간에 심판은 있기 마련입니다. 젊은 남자 집사님이 심판을 봤는데, 재밌게 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 중에는 심판의 설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이길 것인가 그 생각만 하는 분들도 없지 않았습니다.
ⓒ 권성권
지난주일 오후 무렵에 교회 식구들과 함께 윷놀이를 했다. 이른바 정월 대보름에 맞춘 척사대회였다. 물론 정월 대보름보다야 이레가 앞서긴 했지만, 20대 청년부터 80에 가까운 할머니들까지 어울린 마당이었으니 너무나 흐뭇하고 흥미진진했다.

보통 윷놀이는 나이 어린 사람들보다는 연륜이 많은 어른들이 곧잘 노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젊은 청년들은 경험이 부족하니 시작하자마자 떨어질 것으로, 그리고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연륜이 많으니 쉽사리 상위권에 들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윷이 예전처럼 컵이나 잔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윷판도 정석대로 된 판이 아니라 그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 옛날과 달리 요즘에 쓰는 윷들은 나무 막대기처럼 큼지막하다. 달리 기술이라는 게 필요 없는 것이다. 그저 그 나무토막으로 된 윷이 잘 굴러주고 잘 넘어주면 그뿐이다.

▲ 윷놀이를 이기려고 실랑이를 벌이는 것 같은 모습이지요. 그런데 이들 두 사람은 어머니와 그 딸이랍니다. 언뜻 보면 다투는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재미 있어서 찍어 봤어요.
ⓒ 권성권
말을 놓는 윷판도 다르지 않다. 옛날과는 달리 요즘에는 곳곳에 행운과 불행이 그려져 있다. 그래야만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는 까닭에서다. 흔히 '천당'과 '지옥'이라 표기해 놓는 게 그것이다. 그 까닭에 열심히 뛰어갔어도 '지옥'에 들어가면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격이 되고, 중간쯤 다다랐는데도 '천당'이라는 지점을 만나면 금방 이기게 되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백(Back) 도'라는 게 있고, '한꺼번에 달라붙기'도 있다. 그 까닭에 '도'가 나왔어도 다음 차례에 '백 도'를 하면 말 하나를 끝낼 수가 있다. 그리고 어느 한 지점에서 '한꺼번에 달라붙기'가 되었다면 그때까지 말을 쓰지 않는 모든 말들도 한꺼번에 그곳으로 붙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윷놀이 대회에 참여한 12개 팀 가운데 다니엘 남전도회 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교회 자치 기관 중 한 팀이 우승을 한 것이다. 다른 모든 팀들도 엎치락뒤치락하며 순위권에 들어서려고 열심히 경합을 벌였지만 끝내 그 팀이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물론 옛날과 달리 왠지 모를 행운에 더 기대려는 마음들 때문에 그 윷놀이의 뒷맛이 조금은 씁쓰름했다.

▲ 윷놀이는 젊은 청년과 나이 많은 어른들이 함께 하는 게 제 맛이 아닐까 싶어요. 청년팀이 잘 되었는지 한 청년이 환호성을 보내고 있고, 그 옆 할아버지 뻘되는 분도 그저 넉넉한 웃음으로 화답하고 있는 것 같아요. 참 보기에 좋고 흐뭇한 윷놀이 대회였어요.
ⓒ 권성권
그런데 그런 씁쓰름한 뒷맛이 교회 안에 보다는 교회 밖에서 더 두드러지기 때문에 종종 문제가 된다. 교회에 다니는 크리스천들 가운데 옛날처럼 우직한 소처럼 살아가는 이들보다는 요즘같이 행운만을 바란 채 윷판의 행보를 뒤쫓는 기독교인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윷 패가 나오면 나오는 대로 순리를 쫓아 살아가기보다는 '천당'이라는 좋은 지점만을 바라본 채 말처럼 빨리 출세하려는 크리스천들도 많이 있다. 분명 남보다 늦게 출발하였으면 남보다 늦게 좇아가면 될 일을 먼저 앞서나가려는 것 때문에 가끔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분명히 윷 패와 윷판의 짜임새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순간의 쾌락과 욕망에 사로잡혀 다른 사람들의 걸음걸이와 보폭은 생각지도 못하는 크리스천들도 부지기수다. 어울림이라든지 조화라는 말은 왠지 딴 세상에서나 있음직한 일로 여기는 꼴이다. 거기에 어찌 빛과 소금이라는 크리스천의 명분이 깃들겠는가?

모름지기 정초부터 정월 대보름 사이에 모두가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내기에 윷놀이만 한 놀이도 없을 듯하다. 하지만 자칫 윷놀이가 '행운'과 '천당'만을 바라는 놀이로 변질된다면 왠지 그 뒷맛은 개운치 않을 것이다. 놀이는 놀이로서 끝내야하겠지만, 자칫 윷놀이를 인생처럼 즐기는 기독교인이 있다면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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