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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부분이 불꽃이 일어났던 부위입니다. 저 부분에 불꽃이 타올랐을 때 아이가 놀래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나도 무지 놀랬으니 막내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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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성권 |
"으-앙, 으-앙"
"왜 그래? 민혁아?"
"여보, 저기 저기, 불꽃이야."
"어디요, 어디?"
"저 스팀 청소기 선 말이야."
"으-앙, 으-앙."
안방 청소를 하고 있는데 갑자가 막내 아이가 소리를 쳤다. 놀라서 지르는 울음 소리였다. 고개를 돌려보니 갑자기 전선에 불꽃이 튀고 있었다. 그 전선은 스팀 걸레 청소기에 딸려 있는 긴 선이었는데, 그곳에 불이 붙었으니 아이가 놀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 스팀 걸레로 방을 청소하기 시작한 지는 1년 반이나 되었다. 그것을 사고 난 후에는 방을 닦고 청소하는데 너무나도 편리했다. 그저 전열이 달궈지고 스팀이 올라오면 곧장 방을 닦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엎드려서 걸레로 방을 문지르는 것보다 서서 밀고 나가니 그보다 더 편한 방청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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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불꽃이 수그러들고 모든 게 꺼진 상태입니다. 그래서 다시금 누여놓은 상태입니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무척 평온해 보이지 않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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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성권 |
그런데 그 청소기의 선을 감는 게 문제였다. 감는 부분은 위대에서부터 아래대까지 두 군데 밖에 없었다. 그것을 청소할 때마다 감고 또 감았으니 그게 탈이 났던 것이다. 늘 되풀이하여 감던 그 부분에서 드디어 합선이 돼 탔던 것이다. 그 지점에서 불꽃으로 타오를 줄이야 누가 생각을 했겠는가.
불꽃이 순식간에 타오르자 나와 아내는 모든 것을 중단했다. 오로지 아이를 끌어안고 마음을 안정시키기에 급급했다. 다른 무엇보다도 아이가 놀라면 더 큰 일이 일어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그 불꽃은 얼마 타지 않아 곧바로 멈추었다. 그 까닭에 나와 아내 그리고 아이들까지도 다시금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하루가 지나서였다. 아내는 그 회사에 이런 저런 문의를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제품을 만든 회사에서는 새로운 제품으로 교체해 주겠다고 알려왔다. 솔직히 나와 아내는 전선만 새 것으로 교체해 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런데도 전혀 뜻밖의 반응을 보내왔고,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엊그제는 택배 회사를 통해 그곳의 신제품까지 받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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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제품으로 교체해 준 스팀 청소기입니다. 이전에 쓰던 것과 다른 점은 버튼 하나로 연결된 전선이 안쪽으로 감겨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위아래로 감을 일도 그리고 불이 날 일도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신제품으로 교체해 줄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앞으로 프로정신을 본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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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성권 |
돌이켜 보면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었다. 셋째 녀석이 잡고 있던 부위에 불꽃이 타오르지 않고 그 옆 부분이 타올라서 다행스러웠고, 그 불꽃이 모든 전선으로 타들어가지 않아서 다행스러웠고, 녀석의 마음도 곧바로 안정을 되찾을 수 있어서 더욱 다행스러웠다.
더군다나 생각지도 않게 그 회사의 신제품까지 받게 되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겠는가? 물론 그 회사가 신제품으로 교체해 준 것은 여러 가지 뜻이 담겨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도 그 회사가 지닌 장인정신, 이른바 프로정신은 내 맘에 깊이 새겨질 듯싶다.
그렇듯 우리 아이의 울음소리 하나가 한 회사의 프로정신까지 불러일으키고 또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니, 그 일은 나의 삶에도 두고두고 깊은 영향력을 줄 성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