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우스 로마사 1 - 1000년 로마의 시작 리비우스 로마사 1
티투스 리비우스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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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투스 리비우스(Titus Livius)는 기원전 64년 혹은 59년에 태어나서 서기 17년에 사망했다. 사망 시점은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사망한 지 3년이 지난 시점이어서 그의 생애는 아우구스투스의 생애와 거의 겹친다.

 

리비우스는 기원전 29년부터 로마사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4년 뒤 첫 1~5권이 발간되었다. 원제는 『Ab Urbe Condita Libri』, '도시가 세워진 이래로'라는 뜻이다. 통상 『로마사』 또는 『로마 건국사』로 번역된다. 이 책은 발간 즉시 높은 인기를 끌어 이전의 역사가들이 쓴 로마사는 모두 빛바래게 되었다 한다.

 

원저가 다루는 로마사 범주는 로마의 개국 신화(B.C.753)부터 아우구스투스의 통치(B.C.9)까지 750여 년간이다. 현재 상당 부분 소실돼 1~10권, 21~45권 등 35권만 전해진다. 이런 이유로 『로마사』의 영역본은 『The early history of Rome』이다. 세인트 존스대에서 2학년 과정 필독서 중 하나다.

 

리비우스는 『로마사』를 10권 묶음 한 단위로 발간했다. 도시의 창건으로부터 왕정 시대를 거쳐 공화국의 수립과 팽창을 다룬 첫 1~10권을 펴냈고, 그 다음에 공화국이 해외로 뻗어나가는 11~20권(소실), 포에니 전쟁을 다룬 21~30권, 이어서 소아시아에서의 전쟁을 다룬 31~40권, 로마 제국이 등장하기 직전의 시대인 41~50권 (이중 후반 5권 소실), 이런 식으로 그는 14단위(140권)까지 펴냈다. 141·142권은 유작으로 남았다.

 

10권 묶음의 출간은 온전히 후세에 전해지지 못한 단점이 되었다. 시인 페트라르카와 교황 니콜라스 5세 등이 없어진 원본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당시 책은 두루마기 형식이었으므로 화재로 불타거나 전쟁시 약탈되기 쉬웠을 것이다.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학자들은 그가 좀 더 살았더라면 아우구스투스의 죽음까지 다룬 150권까지 완성했을 것이라 본다. 이번에 우리말로 나온 『로마사』 1권은 A4판형 기준 서문 포함해서 532쪽이다. 권당 106쪽 가량이니 142권 전체로 보자면 15,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물론 현존하는 판본 중에는 불완전한 것도 있어 이보다 적을 것이다)

 

오스트리아 의회의사당에 설치된 리비우스 기념상

 

출판사 현대지성에서 총 35권의 원저를 전4권에 담아 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독자 입장에서 풍성한 로마사 향연을 만끽할 수 있으니 반갑기 그지없다. 먼저 선보인 『리비우스 로마사 1』은 원저 1~5권을 담았다. 1권은 아이네아스가 이탈리아에 도착한 것을 시작으로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로마를 건국하고, 브루투스와 콜라티누스가 집정관으로 선출되는 것으로 끝난다. 이어 2~5권은 로마에 공화정이 들어서는 모습과 갈리아인이 로마를 약탈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리비우스는 서문에서 후대 사람들이 역사에서 교훈을 배울 것을 당부하고 있다.

 

"나는 독자들이 우리의 조상이 어떤 종류의 삶을 살았고, 그들이 어떤 사람이었으며, 로마의 권력이 처음 획득되어 그 후 계속 확장되어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정치와 전쟁의 수단을 사용했는지 등을 좀 더 진지하게 고려해 보기를 촉구한다. 그런 다음 우리나라의 도덕적 쇠퇴의 과정을 살펴보기를 권한다. 먼저 오래된 가르침이 무시되면서 도덕적 기반이 붕괴한 과정, 그리고 그 후에 이어진 신속한 해체 과정, 이어 도덕적 세계관의 전면적 붕괴 과정을 살펴보기 바란다. (...) 역사의 연구는 병든 사람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약이다."

 

라틴어 원전으로 된 『로마사』는 고대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문법학교나 대학에서 라틴어 수업을 위한 교재로 널리 쓰였다한다. 라틴어 특성상 문체가 간결하고 담백하다. 동양의 시각에서 보자면 능히 사마천의 『사기』에 필적할 만하다. 혹자는 정확도 면에서 『로마사』가 다른 역사서보다 뛰어난 것으로 본다. 가령 단테는 『신곡』 지옥편 28곡에서 "그르치지 않는 리비우스가 쓴 것과 같이"(『단테의 신곡』(상) 가톨릭출판사, 384쪽)라며 칭송했다.


마키아벨리는 『로마사론』(연암서가, 2016)에서 리비우스의 『로마사』를 통해 16세기 부패로 쇠락하던 피렌체 공화국이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한 방편을 도출하고자 했다. 당시 이탈리아는 교황청, 피렌체, 밀라노, 제네바, 나폴리 등 5개국으로 쪼개져 합종연횡이 난무했다. 게다가 스페인, 프랑스, 신성로마제국 등 외세가 수시로 내정에 개입하던 외우내환의 시기였다.

 

마키아벨리의 주된 관심은 어떻게 하면 도시국가 피렌체가 다른 공국과의 경쟁과 외세의 개입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있었다. 그는 『로마사』 10권까지 분석하면서 피렌체가 부흥하기 위해서는 비정한 권모술수, 약속 위반, 느닷없는 배신, 냉정한 기만, 신속한 폭력 등이 불가피하다고 설파했다.

 

독자에게 다행스런 점은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이종인 선생이 마키아벨리의 『로마사론』도 맡았다는 점이다. 사실 『리비우스의 로마사 1』에는 주요 인물이나 용어 풀이가 없어 다소 읽어내기 불편하다. 마키아벨리의 『로마사론』 부록 편에 실린 63쪽 분량의 「용어·인명풀이」를 참고하면 좋다. 『로마사』에서도 옮긴이 주 형식으로 따로 설명하고 있으나 빈약한 감이 없잖아 있다.

 

추천사를 쓴 김덕수 서울대 교수는 독일 출신 역사학자 프리츠 M. 하이켈하임의 명저 『하이켈하임 로마사』를 번역, 소개한 로마사 전문가다.

 

능준한 번역으로 정평이 난 이종인 선생이 맡은 번역 솜씨 역시 깔끔하다. 별도로 선생이 덧붙인 리비우스의 로마사 해제와 작품 해설은 세밀히 살펴 읽어야 할 정도로 매우 알차다. 옮긴이의 번역뿐만 아니라 로마사 전문가다운 식견 덕분에 『리비우스의 로마사』가 수 천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온새미로 전해졌다. 나는 봄날 그리운 임 보듯 마냥 즐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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