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근현대사 - 제국 지배에서 민족국가로
오승은 지음 / 책과함께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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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런던대 슬라브·동유럽 대학에서 크로아티나에 관한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서유럽간 불평등’이라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포스트식민주의 관점에서 동유럽 체제 이행, 포퓰리즘, 민족주의 등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동유럽의 낙후된 이미지는 주로 서유럽이 주도하는 역사가들에 의해 조장돼 왔다고 말한다. 이에 포스트식민주의 관점에서 동유럽의 근현대를 살펴보면서 오늘날 동유럽이 처한 현실을 내재적 원인 및 외부적 요소로 나누어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동유럽과 한반도는 이란성 쌍둥이처럼 닮았다. 외세 개입과 식민 지배 등 역사적 질곡과 아픔을 우리와 비슷하게 겪어왔다는 것이다.

 

‘동유럽’ 이라는 말은 1731년 볼테르의 《샤를 12세의 역사》에서 처음 언급됐다. 동유럽을 묘사하는 독일어 ‘사이에 끼인 유럽(Zwischen Europa)’은 동유럽의 지정학적 의미를 잘 표현해 준다. 동유럽 인구의 다수는 슬라브족으로, 600여 년에 걸쳐 로마 제국이 동·서로 분열된 분기점을 따라 지금의 동유럽 지역에 이주해 왔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1919년 베르사유 협정에 의해 동유럽에는 7개 신생 국가(체코슬로바키아, 폴란드, 헝가리, 유고슬라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알바니아)가 수립되었다. 이들 7개국은 1990년대 냉전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14개국으로 늘어났다.

 

다민족 국가였던 유고슬라비아는 7개국(세르비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 마케도니아, 코소보)으로 쪼개졌다. 체코슬로바키아는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나뉘었다. 2004년 소비에트연방에서 탈퇴한 발트해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이 더해지면 동유럽은 모두 17개국이 된다. 동유럽은 다시 중동부 유럽과 발칸 유럽으로 나눌 수 있다.

 

저자는 책에서 발트해 3국을 제외한 동유럽 국가 14개국의 근현대사를 살펴본다. 동유럽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민족과 종교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지역의 다수는 슬라브족이나, 고대 이래 흉노족, 게르만족, 아바르족, 마자르족, 불가르족, 튀르크 족 등 수많은 종족이 침입해 지나갔거나 정착했다. 종교는 가톨릭과 기독교 정교, 이슬람교가 혼재되어 있다.

 

 

 

1453년 비잔틴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 제국에 함락되면서 동유럽은 합스부르크 제국과 오스만 제국을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오스만 제국은 1299년 아나톨리아에 수립한 작은 공국에서 출발해 15세기 이후 발간으로 세력을 확장했고, 16세기에는 중부 유럽, 서아시아, 캅카스, 북아프리카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합스부르크 제국은 803년 신성로마제국의 동쪽 전진기지에서 출발했다. 샤를마뉴 황제는 "아시아 야만인"의 침입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동쪽 변방에 ‘오스테리히’를 수립했다. 이어 12세기 도나우 강 유역으로 진출하면서 그곳에 이미 정차해 있던 폴란드, 체코, 헝가리와 충돌했다.

 

16세기 오스만 제국이 동진하면서 침공하자 중동부 국가들은 합스부르크 제국에 손을 내밀었고, 이는 제국의 지배를 받는 결과를 낳았다. 오스만 제국은 합스부르크 제국의 수도였던 빈을 두 차례 공략(1차 1593년, 2차 1683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그 결과 합스부르크 제국은 헝가리와 체코(보헤미아) 그리고 크로아티나·루마니아의 일부를 복속시켰다(1699년 카를로비츠 조약).

 

한편 오스만 제국은 빈 공략의 실패 이후 ‘유럽의 병자’로 불리며 점차 쇠퇴의 길로 접어든다. 제국은 농업 경제 중심이어서 침략 전쟁을 통해 국가 재정의 상당 부분을 채워왔던 터였다.

 

합스부르크 제국은 피지배국에게 가톨릭을 강요하는 한편, 필요에 따라 강제이주 정책을 추진했다. 중동부 유럽은 가톨릭 중심이었던 데 반해, 발칸 유럽은 기독교 정교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이슬람이 혼재되었다. 강제 이주의 경우 오스만 제국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세르비아인들을 크로아티아 국경 지역으로 대량 이주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동유럽의 종교 갈등과 민족 갈등의 불씨가 된다.

 

여기서 저자는 흥미로운 의견을 제시한다. 그는 동유럽 특히 발칸 유럽의 후진성은 ‘오스만 굴레’에서 비롯됐다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을 반박한다. 이 주장은 서유럽에서 만들어진 이후 아직도 통용되고 있는 오리엔탈리즘의 발로라는 것이다. 가령 헝가리는 오스만 제국보다 합스부르크 제국의 지배를 더 오랫동안 받았으나,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더 강도 높게 비판한다. 

 

이 책은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동유럽의 역사에 관한 ‘공백’을 메꿔준다. 특히 합스부르크 제국과 오스만 제국, 독일과 러시아 등 외세의 개입으로 근현대 들어 종교 갈등과 민족 갈등을 겪은 동유럽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동유럽 근현대사를 일목요연하게 일관하기에는 더 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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