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핀 - 파울리, 배타 원리 그리고 진짜 양자역학
이강영 지음 / 계단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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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강영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입자 물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과정 중이던 1993년 LEP 가속기의 L3실험 그룹의 멤버가 되어 유럽원자핵연구소(CERN)에서 1년간 머물렀다. 1996년 힉스 입자를 비롯한 기본 입자 사이의 대칭성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상대 물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책에서 물리학자 파울리를 중심으로 배타 원리(Exclusion principle) 그리고 스핀(Spin)의 기본 개념과 양자역학의 발전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스트리아 태생 미국인 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Wolfgang Pauli, 1900~1958)는 1925년 원자이론에서 배타 원리(또는 파울리 원리)를 발표했다. 즉  한 원자 내에서 2개의 전자가 같은 에너지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 공로로 1945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볼프강 파울리(Wolfgang Pauli, 1900~1958)

 

배타 원리가 나오면서 원자 속 전자 배치가 극적으로 규명되었다. 배타 원리에서 유추할 수 있었던 이론은 전자가 스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전자가 자신을 중심으로 빠르게 회전하고 있다! 전자는 스핀을 ‘내재적’으로 가지고 있다. 이 말은 질량이나 전하처럼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성질이라는 뜻이다. 스핀의 크기는 변하지 않는다. 회전을 멈출 수 없고, 더 빨리 돌 수도 없다. 다만 벡터양이기 때문에 방향만 달라질 따름이다.

 

이제 전자는 “질량과 전하, 그리고 스핀을 갖고 있는 점 입자”로 정의할 수 있다. 이렇듯 전자에 대한 연구는 1925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전환을 맞았다. 그리고 양자역학의 태동을 가져왔다.

 

스핀의 개념은 양자 역학에서 기본 용어중 하나다. 스핀 연구를 통해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가 발견됐다. 자 이에 대해 정리해 보자.

 

자연계에는 네 가지의 힘이 있다. 전자기력, 중력, 약력 그리고 강력이다. 강한 상호작용(강력)은 양성자나 중성자들을 원자의 한가운데에 핵으로 모여 있게 하는 힘이다. 양성자는 전기적으로 +이다. 수소원자를 제외하고 모든 원소는 둘 이상의 양성자를 가지고 있다. 전기적으로 +를 띤 양성자들이 어떻게 전기적인 반발력을 이기고 핵으로 뭉쳐 있을 수 있을까?

 

일본의 물리학자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 1907~1981)는 1935년에 양성자와 중성자가 서로 주고받는 새로운 입자, 파이온이 필요하다는 것을 제안했다. 파이온은 1947년에 우주선을 이용한 실험에서 마침내 발견되었다. 그 공로로 유카와는 1949년에 일본인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한편 강한 상호작용을 하는 입자들을 일컬어 ‘하드론’(강입자, hadron)이라고 한다. 양성자(proton)·중성자(neutron) 같은 중입자(baryon), 파이온(pion) 같은 중간자(meson) 등이 이에 속한다.

 

왼쪽부터 볼프강 파울리,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엔리코 페르미. 이들의 연구는 양자역학의 태동을 가져왔다. 

 

미국의 머리 겔만(Murray Gell-Mann)은 하드론을 구성하고 있는 안 층으로 ‘쿼크’(quark)를 제시했다. 1970년대  쿼크가 연달아 발견(현재 6종)되었고, 전기적으로 중성인 입자들도 검출되었다. 이 입자들은 쿼크를 묶고 있는 글루온(gluon)이다('글루온'이라는 이름은 풀을 뜻하는 glue에서 유래). 이로써 하드론을 구성하고 있는 기본 요소는 쿼크와 글루온임을 알게 되었다.

 

이에 반해 약한 상호작용(약력)을 보이는 입자는 ‘렙톤’(경입자, lepton)이다. 렙톤에는 전자(electron)·전자 중성미자(electron neutrino),  뮤온(muon)·뮤온 중성미자(muon neutrino), 타우(tau)·타우 중성미자(tau neutrino) 등이 있다. 약력의 대표적인 보기는 핵분열이다. 92개의 양성자를 가지고 있는 우라늄은 불안정하여 자발적으로 붕괴한다.

 

뮤온은 1936년 우주선 연구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발견 당시 유카와가 1935년 예측한 파이온으로 오해되었다. 뮤온은 파이온의 붕괴로 만들어지는데, 파이온과 달리 강한 상호작용을 하지 않아 지상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파이온이 발견된 것도 안데스 산맥 정상에 놓아둔 사진 건판을 통해서였다. 한편 뮤온은 한 개의 전자와 두 개의 중성미자로 붕괴한다.

 

여기서 뮤온의 등장이 중요한 이유는 힉스 입자의 발견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파이온과 뮤온의 차이점 중 하나는 스핀이다. 파이온에는 스핀이 없으나, 뮤온은 스핀을 갖고 있다.

 

뮤온은 파이온이 붕괴하면서 R뮤온과 L뮤온이 만들어진다. R뮤온(우선성)은 스핀의 방향이 운동 방향과 일치하는 것이고, L뮤온은 정반대다. 파이온 붕괴시 확률적으로 보면 R뮤온과 L뮤온이 나올 가능성은 반반이어야 한다. 이처럼 R과 L의 동등성, 일명 거울 대칭을 ‘패리티(Parity)’라고 한다.

 

1957년 리언 레더먼(Leon M. Lederman)은 한 가지 중요한 실험을 했다. 약한 상호작용을 하는 뮤온에서도 과연 패리티가 적용될까? 결과는 놀라웠다! 뮤온이 모두 우선성(R뮤온)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거울을 볼 때 좌우가 바뀌는 것 외에 물리적 특성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레더먼의 실험 결과는 우리 세상과 거울에 비춰진 세상이 다르다는 것을 최초로 보여준 것이다.

 

힉스 입자의 예견 -1의 약전하를 띤 L뮤온은 0의 R뮤온과 약전하가 -1이고 스핀이 0인 힉스 입자로 전환하면서 방향을 바꾼다. 힉스 입자는 L뮤온과 같은 약전하를 가지고 있어야 약전하가 보존된다. 각 운동량이 보존되기 위해서는 힉스 입자의 스핀이 0이어야 한다.

 

한편 정지해 있지 않은 뮤온은 자체 질량 덕분에 지그재그식으로 진동한다. 이것을 ‘카이럴리티 변환’(chirality change)이라고 한다. 뮤온은 L카이럴리티로 전환되었을 때 붕괴한다. 이때 전하는 -1이다. R카이럴리티의 전하는 0. 그런데 문제는 전하보존의 법칙이다.

 

전하는 사라지면 안 된다. -1의 전하를 받을 새로운 입자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각운동량 보존의 법칙에 따라 새로운 입자는 뮤온의 스핀 방향이 변하지 않았으므로 스핀이 0이어야 한다. 리언 레더먼은 정확히 힉스 입자의 특성을 예견했다. 마침내 2012년 7월 4일 CERN의 거대강입자충돌가속기(LHC, Large Hadron Collider) 실험에서 힉스 입자가 발견됐다!

 

힉스 입자가 발견된 CERN의 거대강입자충돌가속기(LHC)

 

저자는 배타 원리와 힉스 입자의 발견까지 입자물리학을 연구하면서 그 현장을 생생하게 지켜보았을 것이다. 그는 물리학을 연구하는 기쁨은 기존 이론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발견에 있다고 강조한다. 자연 현상의 작동 원리를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이론과 방정식 만큼 그 어떤 것도 아름다울 수 없다고 말한다. 그간 저자가 독자의 눈높이에서 입자물리와 양자역학을 풀어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온 과학저술의 꽃이 이 책을 통해 찬연히 피어났다. 적극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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