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삶의 철학
엠리스 웨스타콧 지음, 노윤기 옮김 / 책세상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부여군 외산면 반포마을에 가면 유홍준 선생의 별장 「휴휴당(休休堂)」이 있다. 이 곳은 선생이 평일(5일간)은 도시에서 보내고 주말(2일간)은 내려와 재충전하겠다는 5도 2촌의 철학을 담고 있다. 별장은 한 칸 짜리 방과 부엌으로 된 소박하기 그지 없는 곳이다.

아산시 배방읍 중리에는 조선 초기 명재상이자 청백리로 이름 높았던 고불 맹사성의 생가 「맹씨행단」이 있다. 고불 선생은 평소 말이나 가마가 아닌 검은 소를 타고 다녔다한다. 마을 아이들로부터 소가 괴롭힘을 당하는 게 안쓰러워 구해준 게 인연이 됐다. 2017년 6월 건너 편에 「고불 맹사성 기념관」이 개관했다. 이 곳은 고불 선생의 일대기와 유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검은 소 모형도 들여놨다 하니 언제 한 번 방문해 볼 일이다.

이렇듯 소박하고 검소한 삶은 오늘날 현대를 사는 뭇 사람들이 꿈꾸는 안식이 될 수 있을까? 이 같은 질문에 철학적인 사색을 곁들여 진지하게 답변을 내놓은 책이 나왔다. 

엠리스 웨스타콧 뉴욕 알프레드대 철학과 교수는 2002년부터 '1달러로 만드는 하루의 행복'이라는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소박함을 체계적으로 규명하고자 이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소박함을 논의하기 위해 단순함이라든지 단순한 삶의 개념을 포괄했다. 고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개념들은 종종 구분 없이 사용되었고, 대체로 지혜와 덕, 행복 등의 가치가 내포됐다.

 

 저자 엠리스 웨스타콧(Emrys Westacott) 교수

 

이 책은 모두 7장으로 구성됐다. 1장에서 소박함(frugality)과 단순함(simplicity)의 의미에 대해 살펴본다. 2장에서 누구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명제, 단순한 삶이 인간의 도덕적인 성향을 강화하는 가에 대한 주요 논쟁들을 검토한다.

3장에서 또 다른 논쟁거리인 단순한 삶과 행복의 관계에 대해 살펴본다. 4장에서 소박함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과 함께 부와 욕망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측면을 짚어본다. 5장에서 사치스러운 삶이 가져오는 순기능에 대해 탐구한다. 6장에서 소박함의 철학이 매우 시대착오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고찰한다. 마지막 7장에서 소박하고 단순한 삶이 미래의 환경적인 재앙을 막아줄 수 있다는 주장 일반론과 그에 대한 반론들을 검토해본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사회경제적 지위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부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유혹한다. 시장을 끝없이 팽창시키기 위해 우리의 욕망과 소비를 부추긴다. 가령 데이비드 흄은 사회적 효용에 근거하여 인간의 욕망을 덕과 악덕으로 구분하면서 소비주의를 옹호했다. "상품의 증가와 소비는 삶에 광채를 더하고 즐거움을 제공해 사회에 이득이 된다."

 

"소박한 삶에 도덕성이 배어 나온다는 말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단순한 삶을 선택한다는 것은 적어도 역사적으로 흔히 나타난 위선의 한 형태, 즉 사치스러운 삶을 살면서 가난을 찬미하는 위선을 보일 가능성을 없애준다. 더욱이 사치하고 낭비하는 일에 관심없는 이들은 부정부패에 연루될 가능성이 적다. 살 것이 별로 없으니 큰돈을 벌겠다는 동기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단순한 삶을 실천하면 후원자에 대한 의존을 덜게 된다. 새뮤얼 존슨은 금전적 후원에 대해 "비굴함을 지불하고 오만함을 지급받는 몹쓸 짓"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때문에 그는 청렴하게 자존감을 지키며 사는 삶이 훨씬 쉽다고 주장했다." - 91~92쪽

 

저자는 우리가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필요에 따라 우리의 욕망에 제한을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과도한 욕심이 탐욕을 낳는다, 지나친 과소비를 하는 사람은 신중하지 못한 지출로 피해를 입을 뿐만 아니라 도덕적 비난 마저 받는다. 이에 반해 단순한 삶은 삶의 충만함에 이를 수 있게 해 주며, 이는 곧 지혜로운 삶이라는 것이다.

말미에 저자는 정부는 단순한 삶을 누리고자 하는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도록 노력할 것을 제언한다. 그 방법론으로 첫째 저렴한 비용으로 음식과 주택, 의료, 보육, 교육, 대중교통 등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둘째 가능하면 재화가 개인적 특권으로써가 아니라 공공재로써 이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고대에서 현대까지 주요 철학자들이 가졌던 '단순한 삶'에 대한 사유를 명쾌하게 정리해 놓았다. 단순한 삶에 관한 철학적 성찰과 더불어 현대적 의미까지 되새겨볼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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