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와 함께 읽는 문학 속의 철학
이현우 지음 / 책세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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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난 3월 타계한 인문학자 박이문 선생이 1975년 펴낸 것과 제목이 똑같다. 저자가 같은 제목을 가져온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학부 시절 저자가 철학 공부를 할 때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사람이 바로 박이문 선생이었다. 문학과 철학에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도서관에서 박이문 선생이 쓴 동명의 책을 읽게 되었고, 막연히 이런 주제의 책을 써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고백한다.

 

마침 2014D. H. 로렌스의 사랑에 빠진 여인들이 번역돼 나오자마자 박이문 선생의 문학 속의 철학을 떠올렸다. 내친 김에 문학 속의 철학이란 주제로 강의를 기획하여 201510~11월 푸른역사아카데미에서 진행했다. 8강 규모의 강의에서 사랑에 빠진 여인들2강을 할애하여 총 일곱 편의 작품을 다루었다. 이는 박이문의 문학 속의 철학에서 다룬 작품 15편 중 7편을 고른 것이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의 소포클레스부터 영국의 D. H. 로렌스에 이르기까지 일곱의 작가 대표작품 7편을 통해 윤리, 선악, 인간, 인생, 예술, 깨달음 그리고 성()에 관해 탐색한다.

 

- 소포클레스 안티고네: 윤리의 기준은 무엇인가

볼테르,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악이란 무엇인가

- 도스토옙스키, 지하로부터의 수기: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가

-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인생의 의미란 무엇인가

- 제임스 조이스, 젊은 예술가의 초상: 예술이란 무엇인가

-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로렌스 사랑에 빠진 여인들: 성이란 무엇인가

 

책에서 철학의 논거로 삼은 문학 작품들은 우리에게 친숙하다. 오랫동안 독자의 사랑을 받아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기도 하다. 우리는 저자의 안내를 길라잡이 삼아 고전 문학을 다시 읽게 된다. 이번 되읽기의 주제는 철학에서 깊이 다루어온 성찰의 화두다. 인생, 도덕, 예술과 깨달음 등은 인간을 확장하는 외연이다. 그에 이르는 길은 인간성을 탐색하는 여정이다.

 

가령 볼테르의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를 보자. 이 작품은 볼테르가 라이프니츠의 변신론에 대응하여 낙천주의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밝기히 위해 쓴 것이다. 라이프니츠는 이 세상은 이상적이요, 최선의 곳이라고 봤다. 볼테르는 이를 비판하면서 그렇다면 왜 지상에 악이 존재하는가, 악은 어떻게 해명 가능한가 등을 모색한다. 이러한 철학적 맥락을 염두에 두면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에서 보이는 텍스트의 핍진성은 부차적인 거리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볼테르가 소설에서 의도했던 것을 눈여겨보는 것이다. 이때 저자의 설명이 도움이 된다. 소설도 아는 만큼 읽을 수 있는 것일까.

 

 

D. H. 로렌스의 사랑에 빠진 여인들편을 보면 저자는 로렌스의 아내 프리다와 어머니 리디아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할애했다. 로렌스는 대단히 여성적이었는데, 두 여성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프라다와의 로맨스는 희대의 스캔들이었다. 로렌스가 프리다를 만났을 당시 그녀는 세 아이를 가진 엄마에다 여섯 살 연상이었다. 게다가 독일 귀족 폰 리히트호펜 남작의 딸이었다. 결국 프리다는 로렌스의 열띤 구애 끝에 그와 함께 친정 독일로 도주했다. 로렌스는 등 뒤에 여자가 없으면 작품을 못 쓴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프리다는 평생 로렌스 곁에 있으면서 그의 작품을 읽고, 코멘트하고 손봐주기도 했다. 저자는 사랑에 빠진 여인들에 나오는 버킨-어슐라 부부의 모델이 바로 로렌스-프리다 부부의 모습이 반영됐다고 본다.

 

로렌스가 작품에서 다룬 주제는 성과 문명 비판이었다. 그는 정신과 육체가 서로 양립 불가능하지 않고 충분히 조화로운 관계를 이룰 수 있다고 보았다. 한 인간이 모든 것을 초월해서 우주와 궁극적인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통로가 성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일곱 작품을 시대 순으로 나열했다. 이는 문학과 철학이 서로 호응하며 영향을 끼쳐 온 역사적 성과이기도 하거니와, 둘 모두 시대적 배경과 무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독자는 순서 필요 없이 마음 가는 주제를 골라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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