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죽하게 솟아올라 펄럭이면서 말하던 불꽃은
더 할 말이 없었는지 잠잠해졌다. 그리고
친절하신 시인의 허락을 받아 떠났다.

 

그때 그를 뒤따라오던 다른 불꽃 하나가
혼탁한 소리를 내지르며
우리의 시선을 끌었다.

 

당연한 일이었지만, 자기 몸을
줄로 다듬어 준 사람의 울음을 따라
처음으로 울었던 시칠리아의 황소*가

*아테네의 명장(明匠) 페릴루스는 시칠리아의 폭군 팔라리스에게 놋쇠 황소를 만들어 바쳤다. 팔라리스는 죄인을 황소 안에 넣어 태워 죽이면서 죄인의 비명 소리가 황소 울음소리처럼 울려 나오도록 했다. 그 첫 번째 희생자가 바로 페릴루스 자신이었다.

 

그 안의 비탄에 빠진 사람의 목소리와 함께 울부짖으면,
비록 놋쇠로 만들어졌지만, 마치
고통으로 찢어지는 자의 신음 소리처럼 들리듯,

 

그렇게 그 불꽃 안에 있는 불타는 영혼으로부터
벗어날 길도, 틈도 찾지 못하던 고통의 소리는
불의 언어로 변해 갈 뿐이었다.”

 

- 단테 알리기에리 《신곡 지옥편》(민음사) 27곡 (275~2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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