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공산당 평전 - 알려지지 않은 별, 역사가 된 사람들
최백순 지음 / 서해문집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래 평전이란 말은 한 사람의 일대기를 논하는 자리에 적합한 쓰임새다. 굳이 이 제목을 고집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그 이유로 조선공산당에 기록된 처절한 역사들은 알려지지 않은 별처럼 많은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조선공산당 창당 이전의 역사를 큰 비중으로 다루고 다양한 연구들을 서사형식으로 엮었다.

 

저자는 낯선 동토의 땅에서 디아스포라의 운명에 맞서 진보운동의 기원이 된 사람들의 발자국을 따라간다. 그는 우선 권오설, 김재봉, 이준태, 김남수 등 안동 풍산읍 출신의 조선공산당 주역들의 흔적을 찾은 길을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조선공산당 초대 책임비서를 지낸 김재봉의 생가 앞에는 조선의 독립을 목적하고라는 문구가 새겨진 추모비가 있다. 생가로 들어서면 김재봉의 사진과 위임장 사본이 놓여 있다. 위임장에는 조선 독립을 목적하고 공산주의를 희망함’”이라고 적혀 있다. 끝내 쓸 수 없었던 두 단어가 조선공산당이 오늘날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일 게다. 한편 저자는 직접 러시아까지 찾아가 조선공산당을 이끌었던 진보적 활동가들의 행적을 취재했다.

 

김재봉 생가(안동 풍산읍) 앞에 놓인 추모비에는 "朝鮮 獨立을 目的하고"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책은 모두 7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우선 상해임시정부 결성 이전부터의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에서 시작하여 임시정부의 변천과 그 속에서의 갈등(1~4)을 해설한다. 이어 조선공산당의 탄생과 와해 과정(5~6), 그리고 당 재건을 위한 분투(7)를 심도 있게 다룬다.

 

조선공산당은 남쪽과 북쪽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했다. 남한의 경우 공산주의 계열이라는 점 때문에 공로와 상관없이 철저히 금기시돼 왔다. 북한의 경우에도 김일성의 권력 공고화 과정에서 숙청당했다. 이후 북한 권력층과 다른 노선을 걸었던 활동가들의 역사는 배제돼 왔다.

 

조선공산당의 역사는 이데올로기 논쟁을 떠나 우리 독립운동사의 한 장을 차지한다. 저자가 기울인 각고의 노력은 이들의 삶과 이념을 새롭게 조명하게 해준다. 이는 향후 조선공산당과 그 활동가들에 대한 재평가를 위해 무엇보다 값진 잉걸불이 될 것이다.

 

저자는 끝으로 마지막 행적이 묘연한 김찬, 한인공산당을 결성한 이동휘와 일제의 간첩이라는 죄목으로 처형당한 김만겸 등의 이름을 호명함으로써 잊혀진 이들을 우리 역사에 일으켜 세우기 위해 애썼다. 일독을 권해 드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