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의 과학 - 원자 무기에서 달 탐험까지, 미국은 왜 과학기술에 열광했는가?
오드라 J. 울프 지음, 김명진.이종민 옮김 / 궁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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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냉전 시기 과학기술의 이야기를 미국 중심으로 풀어낸다. 저자는 냉전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이후 1991년 소련이 붕괴되기까지 미·소와 연합세력들이 맹렬한 갈등을 빚었던 시기로 정의한다.

 

저자는 미 퍼듀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니아대에서 과학사를 전공한 오드라 J. 울프. 그녀는 존스홉킨스대 출판부 밥 브러거의 제안으로 이 책을 집필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감사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좁게는 냉전 시기 과학이 어떻게 발전했으며, 그 과정에서 과학자들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관한 것이다. 넓게는 냉전 시기 과학과 국가의 관계를 고찰하면서 미국인의 삶에서 정부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를 탐색한다. 나아가 기술관료 엘리트들이 정책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고찰한다.

 

저자의 블로그(http://audrajwolfe.com) 메인에 올려져 있는 사진. 이 사진은 1947년 미 원자에너지위원회(Atomic Energy Commission)에서 운영하던 사이클로트론 184번 전경을 보여준다. 왼쪽에 지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과학자의 모습은 언듯 냉전 시기, 번아웃에 가까운 경쟁을 떠올리게 한다.

 

이 책은 8장으로 구성됐다. 1장과 6장은 각각 냉전 초기와 후기에 국가가 지원한 두 프로젝트, 원자폭탄과 아폴로 탐사를 설명한다. 2장과 3장은 각각 군산복합체, 거대과학을 이야기한다. 4장과 5장은 과학의 쓸모, 특히 국내외 정책에서 사회과학의 유용성에 대해 다룬다. 7장은 과학과 과학자들이 국가권력을 지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냉전의 공감대가 와해되는 과정에 주목한다. 8장은 1980년대 공산권이 무너지고 경제적 문제가 중요해지면서 과학의 역할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본다.

 

시기적으로 보면 1장과 2장은 냉전 초기, 3장부터 6장은 1957년부터 1969년까지, 7장과 8장은 1970~1980년대다. ‘과학의 범주에 사회과학과 기술 일부를 포함했으나, 의학은 배제했다

 

냉전 시기 과학은 미·소 두 강대국이 이데올로기 패권을 놓고 벌인 주요한 전투의 장이었다. 냉전 과학의 근본적인 특성은 과학적 기획이 국민국가의 유지를 위해 중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은 국가의 권력에 늘 복무해 왔다. 여전히 냉전 과학의 산물은 진행 중이다. 가령 북한 핵개발로 위기가 고조된 한반도가 대표적이다.

 

한편 과학은 국제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된다가령 제3세계의 곡물 생산 증대를 위해 개량 종자를 보급하거나, 말라리아를 퇴치하기 위해 국제 공중보건 캠페인을 벌이는 등의 사례가 그렇다. 이는 냉전의 후원 아래 거둔 놀랄 만한 과학의 성장에 힘입은 바 크다.

 

과학기술은 제3세계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차드에서 우물을 파고 있는 미국 평화봉사단(1968년).

 

원자폭탄이 기폭제가 돼 미국과 소련의 군비경쟁 막이 올랐고, 군산복합체를 통해 입자가속기, 원자로 연구가 착착 진행됐다.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과학기술에 미국은 열광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과학기술이 희망만을 안겨준다는 생각에 제동이 걸렸다. 냉전 시기 이후 드러난 국제 위기와 갈등은 과학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저자는 방대한 문헌을 참고하고, 주요 에피소드, 일화와 인물을 등장시켜 과학기술이 냉전 국가에서 차지했던 핵심적이고 독특한 지위를 잘 보여준다. 이와 아울러 냉전은 막을 내렸지만 그것이 남긴 유산이 여전히 심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지금, 냉전시기 과학기술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끝으로 저자는 만약 과학자들과 시민들이 과학기술은 어떻게 사회를, 더 나아가 지구를 도울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적절하고 진지하게 답하지 못한다면, 심각한 결과가 분명 뒤따를 것”(260)이라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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