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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인간의 지도 - 좌뇌와 우뇌를 발견한 인지신경과학의 창시자 마이클 S. 가자니가의 자서전
마이클 S. 가자니가 지음, 박인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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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뇌 연구하면 미국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대 명예 교수 마이클 가자니가(Michael S. Gazzaniga)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오늘날 널리 알려져 있는 좌뇌와 우뇌의 기능에 관한 연구는 바로 그에게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가자니가는 1967년 좌뇌와 우뇌가 각각 고유한 역할과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분리 뇌 이론'을 발표했다. 이 이론은 뇌과학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가자니가의 관심은 좌우뇌 각각의 고유한 역할에서 나아가 그것이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있었다. 그는 좌뇌와 우뇌가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협력하듯이 신경과학과 인지과학의 결합을 시도했다. 인지신경과학(cognitive neuroscience)이라는 용어도 그가 만든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인간이 ‘뇌’라는 중앙통제장치가 조종하는 기계에 묘사하곤 한다. 리처드 도킨스 역시 한때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인간은 유전자의 작동에 의해 움직이는 기계라고 한 바 있다. (도킨스는 나중에 이 말을 후회했다고 고백했다.)
가자니가는 이런 논리에 반대했다. 그는 뇌를 수많은 국소 회로의 작용으로 보았다. 뇌 발달에는 선천적인 인자 외에도 후전적인 경험이나 학습, 사회적 관습이나 문화 역시 영향을 미친다. 뇌 구조와 인지 활동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요인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발전하고 있다.
인지신경과학의 창시자 마이클 S. 가자니가 교수
그는 언행일치의 삶을 살았다. 가자니가는 인지와 신경의 상호 협력을 위해 관련 학회나 모임을 꾸리기 위해 애썼다. 친구도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지 않고 골고루 친분을 맺었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과학을 하면서 다양한 인생길을 걸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의 깊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발견되는” 그림을 그렸다고 말하면서, “똑똑한 사람들과 함께 자연의 수수께끼와 경이로움에 대해 고민하며 세월을 보내는 것도 멋진 인생”이라고 회고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뇌과학과 인지과학에 대한 과학적 지식과 아울러 과학자로서의 삶을 둘러싼 여건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또한 끊임없이 소통하고, 자신의 연구에 진솔하고자 했던 한 과학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잘 볼 수 있다.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이 책은 가자니가가 “인지신경과학을 연구하는 동안 20세기 신경과학을 이끈 걸출한 학자들을 만나 서로에게 영감을 제공하고, 공동 연구를 했던 경험들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고 추천한다.
가자니가가 말하고 실천하고자 했던 가치는 바로 ‘공존’과 ‘협력’이다. 뇌가 좌·우뇌 협력해서 인지를 발전시켜 나가듯이 사회 역시 상호 협력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 책은 인지신경과학의 발전에 관한 많은 정보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가자니가라는 한 과학자의 위대한 여정을 여실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