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와 함께하는 여름 - 여덟 가지 테마로 읽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앙투안 콩파뇽 외 지음, 길혜연 옮김 / 책세상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프랑스 평론가 샤를 단치는 위대한 고전은 매번 새롭게 읽어야 한다고 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역시 이에 딱 들어맞는다. 하지만 이 대작을 완독하기는 어렵다. 작가가 작품에 숨겨놓은 코드를 읽어내기는 더욱 어렵다. 혹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관심있는 독자라면 좋은 참고가 될 만한 길잡이 책이 나왔다.

2013년 여름 프랑스 라디오 앵테르 방송에서 8명의 프루스트 전문가들이 각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는 로라 엘 마키. 그녀는 소르본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2009년 앵테르에 입사했다.

로라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문학의 정세를 일변시킨 경이로운 소설이라고 평가한다. 독자 각자는 소설을 통해 공상에 빠질 수 있고, 자신의 기쁨과 두려움을 알아차릴 수 있고, 심지어는 몇 가지 진리를 발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소설가, 전기 작가, 대학 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프루스트 전문가 8명이 하나씩 주제를 맡았다. 이들이 다루는 주제만 해도 시간, 등장인물, 사교계, 사랑, 상상의 세계, 장소, 철학자들 그리고 예술 등 다양하다.

 

외젠 부댕은 프랑스 항구마을 옹플뢰르에서 태어나 바다를 가까이 보고 자랐다. 그의 작품은 모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트루빌 해변>(1863)은 프루스트가 추구했던 감각과 인식 그리고 감정의 혼합을 잘 보여준다.

18살 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었다는 앙투안 콩파뇽은 프루스트의 소설에 과감히 뛰어들어 진정으로 끝까지 읽으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되어서 나온다고 조언한다. 그에 따르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존재라는 인생의 대원리를 일깨워준다. 처음 30페이지를 넘기기만 하면 그 다음을 읽어낼 수 있단다.

아드리앵 괴츠는 프루스트를 읽는 것은 완전히 쓸모없고 얼토당토않아 보이는 어떤 짓을 하는 데서 오는 기쁨이라고 말한다. 옮긴이 길혜연 씨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독서가 거의 모든 것을 향하고 있는 엄청난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고 평한다.

프루스트는 원고를 끝낸 후 셀레스트 알바레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젠 죽을 수 있겠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첫째 권이 1913년 출판된 이래 마지막 권은 사후인 1927년에 나왔다. 프루스트는 19221128일 쉰하나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셀레스트는 프루스트가 세상을 뜰 때까지 10년간 곁에서 간호하고, 시중들었다. 그녀는 프루스트 사후 50년간 침묵을 지키다 여든두 살(1973) 때 프루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대필 작가 조르주 벨몽에게 구술했다. 한국에서는 《나의 프루스트 씨》(Monsieur Proust)의 제목으로 번역됐다. 독일 감독 퍼시 아들론은 구술을 토대로 영화 〈셀레스트〉(Céleste, 1982)를 만들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프루스트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흥미로운 사실을 많이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프루스트는 초상화가였을 뿐만 아니라 인류학자와 곤충학자의 면모를 지니기도 했다. 또한 스완, 게르망트 공작부인, 알베르틴, 생루 그리고 샤를뤼스 같은 등장인물들은 당시 실존했던 인물이 모델이었다. 특히 라셸의 실제 모델이었던 영화배우 루이자 드 모르낭은 프루스트와 잠시 연인 관계이기도 했다

책에는 실존 인물들의 사진이 나와 있다. 사진으로 그 인물의 외형적 특징 등을 어느 정도 알아낼수 있으므로 소설 속 인물을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그간 완독할 기회를 놓쳤던 독자라면 다시 도전해 보면 어떨까? 이 책을 길삼아 나선다면 한결 희망적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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