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끝나지 않은 전쟁
김민철.김승은 외 지음, 민족문제연구소 기획 / 생각정원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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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금까지도 청산되지 않은 한일 과거사, 일제 강제동원 피해의 진상규명과 보상을 위해 싸워온 피해자·유족 그리고 한·일 양국의 양심적인 목소리를 담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기획하고 소속 연구원, 유족이자 활동가 이희자 대표, 일본의 시민운동가, 한국의 변호사까지 모두 18명의 필자가 집필에 참여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파에 의해 와해된 반민특위의 정신과 친일문제 연구에 평생을 바친 고 임종국 선생의 유지를 이어 1991년에 설립되었다. 지난 2015년 식민지 시기 강제동원 진상규명을 위한 두 차례의 스토리펀딩에서 2천만 원 넘게 모금하는 등 강제징용 실상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집필진은 수 년에 걸쳐 피해자와 유족들과 함께 수많은 현장을 답사하고, 외지의 유해를 발굴하고, 값진 사진·자료 등을 수집했다. 일본 시민과 단체의 도움도 있었다. 유린된 인권을 회복하고 역사를 바로잡는 일은 가해자와 피해자 구분 없는 인류애의 발상이 아닐까.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군함도'를 다뤘다. 직접 현장에 가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각지의 조선인들이 이곳까지 어떻게 끌려왔는지, 어떤 환경에서 지내고 어떤 노동을 했는지 살폈다. 군함도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까지 전쟁을 정당화하려는 일본의 속내에 대해서도 소상히 밝혔다.

 

▲군함도는 나가사키에서 서쪽으로 18㎞떨어진 곳에 있는 무인도로 일본말로 ‘하시마’(端島)다. 침략 전쟁 탓에 급성장한 미쓰비시가 좁은 땅을 최대로 활용하기 위해 7층, 10층 짜리 철근콘크리트 아파트(당시 일본 최초)를 지어 멀리서 보면 마치 군함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마 탄광 내에서 누운 자세로 탄을 캐는 징용자

 

2부에서는 훗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일본 전역에 걸쳐 강제징용되어 일본의 군수품 조달에 동원됐던 피해자들의 이야기다. 어린 나이에 끌려가 강도 높은 노동을 감내해야 했던 여자근로정신대는 조국에 살아 돌아와서도 오해와 편견에 시달렸다.

 

 전라북도 여성근로정신대 귀환 사진. 하카타 항에서 미군 촬영(1945.10.19)

 

3부에서는 중국에서 시베리아까지 아시아·태평양 각지에 강제징용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BC급 전범, 군인·군속, 포로, 군 '위안부' 등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다양한 얼굴의 조선인이 승산 없는 전쟁터에 보내졌고, 죽임당했고, 살아남아서도 어떠한 사과나 배상을 받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4부에서는 강제동원 진상규명, 일본정부의 공식적 책임 인정과 사죄,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배상 등 식민지시기 강제동원으로부터 시작된 여러 가지 과업과 관련 소송 등을 살폈다.

강제동원 100년의 문제를 해결할 가장 근본적인 노력은 진실을 기록하고 과거를 기억하는 데 있다. 재일조선인 1세대 고 박경식 선생에 따르면 일제는 침략전쟁을 위해 1939~1945년에만 탄광과 토건에 백만 명이 넘은 동포를 강제 연행했다. 군인·군속으로 37만, 조선 내에서 동원한 485만 등을 합치면 모두 6백만이 넘었다.

일본은 강제징용의 역사를 감추기에 급급하다. 지난 2015년 군함도를 포함한 강제징용 현장 23개 시설을 한데 묶어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으로 세계유산에 등재시켰다. 해당 기간도 1850~1910년으로 잔꾀를 써 한일합방에 의한 강제징용을 은폐했다. 일본은 유네스코가 등재를 결정하면서 일제 강제동원 시설의 ‘역사 전체’를 반영하도록 한 권고 역시 잘 지키지 않고 있다.

또한 일제 시기에 작성된 「유수명부」 「임시군인군속제」 「군속선원명표」 「해군군속자명부」 등 다양한 명부들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피해자들 스스로 강제동원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기록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해야만 했다. 책에 실린 생생한 사진과 자료는 이들의 노력과 헌신에 힘입은 바 크다.

 

“해방 후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어느 누구도 일본정부나 전범기업으로부터 자신들의 침략 행위 및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관해 진정한 사과를 받지 못했다. 고노 담화 등 일본정부의 몇 차례 사과를 들어 일본이 얼마나 더 사과를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경우 일본정부가 ‘강제성’이나 ‘불법성’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이 아니다. 강제성이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사과를 두고,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사과의 진정성을 받아들여야 한다거나 용서를 해주어야 한다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이는 또 다른 폭력이다.

우리는 일본, 일본인과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일제 침략 및 일제 강제동원의 ‘강제성’이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는,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는 세력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용서 없이 역사 청산을 이룰 수 없다. 이 문제를 다음 세대로 미루어서는 안 된다. 이는 우리 세대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 404~405쪽

 

 

 

한편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군함도〉는 한수산 작가가 쓴 동명의 원작을 모티브로 했다. 출연진과 배역을 보면 원작이 대폭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캐스팅 면에서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등 쟁쟁한 배우가 출연한다. 우선 황정민은 경성 호텔 악단장 이강옥 역을, 소지섭은 경성 최고의 주먹 최칠성 역을, 그리고 송중기는 군함도에 잠입하는 독립군 박무영 역을 맡았다. 세 캐릭터 모두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원작은 지상, 우석 그리고 길남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술집 여자 금화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는 총 제작비 250억 원이 투입된다. 자칫 원작에서 다룬 조선 징용자들의 애환 보다는 블록버스터에 가까운 액션이 주를 이루지 않을까 우려된다. 위안부로 끌려간 한국·중국·필리핀 세 할머니의 인생 여정을 차분하게 그린 작품, 티파니 슝 감독의 〈어폴로지〉(The Apology) 같은 영화가 오히려 더 큰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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